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왕 목사의 아름다운 자연사진 이야기] (16)하나님의 국립공원에 있는 갤러리-몽골 고비사막

낯선 곳에 처음 가서 아름다운 경치를 감상하는 쉬운 방법 중 하나는 먼저 국립공원(National Park)을 찾아가는 것이다. 왜냐하면 대부분 그 나라에서 가장 멋진 비경(秘境)이 있는 곳이 국립공원으로 지정되기 때문이다.

몽골도 예외가 아니다. 몽골의 대표적 국립공원으로는 텔레지(Gorkhi-Terelj National Park), 만년설이 녹은 쪽빛 물색깔로 호수라기보다는 차라리 바다라고 해야 더 잘 어울릴 것 같은 흡스골(Lake Hovsgol National Park) 등이 빼어난 경관을 자랑한다.

필자는 지금으로부터 10년 전인 2008년, 고비사막 종주에 도전한 적이 있다. 당시에는 고비사막 투어 패키지가 없었기 때문에, 평생 몽골 선교에 헌신해온 천강민 선교사님으로부터 ‘장가’라는 이름의 몽골 현지인을 운전기사 겸 안내원으로 소개받아 동행했다.

몽골의 수도 울란바타르(Ulaanbaatar)에서 해지는 서편의 고비 사막으로 가는 행로에는 도시와 도시를 연결하는 좁은 도로를 제외하고는 따로 길이 없었다. 어찌 보면 모든 게 다 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넓은 평원에는 앞서간 차들이 만들어 놓은 길이 있었지만, 어찌나 울퉁불퉁하던지 차가 몹시 뒤흔들렸다.

게다가 우기에 내린 비로 패어진 길을 피해 뒷차들이 계속해서 방향을 틀기 때문에 수많은 갈래길이 만들어졌다. 그럼에도 신기하게 결국에는 한 목적지에 이르게 됐다. 인생길도 마찬가지이다. 사람들이 저마다 다른 길을 가는 것 같지만, 결국 죽음이라는 동일한 목적지에 도달하지 않는가? 빈부귀천을 막론하고 죽음에 이르는 것, 그게 바로 인생이다.

울란바타르에서 출발할 때만 해도 목적지가 사막이라는 생각에 단조롭고 지루한 여정이 될 것이라고 짐작했다. 하지만 막상 여행을 시작하고 보니 차장 밖으로 펼쳐지는 드넓은 광야와 지평선에서 만나는 드높은 하늘이 마치 거대한 조각공원처럼 느껴졌다.

시시각각으로 변화하는 풍경들은 마치 커다란 화폭의 명작들이 걸린 갤러리를 연상케 했다. 비록 그림을 그리는 위대한 손은 볼 수 없었지만, 구름이라는 하나의 소재만으로도 각양각색의 모양들이 실시간으로 연출됐다. 들판은 이름 모를 키 작은 관목들과 온갖 풀꽃이 피고 지는 드넓은 화단이었다. 실로 고비사막은 그분의 국립공원이었다.

기나 긴 여행 중 해지는 저녁을 맞게 되면 야영을 할 수 없어 식당과 여관이 있는 작은 도시를 찾아야 한다. 그런데 캄캄한 길을 아무리 달려도 사방에 불빛 하나 보이지 않는다.

점점 목적지가 가까워지자, 검은 빛의 긴 산맥과 더불어 연한 색깔의 머리띠 같은 사막의 풍경이 시작되었다. 간간히 여행객을 실은 차가 뽀얀 먼지를 일으키며 지나가는 것을 보면서 도달할 때가 임박했다는 느낌이 들었다.

마침내 고비 사막에 도착하자 급히 장비를 챙겨서 안내원과 나누어 들며 사막에 올랐다. 하나님의 거대한 조각공원은 너무나 광대하여 한 눈에 다 담을 수조차 없었다. 앞서 다녀간 사람들의 족적이 흩날리는 바람결에 점점 지워지고 있었다. 면도날처럼 날카롭게 보이는 능선의 경계선을 밟으며 힘들게 한 걸음 한 걸음씩 좀 더 높은 곳에 올랐다.

몽골과 중국 국경사이에 위치한 고비사막은 길이가 동서로 1500km, 남북으로 800km에 이른다. 면적은 무려 129만5000㎢에 이르는 거대한 사막으로 위도 상 가장 북쪽에 위치해 있다고 한다.

‘고비’라는 말은 몽골어로 ‘풀이 잘 자라지 않는 거친 땅’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한다. 그 이름에 걸맞게 연간 강수량이 겨우 25~50mm정도 밖에 되지 않는다고 하니, 아무 생명도 살 수 없는 불모지라고 생각될 것이다. 그러나 출애굽한 이스라엘 백성을 사십년 동안 광야에서 먹여 살리셨던 하나님께서는 고비사막 주변에도 수많은 생명들이 살아가게 하셨다.

오아시스가 흐르고, 목동이 양을 이끌고 거닐며, 창공을 나는 새와 듬성듬성 자라는 잡초들 그리고 모래 속으로 몸을 숨기는 작은 도마뱀들이 눈에 띈다. 우람한 산봉우리 같은 사막의 능선은 시시각각 바람을 타고 변화하는 모습으로 역동성을 보여준다. 그리 강하지도 않은 바람에 작은 모래 알갱이들이 쉴 새 없이 ‘살살살’ 소리내듯 이동하며 사막의 풍경을 수시로 바꾸는 것이다.

사막의 특성상 당일치기로 대충 경치를 훑어보고 돌아와야 하는 불가피한 일정 때문에, 라면으로 점심을 때우는 시간을 빼고는 마치 넋 나간 사람처럼 오로지 사진을 찍는 데만 몰두했다. 결국 귀로를 재촉하는 아내의 성화가 있고서야 서둘러 차로 돌아왔다.

돌아오는 길 어디쯤이나 되었을까? 오아시스 주변에 수십 마리의 쌍봉낙타를 키우는 목장을 지나는데, 마침 해가 넘어가고 있었다. 어쩌면 고비사막 여행을 힘들게 마친 필자에게 주님이 주시는 선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감사가 탄성이 되어 차를 급히 멈추고 순간적으로 기울어지는 석양을 사진에 담았다. 오늘 소개하는 작품 중 하나가 바로 그 사진이다.

다만 아쉬운 점은 하나님이 창조하신 광대한 장관을 사진 석 장으로 표현하기에는 필자에게 뛰어넘을 수 없는 한계가 존재한다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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