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민 목사의 상도동 이야기]

<박물관이 살아있다>는 2006년 12월에 개봉한 영화인데 당시 관람객이 450만 명이나 되었다고 한다. 참 재미있는 제목이지 않는가? 왜냐하면 박물관은 과거의 산물을 보존한 곳인데, 여기서는 살아있다는 현재형으로 표현했기 때문이다. 자연사박물관 야간경비원인 주인공이 밤에 순찰할 때마다 전시물들이 살아 움직이는 광경을 보게 되고, 마침내 그들과 함께 어울려 모험을 하며 잃어버린 보물도 찾게 된다. 그 소문이 널리 알려져 마지막 장면에서는 사람들이 북적이는 박물관의 모습이 연출된다.

하지만 영화는 영화일 뿐, 현재 우리의 모습을 보더라도 박물관 관람의 현실은 녹록치 않다. 숭실대학교가 어디 있는지를 물으면 대개 상도동에 있다고 대답들 하는데, 한국기독교박물관이 어디 있느냐고 하면 아는 사람이 드물다. 한국기독교박물관은 숭실대학교 안에 있다. 그런데 지역주민들은 물론이거니와 심지어 숭실대생들조차도 잘 모른다. 그러니까 박물관은 오늘도 죽어있는 것이다. 우리가 이제 한번 살려보자!

▲ 서울 상도동 숭실대학교 안에 위치한 한국기독교박물관 건물.

한국기독교박물관은 숭실대학교 부설기관이다. 평양 숭실대학 출신의 장로교 목사이며 고고학자였던 고 김양선 목사의 일생에 걸친 열정과, 그 가족들의 헌신적인 노력에 의하여 설립되었다. 원래 김 목사가 1948년 4월 서울 남산의 옛 조선신궁자리에 설립해 운영하던 중, 1950년 6·25 전쟁이 발발하자 남북한을 오가면서 북한에 남겨둔 자료와 유물을 남한으로 반출하다가 부인과 딸을 잃는 아픔을 겪었다.

1967년 7월 김양선 목사는 기독교문화 창달이라는 숭고한 뜻으로 소장 자료 3600여 점을 모교에 기증했고, 이를 계기로 숭실대학교 부설 한국기독교박물관이라는 이름을 가지고 새롭게 출발하여 오늘에 이르고 있다. 현재 한국기독교박물관은 7000여 점의 유물을 소장하고 있는데 다수의 국가지정문화재들도 보유 중이다. 특히 보물 제569호 ‘안중근의사유묵’과 1919년도에 제작된 태극기 실물은 나라를 사랑하는 국민들이라면 꼭 한 번 찾아봤으면 하는 소망이다.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다른 박물관에서 보기 어려운 한국기독교 역사 조명 자료들도 다수 갖추고 있다. 이응찬, 서상륜, 백홍준 등 신의주의 선비들이 만주에서 매킨타이어 목사와 함께 번역 출판한 1882년판 ‘마태복음’과 ‘요한복음’, 1884년판 ‘제자행적’, 1887년판 ‘예수성교전서’등 신약성서 여러 점이 전시되어 있다.

여기에 초기 개신교 선교사들이 저술한 한국어 서적들로 게일의 ‘사과지남’(1893), 언더우드의 ‘한영자전’(1890), 스콧트의 ‘한국문법’(1887) 등 각종 자전류와 문법책들도 볼 수 있다. 초기 개신교 선교사들의 유품들 중에서 마포삼열 선교사의 한국 내 여행증명서 등 당시 사회상을 보여주는 흥미로운 물건들이 전시되어 한국근대사에서 개신교가 끼친 영향과 흐름들을 관람객들이 생생하게 이해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관람객들의 흥미와 이해 증진을 위해 영상 스크린, 정보 검색기 등 각종 전시 보조장치도 설치 운영 중이다. 한국기독교박물관은 건물 전체면적이 956평(3,161㎡), 전시면적이 454평에 이르며 지하 2층, 지상 3층의 규모를 갖추고 있다.

개관시간은 월요일에서 금요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 30분까지이며 관람료는 무료이다. 자녀들과 함께 찾아오는 관람객들을 위해 매월 토요일 중 하루를 선택하여 특별 개관하기도 한다. 기타 자세한 정보는 한국기독교박물관 전화를 통해 문의하면 된다. (02)820-0752~3.

살아있는 박물관으로 만드는 방법은 과연 무엇일까? 정답은 우리가 방문하는 것이다. 부모가 자녀의 손을 잡고 함께 가는 것이다. 주일학교 교역자와 교사가 다음세대와 함께 찾는 것이다.
이제 여름성경학교 기간이 다가온다. 무슨 일정을 짤지 고민된다면 하나님의 말씀과 기독교인들의 치열한 삶이 묻어있는 박물관 견학프로그램을 꼭 넣었으면 좋겠다. 다양성과 넓이를 추구하는 현실에 일관성과 깊이를 체험하는 기회를 더하는 것이 기성세대의 사명이며, 이것이 마땅히 아이에게 행할 길을 가르치는 것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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