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속기획/ 기독교적 학습법 허와 실 ① 신앙과 성적 두 마리 토끼 잡을 수 있나

성적 부추기는 기독교 학습법은 무늬만 신본주의 … ‘점수보다 소명’ 발견 도와야

기독교 출판계에서는 기독교 학습법은 블루오션이다. <○○○ 학습법>이라는 제목만으로도 ‘흥행’을 보장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신앙과 학습을 동시에 붙잡는 비법에 목말라 있는 학부모들이 많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기독교 학습법은 진짜로 신앙과 학습,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을까? 기독교 학습법의 허와 실을 점검하고 제대로 된 학업 소명론에 대해 알아본다.<편집자 주>

● 성공사례. 일진에서 새벽형 인간으로

송진수(가명) 학생은 일명 ‘일진’이었다. 그는 중학교 2학년 때부터 오토바이를 타기 시작했다. 용돈을 벌어서 유흥에 쓰겠다고 어린 나이에 배달을 다녔다. 물론 공부는 일찌감치 때려치웠다.

고등학교 진학도 불가능했다. 그래서 고등학교 1년을 집에서 허송세월을 보냈다. 그러다가 부모의 권유로 A기독교 대안학교에 문을 두드리게 됐다. A대안학교 <○○○ 학습법>으로 인기를 모았던 ㄱ목사가 세운 학교다.

A대안학교는 기독교 관련 ㄷ학습법으로 유명한 곳이다. “신앙과 실력을 겸비한 21세기 리더를 양성한다”는 슬로건으로 새벽 공부를 강조하는 학교다. 진수는 이곳에서 ㄷ학습법을 통해 성적뿐만 아니라 믿음도 함께 붙잡았다. A대안학교에서 강조하는 ‘새벽형 인간’으로 바뀐 진수는 매일 새벽마다 예배로 하루를 시작하고, 이른 아침부터 공부에 몰두하고 있는 중이다. 영어 알파벳도 제대로 모르던 그는 이제 미국 대학교를 목표로 학업에 열중하고 있다.

● 실패사례. 신앙이란 이름으로 억압

한지혜(가명) 학생에게 A대안학교는 천국은 아니었다. 무엇보다 불만은 진짜 교사가 없다는 것이었다. 물론 SKY 출신 강사들로 포진되어 있었지만, 이들은 교육학을 전공한 정식 교사가 아니었다. 말 그대로 ‘학원 강사’ 딱 그만큼이었다. 그래서 학생의 진지한 고민이나 성장기에 따른 상담을 할 수 없었다.

또한 신앙이라는 이름으로 학생들을 억누르는 것이 싫었다. 예를 들어, A대안학교는 방학 때마다 ‘선교’라는 이름으로 학교 홍보지를 대형 교회 앞에서 돌리게 했다. 이에 불만이 있으면 “믿음이 없다”면서 책망하고 하루에 7~8시간씩 기도를 시켰다. 무릎꿇고 기도하는 게 싫어서 많은 학생들이 대형 교회 앞에서 홍보지를 나눠줘야 했다.

만만찮은 학비도 문제. 부실한 수업과 생활에도 불구하고 매달 300만원에 이르는 비용이 들었다. 한지혜 학생은 자신 때문에 생활고를 겪고 있는 부모를 보면서 죄인된 마음으로 살아야 했다. 결국 그는 A대안학교에서 나와서 검정고시 준비하고 있다.

 

▲ 주일학교 학생들은 “예수를 잘 믿으면, 성적도 좋아진다. 그러면 세상에서 리더가 될 수 있다”라는 말을 자주 듣는다. 얼핏 들으면 맞는 말 같지만, 사실 이는 성공지상주의를 바탕으로 한 ‘고지론’의 함정이다. 문제는 한국교회 안에 고지론을 기반으로 한 기독교 학습법이 범람하고 있다는 것이다.

● 성공주의 고지론, 신앙교육 망친다

대한민국 학부모들은 자녀에 대한 학구열이 유독 높다. 그래서 국가 경제가 휘청여도 사교육 시장은 불황을 모른다. 정부에 따르면, 지난해 사교육 시장 규모는 18조원을 넘어섰다. 대한민국 모두가 좋은 대학, 좋은 직장을 위해 끝없는 싸움을 하고 있는 중이다.

