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우 목사의 사진에세이/순례자의 길] (12)순례자의 길은 하루하루의 연속이다

사진1  봄비가 촉촉이 내린 아침 창문에 이슬이 방울방울 맺혔다. 이슬 너머 보이는 풍경이 더 없이 깨끗하고 풋풋하게 느껴진다. 봄날의 서정이 물씬 풍기는 아침이다.

사진2  한 여름 오후 해변에 나온 젊은 부부가 아이와 함께 즐거운 시간을 가지고 있는 모습이 무척 행복해 보인다. 오늘 행복한 자가 내일도 행복할 수 있다.

사진3  가을에는 단풍을 보아야 한다. 나뭇잎들이 곱게 물든 가을 길을 걷는 즐거움을 놓칠 수 없다. 가로수, 산책길, 숲속, 공원 어디라도 단풍을 보며 탄성을 지르고 행복을 느끼는 여유가 있어야 한다.

사진4  하늘에 갑자기 오로라가 나타났다. 긴 옷자락을 너풀거리며 춤추는 것처럼 보인다. 느린 템포와 빠른 템포로 변화무쌍하게 춤을 춘다. 밤하늘에 펼쳐진 거대한 빛의 향연이다. 길지 않은 시간 보여주는 이 천상의 쇼는 그 순간을 위하여 충실하게 준비한 자만이 잡을 수 있는 기회다.

잭이라는 사람이 있었다. 그는 전형적인 일중독(Workaholic)형의 사람이다. 그는 내일의 행복과 만족을 위하여 부지런히 일했다. 완전히 일에 푹 빠져서 살아갔다. 그러던 어느 날, 그는 출근길에서 뜻밖의 교통사고를 당했다. 병원에 실려 갔다. 응급수술을 하고 생명을 구했지만 다시는 걷기 어려울 것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그는 깊은 절망에 빠졌다. 사고소식을 듣고 찾아온 사람들이 그를 위로하면서 따뜻한 행복과 희망의 말들을 해줬다. 그는 처음으로 자신의 인생을 겸손하게 돌아볼 수 있는 기회를 가지게 되었다. 잭은 ‘삶의 진정한 가치가 무엇인지?’ ‘진정한 행복이 무엇인지?’ 자신이 언제나 내일, 또 내일로 미루어만 두었던 가치들과 행복의 의미를 점점 깨달아간다. 그는 내일 행복하기 위해서 삶의 진정한 가치들을 미루어 두었다. 내일을 위해 오늘을 희생한 것이다.

과거를 후회할 필요도 없고 미래를 두려워할 필요도 없으며, 지금 이 순간에 충실한 삶을 살아야 한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그는 절망의 어두운 터널에서 빠져나왔다. 새로운 삶에 눈을 떴다. 잭의 놀라운 변화를 통해서 그의 가족을 비롯한 주변 사람들 또한 아주 특별한 삶을 시작하게 되었다.

블룸버그(John G. Blumberg)라는 사람이 쓴 <카르페 디엠>이라는 책의 이야기다. ‘카르페 디엠(Carpe diem)’이라는 말은 고대 로마의 시인 호라티우스(Quintus Horatius Flaccus, 65~27 B. C.)가 쓴 라틴어 시의 한 구절이다. 흔히 ‘현재를 잡아라’, ‘오늘을 붙들어라’, ‘현실에 충실하라’, ‘지금 이 순간을 즐겨라’라는 말들로 번역한다. 영화 <죽은 시인의 사회>에서 영문학 교사 키팅 선생이 입시경쟁에 내몰려 자신의 삶을 잃어버린 학생들에게 외쳐 더욱 유명해진 말이기도 하다.

카르페 디엠, 오늘을 붙들어야 한다. 인생은 오늘의 연속이다. 어제는 이미 지나간 날이다. 어떻게 할 수가 없다. 내일은 아직 오지 않았다. 나의 시간이 아니다. 오직 오늘만이 나에게 주어진 시간이다. 오늘이 중요하다. 과거에 붙들려 오늘을 허비하지 말아야 한다. 그리고 오늘 해야 할 일을 내일로 미루지도 말아야 한다. 오늘 누려야 할 행복을 내일로 미루지 말아야 한다. 오늘 행복한 자가 내일도 행복하다.

오늘을 충실하게 사는 자의 어제가 아름답고, 오늘을 진실하게 사는 자의 내일이 밝은 법이다. 하루하루 ‘오늘’ 행복한 자는 그 인생 전체가 행복하다. 오늘 주님과 동행하는 자가 일평생 주님과 동행하게 되고, 장차 주님과 영원토록 함께 하는 자가 된다. 지금 여기에서 하나님의 나라를 얻고 누리는 자가 장차 완성될 하나님의 나라에 들어가게 된다. 순례자의 길은 하루하루의 연속이다. 오늘 믿음으로 살고, 오늘 주의 말씀에 순종하고, 오늘 주님과 동행하고, 오늘 행복하고, 오늘 하나님 나라를 누리는 자가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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