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개혁사상 부흥운동 인사이트 (insight) 개혁주의 구약신학 ③ 구약에 나타난 개혁운동으로서의 여호와 경외 세계관

구약의 지혜문학이 보여주는 ‘여호와 경외 세계관’ 개념을 통해 개혁사상이 지향해야 할 실천적 운동 방향성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지혜문학의 신학적 성격:하나님 나라 운동의 세계관

▲ 김희석 교수 ·총신대학교 구약학 ·개혁사상부흥특별위 전문위원

구약에 제시되는 하나님 나라에 대한 설명 중에는 하나님 나라 백성의 삶을 구체적으로 다루는 두 개의 영역이 존재한다. 첫째는 율법이며, 둘째는 지혜이다. 율법은 모세오경에 주로 등장한다. 십계명을 통해 하나님 백성의 삶의 기초적 원리를 보여주고, 세부적인 규정들을 통해 십계명의 원리를 이스라엘 상황에 적용한다. 율법은 그 규정에 대한 준수 여부에 따라 순종과 불순종이라는 이분법적 결과를 낳게 된다. 둘째로 지혜의 영역 즉 욥기, 잠언, 전도서 및 시편의 지혜시 영역이 있다. 이 지혜의 영역은 하나님 백성의 삶을 드러낸다는 점에서는 율법과 유사하지만, 결과적으로 율법처럼 이분법적 결과를 보여주지는 않는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잠언에 나타나는 일상적인 삶의 이슈들이나 전도서에 드러나는 인생의 의미나 욥기가 씨름하는 하나님의 통치에 대한 문제들은 율법의 영역처럼 순종했느냐 불순종했느냐의 이분법적 사고로는 다룰 수조차 없다. 지혜의 영역은 오히려 보다 통전적인 판단의 관점, 즉 ‘세계관적 관점’에서 이해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구약 지혜문헌인 욥기, 잠언, 전도서는 하나님 나라의 백성이 된 자들이 이 세상 가운데서 어떻게 사고하고 분별하고 판단하며 살아갈 것인지를 보여주는 세계관적 가르침을 담고 있는 것이다.

여기서 우리는 욥기, 잠언, 전도서가 갖고 있는 사상적 공통분모인 ‘여호와 경외 사상’에 주목해야 한다. 이 세 권의 책은 모두 여호와를 경외 사상을 집중적으로 강조한다. 잠언은 여호와 경외의 신앙을 인식론적 관점에서 풀어내고 있으며, 전도서는 존재론적 관점에서, 욥기는 신론적 관점에서 각각 접근한다. 본 글에서는 잠언에 나타난 여호와 경외의 인식론적 관점에 대해서 집중적으로 조망하도록 한다.

잠언의 구조와 해석학적 이슈들
잠언은 총 31장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세 부분으로 나누어진다. 첫째, 1~9장은 잠언 전체의 서론으로 솔로몬이 아들을 훈육하는 내용을 담고 있으며 ‘지혜를 반드시 얻으라’는 교훈을 전달한다. 둘째, 20~29장은 잠언의 본론 부분인데, 또 다시 세 하위구조로 이루어져 있다.

10:1~22:16은 개별잠언 모음집, 즉 일상생활에 대한 통찰을 제공하는 독립적 형태의 잠언들을 수집해놓은 모음집이다. 22장 17절~24장 34절은 지혜자들의 말씀들로서 1~9장의 내용과 사뭇 유사하며 지혜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강조한다. 25~29장은 두 번째 개별잠언 모음집으로서 형태상 10장 1절~22장 16절과 유사하다. 이러한 10~29장의 내용들이 어우러져 잠언의 본론 부분을 이루어낸다. 셋째, 30~31장은 잠언의 결론부이다. 30장은 아굴의 잠언이며, 31장 1~9절은 르무엘 왕의 어머니의 가르침을 담고 있으며, 31장 10~31절은 현숙한 여인을 칭송하는 노래이다.

이러한 잠언의 거시적 구조를 생각할 때 기억해야 할 사항이 있다. 바로 10~29장의 본론이 우리의 일상생활과 관련된 매우 다양한 주제를 다루고 있다는 점이다. 10~29장은 하나님 나라의 개혁운동의 실천 현장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데 10장 1절~22장 16절 및 25~29장의 개별잠언들은 원래 독립적으로 지어졌다가 이후 수집되는 과정을 거쳤기 때문에 특정한 문맥이나 역사적 배경을 파악하기가 매우 어려워, 각각의 잠언들의 뜻을 이해하고 적용하기가 쉽지 않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잠언 10~29장을 해석하고 사용할 수 있을까? 바로 이런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잠언서 전체의 해석학적 서론인 잠언 1~9장을 살펴보아야 한다.

