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영 목사의 사진에세이/다시, 개혁으로] (13)세상의 길 위에서 하나님의 길을

사진❶ 모든 것이 잘되고 평화스러울 것 같은 교회.

저는 야구를 참 좋아합니다. 때로는 야구를 보며 ‘우리가 살아가는 인생 같다’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1회부터 9회까지 주어진 동일한 시간, 승리라는 동일한 목표, 그 안에서의 다양한 전략, 예상할 수 없는 상황의 연속, 결국 승리자는 한 팀에게만 주어진다는 것. 이 모든 것이 인생을 표현해 주는 것 같습니다.
개혁주의를 표방하는 교회가 때때로 오해하는 것이 있습니다. ‘하나님의 교회는 1회부터 9회까지 하나님의 뜻대로 세운 우리의 전략에 따라 실수 없이 진행될 것이며, 결국 멋지게 승리할 것이다’라는 생각입니다. 어떻게 보면 맞는 말입니다. 그러나 그런 생각 때문인지, 중간 중간 끼어드는 수많은 어려움과 위험에 대해 과민 반응할 때도 있습니다. 때로는 그 관념을 지켜내기 위해 지나친 고집을 부릴 때도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현실은 어떻습니까. 하나님께서 세우신 교회라 할지라도, 이 땅에서 교회가 겪는 상황은 호락호락하지 않습니다. 늘 어려움과 아픔이 있고, 상처와 분열이 있고, 악한 자들과 약한 자들이 함께 합니다. 아무리 우리가 하나님의 뜻대로 전략을 짜고 발버둥 쳐도 현실은 크게 바뀌지 않습니다.
 


사진❷ 급변하는 세상 속에서 악한 것과 동거하지는 않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그들과 교제하며 변화를 추구해야 합니다.

그래서 칼빈은 교회론을 말할 때, ‘악한 것과의 교제’를 강조합니다.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과 교회라는 밭에는 ‘알곡과 가라지’가 섞여있다는 것을 인정하라는 것입니다. 인정하라는 게 무조건 똑같아져야 한다는 것도, 무조건 배척하라는 것도 아닙니다. 그 안에서 그들과 함께 동거하라는 뜻이 아니라, ‘그럼에도 불구하고’ 교제하며 살아갈 방법을 찾으라는 것입니다.
세상은 상당히 빠른 속도로 변해가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빠른 속도를 쫓아가지 못하면 세상에서 도태될 수밖에 없습니다. 교회도 그 가운데 서 있는 것입니다. 교회는 저 멀리 산 속에서 주님만을 묵상하며 자기 수양하는 곳이 아닙니다. 누군가의 말처럼 “세상의 길 위에서 하나님의 길을 걸어야 하는 존재”가 교회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성경의 가치관, 또는 하나님의 생각과 다른 자들과 함께 살아가는 지혜가 필요합니다. 그들과 함께 교제하면서 그들을 하나님의 품으로 안을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합니다. 그래서 힘든 겁니다.
나만 잘하는 것은 쉽습니다. 우리 교회만 잘 이끄는 것은 쉽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세상과 함께 가야하고, 세상의 가치관을 가진 자들과 함께해야 합니다. 복음을 지키면서 말입니다. 그러므로 우리의 삶이 쉽지 않은 것은 어떻게 보면 무척 당연한 것입니다.
 

사진❸ 교회를 향한 공격은 매섭지만 결국 복음으로 승리하실 우리 하나님을 신뢰합시다.
그래서 “개혁교회는 늘 개혁될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절대 변하지 않는 하나님의 말씀을 굳건히 붙잡되, 정신없이 변해가는 세상과 함께 걸어가야 하기 때문에 개혁은 필수인 것입니다. 그들과 함께 섞여 살면서 구별되어야 하기 때문에 그것이 개혁인 것이고, 힘들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교회를 향한 공격이 매섭습니다. 비성경적인 가치관이 교회로 침투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이런 현상이 더욱 심해질 것은 자명한 사실입니다. 그러나 하나님은 절대 악과 무관하신 척 하지 않으실 것입니다. 오히려 악이 득실거리는 상황 속에서 자신의 의를 드러내시는 방법을 택하실 것입니다. 비성경적인 흐름 속에서도 여전히 승리하는 복음의 능력을 보이실 것입니다.
여러분은 어떻게 살아가시겠습니까? 경기가 잘 풀리지 않는다고 불평하며, 자기 뜻대로 이 선수 저 선수 바꿔가며 9회까지 조마조마 하시겠습니까. 아니면 9회 말 투아웃에서 역전 만루 홈런을 치실 하나님을 소망하며, 하나님께서 짜주신 선수와 전략을 신뢰하며, 때론 잘 풀리지 않더라도 지금 주어진 이닝에 주어진 자리에서 최선을 다해 여러분의 소임을 다하시겠습니까.
분명히 기억합시다. 우리가 승리하는 이유는 잘 짜여진 각본 때문이 아니라, 결국 승리라는 결론으로 각본을 만들어 놓으신 하나님 때문인 줄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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