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속기획] 기독교적 학습법 허와 실③ 사교육 대안 ‘입사기’가 뜬다

고지론과 기복주의 물든 수능기도회에 성경적 변화 주도, 은사 계발 비전교육 강조
 

중3 딸과 중1 아들을 둔 이혜숙 집사는 소위 ‘명문통’으로 불렸다. 김 집사의 머릿속은 온통 두 자녀의 명문대 보내기로 가득 차 있었다.

“초등학교 1학년 때 준비하면 늦어요. 최소한 5살 유치원 때부터 시작해야 합니다. 대학에서 운영하는 부속 초등학교에 입학해야 그나마 수월하고요. 그 다음에 국제중, 특목고는 정식 코스죠. 이렇게 해야 명문대에 입학시킬 수 있어요.”

그러나 김경숙 집사는 자녀들을 강남 8학군에서 타 학군으로 전학시켰다. 집도 서울 강남에서 외곽으로 옮겼다. 주변에서는 “자식 농사를 망치는 일이다”면서 만류했지만, 그의 신념은 확고했다.

▲ “기독교 불교 천주교보다 더 강력한 종교는 일류대학교”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교회마저도 입시열풍에 병들어 가고 있다. 입시사교육바로세우기기독교운동(입사기)이 이러한 병폐를 막고 하나님의 관점에서 다음세대를 바라보자는 뜻으로 해마다 ‘비전입시설명회’를 개최하고 있다.

김경숙 집사가 명문대의 꿈을 과감히 접을 수 있었던 것은 입시사교육바로세우기기독교운동(입사기)을 접했기 때문. 그는 2년 전 입사기에서 ‘기독학부모교실’을 수료했다. “아직도 아이들이 좋은 대학에 가길 바란다”고 말한 김 집사는 “그러나 지금은 자녀의 관점에서 바라보려고 노력한다. 성적보다 하나님께서 자녀에게 주신 소명과 달란트를 찾으려고 몸부림을 치는 중”이라고 강조했다.

세 아이의 엄마인 고영경 집사도 비슷한 사례다. 그는 첫째와 둘째를 ‘다니엘학습법’으로 교육했다. 물론 성과는 꽤 있었다. 새벽마다 일어나 말씀을 읽고 공부했기 때문에 다른 집 아이들보다 성적이 좋았다. 성적에 욕심이 난 그는 “아예 다니엘학습법을 하는 대안학교로 보낼까”도 고민했었다고 한다.

하지만 지금은 다니엘학습법도, 다니엘리더스스쿨도 포기했다. 자녀를 향한 하나님의 꿈은 ‘성적’이 아님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그는 중학교에 다니는 두 자녀를 자퇴시키고 대안교육을 실시 중이다.

“기독교인은 교회에서 신앙이 좋아야 하고, 학교에서도 성적이 좋아야 한다고 착각했습니다. 교회 간증집회도 비슷하잖아요. ‘예수를 잘 믿었더니 명문대학에 갔다, 그래서 하나님께 영광을 올려 드린다’ 이런 식으로 간증하잖아요. 그러면 명문대학에 가지 못한 수십만명의 학생들은 하나님의 영광을 가린 건가요? 우리는 그동안 고지론에 속아왔던 겁니다.”

기독교적 대안 ‘입사기’ 뜬다

명문대학에 함몰된 대한민국. 이를 기독교적 시각으로 치유하는 운동이 전개되고 있다. 기독교학교교육연구소, 직장사역연합, 종은교사운동 세 단체는 2006년 입시사교육바로세우기기독교운동을 설립했다.

입사기는 현재 ‘쉼이 있는 교육 프로젝트’를 전개하고 있다. 중고등부는 시험기간만 되면 60%가 결석한다는 웃지 못한 통계가 있을 정도다. 따라서 입사기는 “주일에도 학원으로 달려가 입시 우상에 희생제물을 드리는 다음세대가 하나님의 창조명령인 안식을 회복해 거룩하고 복된 삶을 누리도록 하자”고 제안한다.

입사기는 이를 위해 네 가지 실천항목을 제시한다. 학부모는 “주일에는 자녀를 학원에 보내지 않겠다”라고 실천하는 것이며, 학생은 “주일에는 공부를 하지 않고 온전한 쉼을 누리겠다”고 선언하는 것이다. 목회자는 “성도들에게 온전한 진리의 말씀을 선포하며 실천하도록 돕겠다”고 다짐하며, 학원장은 “주일에는 학원을 열지 않겠다”고 선언한다.