기독교 학부모들은 다를까? 기독교교육 전문가들은 “일반 학부모나 기독교 학부모나 똑같다”고 입을 모은다. 기독교학교교육연구소 이종철 실장은 “청소년을 대학 간판으로 구분하는 사회도 문제지만, 신앙을 가지고 있는 기독교 학부모들도 학교 성적을 최우선 가치로 두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런 분위기를 반영하듯, 기독교 서점에 가면 <○○○ 학습법>이라는 책을 쉽게 볼 수 있다. 다들 나름의 교육이론을 제시하고 있지만 핵심은 “신앙과 학업을 동시에 잡을 수 있다. 신앙생활을 철저히 하면 성적이 오른다”는 것이다. 여기에 “문제아도 ○○○ 학습법으로 일류대학에 입학했다”는 홍보문구가 기독교 학부모들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하지만 기독교 학습법과 관련된 책 대부분은 ‘고지론’의 함정에 빠져 있다는 것이 기독교교육 전문가들의 공통적인 입장이다. 고지론은 “높은 지위에 오를수록 기독교적 영향력이 높아진다”는 주장으로, 다니엘이나 요셉처럼 영향력 있는 사람이 돼야한다는 식이다.

문제는 한국교회가 성공주의에 빠지면서 고지론이 일반 성도들에게까지 깊숙이 파고들었다는 것이다. 그래서 기독교 학부모들도 자녀들이 신앙적으로나 세상적으로 성공해야 한다고 압박한다. 기독교 관련 <○○○ 학습법>이라는 책이 끊임없이 나오고, 나올 때마다 베스트셀러를 차지하는 것도 이런 고지론에 빠져 있기 때문이다.

나상범 목사(가명)는 “교육전도사 시절에 <○○○ 학습법>을 읽고 중고등부 학생들에게 적용시키려 했다”면서 “지금 생각해보니 그 책은 철저하게 고지론의 입장에서 쓰여진 것”이라고 비판했다.

책의 저자 ㄱ목사는 자신이 개발한 기독교 학습법을 ‘신본주의 학습법’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이에 대하 나 목사는 “입시주의 교육 시스템이라는 현실에서 본다면 일류대학을 나오고 좋은 직장에 들어가야만 하나님께 더 쓰임을 받는다는 착각을 갖게 하는 책”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상술에 눈이 어두운 일부 출판사들도 문제다. 최근 기독교 학습법과 관련된 책을 출간한 ㄴ목사는 “원래 책 내용은 학습법과 관련이 없었다. 그런데 기독교 출판사에서 학습법이라는 제목이 들어가야 책이 많이 팔린다면서 일방적으로 책 제목에 학습법이라는 단어를 끼워 맞췄다”고 말했다.

한국교회의 성공주의, 그리고 성도들의 삶에 파고든 고지론, 여기에 일부 기독교 출판사의 상술이 한데 버무려져서 ‘학력지상주의’를 만들어내고 있다.

기독교학교교육연구소 이종철 실장(사진)은 교회와 기독교 학부모들이 교육에 대한 생각부터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독교 관련 학습법이 끊임없이 등장하는 것은 잘못된 교육관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종철 실장은 이어 “사실상 기독교 학습법은 실체가 없는 것 아니냐?”고 반문하면서 “일반 학습법에 하나님을 끼워 맞춰 놓은 것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기독교에는 10여개 이상의 다양한 학습법이 있습니다. 모두들 신앙을 강조하고 있지만 학습적인 면을 살펴보면 실체가 없어요. 그냥 세상에 널리 알려진 학습법에 신앙을 끼워 맞춘 것에 불과합니다.”

물론 기독교 학습법의 장점도 있다. “흔히들 공부와 신앙을 분리하는 경향이 강하다. 시험기간이라고 교회 빠지는 것을 당연시 여기는 풍토가 문제”라고 지적한 이종철 실장은 “여호와를 경외하는 것이 지식의 근본이라는 말씀처럼 신앙과 학업은 분리되어 있는 것이 아니다. 기독교 학습법은 이를 연결시키는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이종철 실장은 근본적인 질문부터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즉 “공부를 왜 해야 하나? 공부의 이유는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스스로 하게 만들고 “하나님의 영광을 위해서 공부한다”는 해답을 찾도록 도와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끝으로 “청소년 시기에 점수 1점을 올리는 것이 목표가 되면 절망만 남는다”면서 “오히려 하나님께서 자기에게 주신 소명을 발견하고 건강한 직업관과 성공관을 갖는 것이 우선”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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