문화재예배당 군위성결교회가 반기는 아름다운 지역
기독문화유산 발굴하고 지키는 노력 이어져야

경북 군위에 위치한 군위성결교회는 남녀 구별을 강조했던 당시 조선문화에 따라 남녀가 따로 출입할 수 있는 두 개의 문을 만든 것이 특징이다. 근대문화유산으로 선정돼 문화재예배당이 된 군위성결교회의 과거 모습.
경북 군위에 위치한 군위성결교회는 남녀 구별을 강조했던 당시 조선문화에 따라 남녀가 따로 출입할 수 있는 두 개의 문을 만든 것이 특징이다. 근대문화유산으로 선정돼 문화재예배당이 된 군위성결교회의 과거 모습.

경상북도 군위군은 구미시와 의성군 옆에 있는 작지만 알찬 동네다. 신라시대 김유신 장군이 이끄는 5만 군사가 이곳에 진을 쳤는데, 그 군사(軍)의 위세(威)가 엄청났다는 의미로 군위라는 이름이 붙었다. 지금은 조용하고 한적하지만 당시에는 백제를 멸망시키는 전진기지였다.

군위군에는 선조들의 항일정신이 깃들어있는 군위성결교회(허병국 목사)가 후손들을 따뜻하게 반긴다. 특별히 남녀 성도들이 따로 드나들었다는 두 개의 문이 인상적이다. 내년이면 설립 100주년을 맞는 군위성결교회는 근대문화유산으로 지정되어 있을 정도로 당시의 모습을 잘 간직하고 있다.

군위성결교회 현재의 모습.
군위성결교회 현재의 모습.

1920년 처음 지은 한옥예배당을 헐고 1937년 임도오 목사가 지은 두 번째 예배당은 남녀 출입문을 달리함으로 당시 유교윤리를 나타내고 있다. 최석호 교수(서울신대)는 “임 목사가 예배당 현관을 두 개로 설계한 것은 남녀7세부동석이라는 당시 문화 때문”이라며 “남자는 양이고 여자는 음이라는 이치에 따라 음을 따라야 하는 남자의 출입문은 왼쪽, 양을 따라야 하는 여자의 출입문은 오른쪽으로 정했다”고 설명했다.

이 예배당을 지을 때 아픔도 있었다. 예배당 철거 작업을 하던 중 이종익 목사와 노성문 집사가 낙상사고로 사망한 것이다. 구조 당시 이종익 목사는 ‘제일 먼저 찬양을 하고 같이 낙상한 이들의 안부를 물은 뒤 마지막으로 예배당 건축을 걱정했다’는 기록이 남아있다(<활천> 1938년 1월호). 그 정도로 예배당 건축은 당시 목회자와 성도들에게 큰 사명이었다.

이후 1939년 군위성결교회에 부임한 최헌 목사는 신사참배·동방요배·시국강연을 모두 거부하고 옥살이를 했던 신앙인이었다. 최 목사가 처음 옥고를 치르기 시작한 1941년부터 군위성결교회는 사실상 폐쇄에 준하는 고통을 겪었다. 일제는 1943년 예배당을 군농회에 팔아버렸다. 이후 1945년 삼천포성결교회 천세광 목사가 고향 군위로 돌아와 군위성결교회를 재건했는데, 해산된 전국 성결교회 중 가장 먼저 재건한 교회로 역사에 남았다.

내부에는 주일학교 학생들이 교회의 모습을 그린 작품들이 걸려있다.
내부에는 주일학교 학생들이 교회의 모습을 그린 작품들이 걸려있다.

2006년 이 예배당은 문화재로 지정됐고, 2010년에는 문화재청의 지원을 받아 보수까지 완료했다. 2019년에는 생생문화재 사업을 통해 역사 교육의 장이자 대표적인 관광지로 발돋움하고 있다. 군위성결교회 허병국 목사는 “문화재로 지정된 이후 교회 역사를 공부하려는 이들의 방문이 늘어 교회에 활기가 넘치고, 성도들도 자부심을 가지게 됐다”고 말했다.

2019년 생생문화재 사업은 132개인데, 기독교 관련 사업은 군위성결교회 단 하나다. 국고 지원을 받으면서 교회의 의미와 역사를 널리 알릴 수 있는 기회이지만 많은 교회들이 이를 모르고 지나치고 있다. 최석호 교수는 “교회가 가지고 있는 역사적 문화적 자산이 많은데도 불구하고 이것을 지키고 발전시키려는 노력은 부족한 것 같다”고 안타까움을 표했다.

군위성결교회 근처에 위치한 김수환 추기경 생가는 가톨릭이 적극적으로 관리하면서 홍보하고 있다. 2018년에는 생가 옆에 ‘김수환 추기경 사랑과 나눔공원’을 조성해 가톨릭 교인 뿐 아니라 일반인들의 발걸음도 사로잡고 있다. 공원 사업비 121억은 국가 61억, 경상북도 18억, 군위군 42억 등 전액을 국고 보조로 해결했다. 개신교에도 오랫동안 기억하고 기념할만한 인물이나 지역에 대한 발굴과 보전, 홍보가 필요한 실정이다.

최석호 교수는 “기독문화유산을 지키고 발전시키는 일은 교회와 한국 개신교에 큰 의미와 이익을 주는 일”이라며 “한국교회가 거룩한 유산을 후손들에게 물려주는 일에 더욱 관심을 가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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