잠언 1~9장:여호와 경외가 지혜를 얻는 방법
잠언 1~9장은 잠언서 전체를 위한 ‘사용설명서’의 기능을 지니고 있다. 그 해석학적 렌즈 기능의 핵심은 바로 ‘여호와 경외 사상’에 있다. 잠언 1장 7절 및 9장 10절은 잠언 1~9장의 초두와 결어 부분에서 수미쌍관 기법을 사용하면서 ‘여호와 경외가 지혜의 근본’임을 뚜렷이 강조한다. 그렇다면 ‘여호와를 경외하는 것이 지혜의 근본이다’는 말씀의 의미는 과연 무엇일까? 1~9장의 스토리 라인은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을 찾아가는 과정이다.

1~9장에는 다양한 여러 가지 주제들의 말씀들이 주어져 있어서 각 문단이 각각의 의미와 메시지를 전달해주지만, 거시적인 관점에서 전체를 포괄하여 생각해보면 그 핵심은 ‘지혜를 얻는 방법’에 관한 것임을 깨닫게 된다. 솔로몬은 줄곧 자신의 아들에게 ‘지혜를 얻으라’고 반복해서 명령한다. ‘지혜’로 번역된 히브리어는 ‘호크마’라는 여성형 명사인데, 여성형이기에 자연스럽게 문맥의 발전과정을 통해 한 사람의 여성으로 의인화된다. 결국 아들에게 지혜를 얻으라는 솔로몬의 교훈은 궁극적으로 ‘지혜라는 여인과 결혼하라’는 남녀관계의 메타포로 발전된다. 잠언의 독자라면 남녀노소 누구나 지혜와 결혼한 것 같이 지혜를 굳게 붙드는 인생을 살아야 한다는 의미이다.

그런데 잠언 1~9장은 솔로몬의 아들, 즉 독자가 지혜와 결혼하지 못하게 방해하는 존재가 있음 역시 알려준다. 바로 ‘음녀’인데, ‘지혜’와 대조되는 또 하나의 여성형 메타포이다. 우리말로 ‘음녀’로 번역된 히브리어는 ‘이샤 짜라’로서 ‘낯선 여인’ 곧 ‘다른 영역에 속한 여인’이라는 뜻이다. 이 음녀는 2~7장에 주로 등장하며, 9장에서는 ‘우매 여인’ 혹은 ‘미련함의 여인’으로 결론지어진다. ‘음녀’ 곧 ‘우매 여인’은 ‘지혜 여인’에 반대가 되는 여인으로, 지혜를 취하지 못하도록 거짓으로 유혹하는 존재이다. 그렇다면, 잠언의 독자는 어떻게 해야 음녀 곧 우매함의 유혹을 물리치고 지혜와 결혼할 수 있을까?

그 내용이 5~8장에 펼쳐지며, 그 핵심을 요약한 결론적 서술이 9장 10절에 기록되어 있는데, 바로 ‘여호와를 경외함이 지혜의 근본이다’라는 말씀이다. 여기서 ‘근본’으로 번역된 히브리어는 ‘테힐라’라는 단어인데 ‘시간적인 출발점’을 의미한다. 따라서 9장 10절의 뜻은 ‘여호와를 경외하는 신앙이 지혜를 찾아내는 출발점이다’가 된다. 음녀와 우매는 우리가 지혜를 찾아내도록 그냥 내버려두지 않는다.

오히려 우리를 유혹하여 음녀와 우매를 지혜로 착각하도록 만들려고 한다. 그렇기에, 지혜를 얻어 참 지혜로운 인생이 되기 위해서는 지혜 자체를 찾으려 하지 말고 여호와를 경외하는 신앙을 가지려고 해야 한다. 여호와를 경외하려 할 때 지혜를 얻을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잠언 해석의 렌즈로서 ‘여호와 경외사상’
이러한 1~9장의 여호와 경외 사상은 10장 이후의 잠언서 본문을 위한 해석학적 렌즈가 된다. 수많은 개별잠언들을 해석하고 적용하려 할 때, 우리는 스스로 지혜로운 자가 되어 그 말씀을 통해 모종의 이익, 결과, 열매 얻기를 목표로 삼아서는 안 된다.

