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처가에서 장인어른께 이야기를 들었다. 장모님과 처음 만나서 지극한 정성이 담긴 편지를 보내면서 연애하시던 이야기였다. 두 시간이나 길게 이어졌지만 지루하지 않을 만큼 재미나서 아내와 처형, 동서와 마주 앉아 시간 가는 줄을 몰랐다. 두 분에게 그런 멋진 로맨스가 있었다니, 그것도 40여 년 전?? 상큼한 영화 ‘인어공주’는 목욕탕에서 고단하게 일하는
국가정체성 논란으로 한동안 뜨거웠습니다. 꽤나 심각하게 싸운 사람들도 있지만 별로 논할 가치나 의미가 없는 문제라고 여겨 생각을 접었습니다. 그렇지 않겠습니까? 국민 간에 인종이 달라 갈등이 심한 것도 아니고, 고구려·백제·신라로 나뉘었던 과거의 부족 전통과 자존심이 남아 으르렁거리는 것도 아닙니다. 국민들 사이에 이념적인 차이가 있다고는 하지만 극단으로
현대 문화에서 공간은 매우 많은 의미를 함축하고 있다. 그 대표적인 예로서 ‘파사주’를 든다. 파사주는 기후와 무관하게 어떤 시간에도 이용할 수 있는 도시 상점가라 할 수 있다. 이 안에 있을 때 느끼는 공간감은 특별한 것이다. 이것을 잘 느낄 수 있는 곳이 미국 라스베가스의 호텔 파사주이다. 호텔마다 특색있게 꾸며진 그 곳 파사주는 저마다의 개성을 가지고
우리 집에 거실에는 3마리의 돼지가 산다. 아이들의 이름이 새겨진 돼지 저금통이다. 어제는 사무실 서랍정리를 하였다. 주머니에서 짤랑거리던 동전들을 모아둔 것들을 정리해 보니 꽤 많았다. 만원 가까이 되었다. 퇴근길에 봉투에 담아 집으로 가져가 아이들에게 "애들아 오늘은 돼지 밥 먹이는 날이다"고 선언하였다. 어떻게 아이들 마음이 상하지 않고 의미있게 동전
전쟁에 휘말린 한 젊은이의 안타까운 죽음은 근본적인 문제인 ‘전쟁과 평화’의 본질에는 가 닿지 못한 채 잊혀져가고 있다. 영화 속에서 말하는대로 남자들은 권력을 탐하기에 끝없이 전쟁을 일으킨다. 죽을 줄 알면서도 전쟁을 하지 않고는 못 배긴다. 오늘도 명분 없는 전쟁을 일으켜 세계적 비난을 받는 전쟁광이 존재하는 것을 보아도 영화 속 이야기는 현실이다. 호
며칠 전 이라크에서 소식을 전하다 귀국한 평화 운동가와 잠시 마주하게 되었습니다. 알고 지낸 사이이긴 하지만 사선을 넘나 든 그의 얼굴은 제가 기억하던 후배의 얼굴과는 같으면서도 한참 달라보였습니다.정말 고맙고 반가웠던 것은 그의 얼굴에서 역력히 드러나던 이라크 사람들에 대한, 살아있고 살아가는 사람들에 대한 사랑이었습니다. 살벌한 전장(戰場)과 혼돈의 거
아까운 한 젊은이가 먼 이라크 땅에서 스러져 갔다. 그의 죽음은 그저 한 개인의 죽음이 아니었다. 그래서 그 죽음을 둘러싸인 관점의 겹은 매우 다양하게 나타난다. 국가의 국민에 대한 보호의무라는 관점의 겹은 국가의 책임을 묻게 한다. 가족의 정이라는 관점의 겹은 못다 핀 자식과 형제에 대한 사랑의 반응을 보이게 한다. 정치인은 정치인대로, 시민운동가들은 시
요즘 한강에 있는 다리들을 보면 염려가 앞선다. 오늘도 누가 올라와 있는 것은 아닐까? 사람들은 많은 일들에 대해 염려한다. 염려가 지나치면 마음의 병이 되기도 한다. 그래서 염려를 가지고 사업을 하는 사람들도 있다. 대표적인 것이 보험이다. 사람들은 발생하지도 않은 일들을 가지고 염려하는 덕분에 많은 보험료를 지불하고 살아간다. 소득이 많아지면 많아질수록