수능기도회, 이렇게 바꾸자

입사기의 또 다른 사역 중 하나는 고지론과 기복주의에 물든 수능기도회를 성경적으로 바꾸는 것이다. 입시철이 되면 교회마다 수능기도회가 범람한다. 그러나 수능기도회가 주일학교에는 별 도움이 되지 않는 것으로 분석된다. 입사기가 주일학교 담당 교역자 200명을 상대로 설문한 결과, 81.8%의 응답자가 한국교회가 실시하고 있는 수능기도회에 문제가 있다고 답해 수능기도회의 목적과 방향에 문제가 있음을 지적하고 있다. 특히 기도회가 너무 기복적이며(52.1%), 출세지향적이며(33.6%), 타종교와 구별되지 않는다(9.2%)는 응답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입사기 공동대표 박상진 교수는 “현재 수능기도회는 자기 자식만을 놓고 기도하는 이기적인 기도, 요행만을 바라는 기복적인 기도, 성적만 강조하는 편향적인 기도에 묶여 있다”고 지적했다.

입사기는 “오직 결과만을 위해서 기도하는 수능기도회는 교회의 본질을 세속적인 성공주의에 자리를 내주는 것이나 마찬가지이고 더욱 더 교회의 정체성을 훼손하는 일이 될 것”이라고 우려하면서 “야고보서 4장 3절의 말씀을 보면 정욕으로 구하는 기도는 응답 받을 수 없다. 우리의 기도는 본래의 자리로 돌아가야만 한다”고 강조한다.

고지론 아닌 소명관 갖게 해야

기독교 학습법은 필요하다. 학업 또한 하나님의 영역이기 때문에 공부에서도 하나님의 방식이 있다.

문제는 공부를 바라보는 인간의 관점이다. 학업에서도 하나님의 나라를 찾아야 하건만, 기독교 학부모나 교회 모두 일류대학만 바라본다. 그러기에 “기독교 불교 천주교보다 더 강한 종교는 일류대학교”라는 자조적인 말이 나오는 것이다.

사실 기독교 학습법 자체는 고지론을 주장하지 않는다. 하지만 목회자나 성도들이 앞다퉈 기독교 학습법을 고지론으로 덧칠한다. 즉 성적이 좋으면 신앙심도 깊고, 반면에 성적이 낮으면 믿음도 없다는 편견으로 다음세대를 평가한다.

그렇다면 대안은 무엇일까? 기독교학교교육연구소 박상진 소장은 “진정한 자녀교육의 성공은 하나님의 일꾼으로 쓰임 받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는 “비전은 저마다 특별하다. 자녀의 은사를 계발하고, 자녀가 잘하는 것에 주목하자”면서 “자녀에게 부모의 욕심을 투영하고 있지 않나 되돌아보라. 세상과 사회의 기준이 아닌 자녀의 소질과 재능과 흥미와 노력을 고려해 비전을 갖게 하는 것이 진정한 기독교 학습법”이라고 강조한다.

“자녀의 은사를 고려해 진로를 생각하라. 하나님은 모든 자녀에게 100%의 가능성을 주셨다. 은사를 계발하는 것은 하나님의 부르심에 응답하는 것이다. ‘너는 특별하다’라는 말을 부모는 자녀에게 꼭 해줘야 한다. 그리고 자녀의 강점에 주목하고 그 가능성을 끄집어 낼 때, 자녀가 그 은사를 통해 꿈과 비전을 이뤄갈 것이다.”

“넌 학원 가니? 난 교회 간다!” 기독교학교육연구소 박상진 소장의 <하나님의 학습법>은 성경 구절을 인용해 기독교 학습법의 다섯 가지 원리를 제시하고 있다. 그가 학업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여경지근’이다. 잠언 1장 7절의 “여호와를 경외하는 것이 지식의 근본이거늘 미련한 자는 지혜와 훈계를 멸시하느니라”라는 말씀이 기독교 학습법의 원리라는 것이다. 그러기에 “신앙과 태도와 학업은 더불어 성장한다”면서 “가정예배부터 회복하고 말씀으로 교육하라”고 강조한다. 이어 “부모가 먼저 진정한 그리스도인이 되고, 부모의 삶을 통해 교육하라”고 조언한다.

여경지근이 첫 번째 원리라면, 두 번째 원리는 ‘자기주도학습’이다. 이어 ‘꿈과 비전의 원리’ ‘집중의 원리’ ‘신뢰의 원리’ 순이다.

<하나님의 학습법>을 읽다보면 깨닫는 것이 있다. “내가 자녀를 망치는 원인이었구나. 양육권을 다시 하나님께 돌려 드려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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