그 길은 도리어 유혹의 길이 되어 우리를 우매함으로 몰아갈 것이다. 잠언 말씀을 사용함에 있어 철저하게 ‘하나님을 경외하는 사람’이 되고자 해야 한다. 나의 이익, 공동체의 이익, 사역의 열매 등을 목표로 삼지 말고, 어떻게 해야 하나님을 존귀하게 할 수 있을지, 어떻게 결정해야 하나님을 두려워하는 사람이 될 수 있을지를 기준과 목표로 삼아야 한다. 그렇게 할 때 우리는 참된 지혜자가 되어 하나님의 영광을 드러내고 주님의 통치를 회복하는 개혁의 길로 나아갈 수 있게 된다.

잠언 31장 10~31절에는 남편의 인생을 복되게 만드는 현숙한 여인에 대한 송가가 나타난다. 현숙한 여인은 곧 1~9장이 설명한 ‘지혜’인 동시에 ‘여호와 경외 사상’을 뜻하는 이중적 의미를 지니고 있다. 31장 10절의 ‘여호와를 경외하는 여인이 칭찬을 받는다’는 구절은 ‘여호와 경외, 여인, 그녀는 칭찬을 받는다’로도 번역될 수 있다. ‘경외’로 번역된 원어는 ‘이르아’이다.

이 단어는 여성형 명사기에, 현숙한 여인이란 곧 ‘여호와 경외’라는 신앙적 개념을 여성으로 의인화한 표현임을 알게 된다. 31장의 복있는 남편은 ‘여호와 경외’와 결혼한 것인데, 여기서 이 ‘경외’ 여인은 1~9장의 ‘지혜’ 여인과 동일한 인물이다. 1~9장에서 지혜라는 여인과 결혼하라는 명령을 받았던 청년 아들은 31장에 와서는 여호와 경외라는 여인과 결혼한 모습으로 나타난 것이다.

9장 10절에서 가르쳐주신 것처럼, 1~9장의 청중인 아들은 지혜의 출발점인 ‘여호와 경외’와 결혼함으로써 ‘지혜’와 결혼하였고, 31장에 와서는 그 여인과 결혼한 삶이 얼마나 복된지를 그림처럼 펼쳐 보여주고 있다. 잠언은 우리에게 여호와 경외의 세계관과 결혼하여 우리의 인생 가운데 일어나는 모든 일들을 분별하고 판단하고 결정할 것을 요청하고 있다. 잠언의 여호와 경외 세계관은 인식론적 관점을 제시한다. 우리가 일상에서 경험하는 일들을 판단하고 분별할 때 하나님을 경외하는 것을 기준으로 삼아야 함을 알려주는 것이다.

결론:여호와 경외 세계관의 개혁운동

구약에 나타난 개혁은 하나님의 통치를 회복하는 하나님 나라 운동이다. 하나님께서는 인간의 죄로 말미암아 타락한 세상을 포기하지 않고 예수 그리스도를 보내시기로 약속하셨다. 그분의 통치에 순종하는 사람을 통하여 개혁을 이루어 가심을 이스라엘 역사 가운데 다윗언약을 통하여 보여주셨으며, 또한 지혜문학을 통하여 개혁의 실천이 여호와를 경외하는 세계관적 렌즈로 인생을 살아감으로 이루어지는 것임을 알려주셨다.

하나님의 통치를 회복하는 개혁이란 한 번의 외침에 그치는 얄팍한 구호가 아니다. 성도 개개인의 생활과 교회 공동체 사역에서 실천해 나가야 할 생활운동이다. 나 자신의 이익, 우리 교회의 유익, 기독교의 존재감만을 도모하고 싶은 유혹을 벗어버리고, 어떻게 해야 하나님의 영광을 드러내며 그분을 존귀하게 할 수 있을지를 기준으로 삼아 명확히 판단하고 분별하고 실천해야 한다.

이러한 여호와 경외의 세계관으로 살아내려고 끊임없이 노력할 때, 개혁사상의 실천적 운동이 되며, 하나님의 통치를 이 땅 가운데 회복하는 참된 길이 되어 우리를 이끌어줄 것이다. 궁극적 지혜이신 구주 예수께서는 바로 이러한 여호와 경외의 삶을 사셨다. 성부의 선하신 약속을 신뢰하고, 그분의 말씀에 순종하며, 십자가의 길이 곧 기쁨과 영광의 길이 될 것임을 믿으셨다.

하나님을 경외하는 관점으로 모든 상황을 해석하심으로 하나님의 뜻에 온전히 순종하신 것이다. 이 지혜의 길, 여호와 경외의 길, 예수께서 걸으신 길이 우리 개혁교회가 걸어가야 거룩한 순례의 여정이다. 우리를 통해 하나님의 통치가 회복되도록, 만유의 주이신 하나님의 영광이 드러나도록, 그분을 경외하기 위해 날마다 분투하고 노력하는 운동을 펼쳐 나가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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