한 달쯤 전 아이들과 함께 덕수궁 미술관에 간 적이 있는데, 딸아이가 수돗가에서 넘어져 돌로 된 세면대에 앞 이마를 부딪쳤다. 살점이 떨어져 나가고 피가 철철 흐르는 딸아이를 둘러업고 도심에서는 그렇게도 안 보이는 병원을 찾아 헤매다 결국 동네의 정형외과로 와서 떨어져 나간 부분의 살을 끌어당겨 2cm나 꿰맸다. 잠든 아이의 몸을 머리부터 발끝까지 쓰다듬어
17대 국회가 문을 열었다. 16대는 국민을 얼마나 실망시키고 사라졌던가. 조그만 사무실도 종무식이 있고 낚시를 즐기다가도 납회(納會)를 열며 시즌을 마무리하는데 국민의 대표기구인 국회가 소리소문도 없이 일대를 마감한 걸 보면 그 처지를 짐작할 수 있다. 이제 막을 올린 17대 국회. 당선되었다고 뛸 듯이 기뻐했고 이제 금뱃지를 달고 뿌듯해 하는 저들 중에
우리 사회는 점점 더 첨단 기술로 무장해 가고 있다. 이러한 첨단 기술로 무장된 사회에 직면하여 우리의 문화는 어디로 갈지 알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어린 아이들의 장난감에서부터 찾아볼 수 있는 첨단 기술은 남녀의 결합 없이 돼지 자궁에서 아기를 출산시키는 데까지도 적용될지 모를 일이다. 또한 그런 첨단 기술은 인간의 활동을 매트릭스 안에 가두어놓고 뇌
사람에게는 저마다 부족한 점이 있다. 그 부족함을 뛰어넘어 극복한다는 것은 참으로 어렵다. 그래서 서로 부족한 것에 대해서는 넉넉한 마음들이 있다. 그러나 단순히 부족하다는 것을 뛰어넘어 부족함에 지배당하며 사는 사람을 열등감에 사로잡혀 산다고 말한다. 한 사람이 가진 열등감은 삶의 전 영역을 지배하면서 인생을 무력하게 만든다. 무엇보다 심각한 것은 가정생
지난 금요일, 두 달여 동안 이 나라의 많은 사람들을 불안하게 했던 대통령 탄핵 사건은 헌법재판소의 기각 결정으로 판결이 났고 탄핵되었던 대통령은 업무에 복귀했다. 9주 전의 그 날도 금요일이었다. 정오를 앞둔 시각, 오산에 있는 한 회사의 예배 인도를 위해 가던 경부고속도로에서 갑자기 라디오 방송이 중단되면서 대통령 탄핵안 가결을 중계했다. 그 날 올해
이인제 의원이 검찰의 강제 구인에 맞서 지지자들과 농성을 벌이는 모습이 연일 방송에 소개되었습니다. 농성 첫날은 가스통과 휘발유통까지 쌓여 있어 행여 걱정도 되었구요. 제대로 못 씻고 못 먹고 만감이 교차하며 마음도 편치 않을 것입니다. 차세대 지도자라고 칭송되고 대통령감이라 여겨지던 사람이 어쩌다 고향까지 밀려 내려가 저 지경에 이르렀는지…딱한 일입니다.
집에 들어가 책상에 앉는 순간, 막내딸 가은이가 자신의 노트에 적은 동시 하나를 내 책상 위에 올려놓는다. 제목이 ‘아빠의 손’.아빠의 손을 잡으면 부드럽고 기분이 좋아요/ 아빠의 손을 잡으면 마음이 편안해요/ 아빠의 손을 잡으면 길에서 쌩쌩 달리는 차도 무섭지 않아요/ 아빠의 손을 잡으면 사랑이 느껴져요.사랑이 가득 담긴 이 동시를 받아들고 나는 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