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천영 장로(양의문교회, 전 국방부 법무관리관)

▲ 임천영 장로(양의문교회, 전 국방부 법무관리관)

2016년 10월 18일 광주지방법원은 종교상(여호와 증인)의 이유로 입영을 기피한 병역법 위반 사건 항소심에서 검찰 항소를 기각하고 원심대로 무죄를 선고했다. 양심상의 이유로 입영을 하지 않은 경우에도 병역법 제88조 제1항의 “정당한 사유”에 포함될 수 있는지의 여부가 이 판결의 쟁점이었다. 재판부는 “성장과정 등을 볼 때 종교적 신념과 양심에 따라 병역을 거부한 것으로 보이며, 국제인권규범 및 국제적 인식 변화, 법률에 대한 합헌적 해석과 헌법의 규범조화적 해석, 갈등을 완화할 국가의 의무 등”을 근거로 양심적 병역거부는 병역법상의 “정당한 사유”에 포함된다고 하였다.

지금까지 대법원과 헌법재판소에서는 양심상의 이유로 병역을 기피하는 것은 병역법상의 “정당한 사유”에 포함되지 않으며, 또한 대체복무제를 도입하지 않고 양심적 병역기피자를 처벌하는 것은 헌법에 위반되지 않는다고 하였다. 즉 2004년 대법원은 전원합의체 판결에서 “병역의무는 국민 전체의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보장하기 위한 것이다. 양심적 병역거부자의 양심의 자유가 위와 같은 헌법적 법익보다 우월한 가치라고는 할 수 없다. 양심의 자유는 헌법 제37조 제2항에 따라 제한할 수 있다”라고 하였다.

또한 헌법재판소는 2004년과 2011년 두 차례에 걸쳐 “남북이 대치하고 있는 우리나라의 특유한 안보상황, 대체복무제 도입 시 발생할 병력자원의 손실 문제, 병역거부가 진정한 양심에 의한 것인지 여부에 대한 심사의 곤란성, 사회적 여론이 비판적인 상태에서 대체복무제를 도입하는 경우 사회 통합을 저해하여 국가 전체의 역량에 심각한 손상을 가할 우려가 있는 점 및 종전 헌법재판소의 결정에서 제시한 선행조건들이 아직도 충족되지 않고 있는 점 등을 고려”하여 병역법 제88조에 대해 합헌을 결정하였다.

이번 판결은 첫째로 기존의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것이며 “정당한 사유”에 종교적 양심뿐만 아니라 정치적·이념적 양심으로 인한 경우에도 적용할 것인지 여부에 대해 명확한 기준을 제시하지 않아 법적용의 혼란을 제기할 우려가 있다. 또한 이 판결로 인해 합법적인 병역기피를 허용하게 되어 국가안보를 해칠 우려가 있다. 병역기피를 위해 온갖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는 상황하에서 종교적, 정치적, 이념적 사유로 인한 병역거부자가 급격히 증대할 가능성도 존재하는 것이다.

둘째로 대체복무제를 도입할 것인가의 문제이다. 한 나라의 병역제도는 그 나라의 안보현실, 재정능력, 정치·경제적 여건, 사회문화적 전통 등 여러 가지 요인에 의해 다양하게 운영되고 있다. 2014년 병무청이 발표한 자료에 의하면 “입영 및 집총거부자들의 대체복무 허용 반대가 58.3%”로 반대 의견이 더 높다고 한다. 독일과 스위스처럼 적과 대치하고 있는 않은 국가에서는 대체복무제를 허용하고 있는 나라도 있지만 우리나라와 같이 남북이 군사력으로 대치하고 있는 특수한 안보 환경하에서 이를 도입할 것인지의 여부는 국회에서 결정할 문제이다. 대체복무제의 입법론을 가지고 항소심에서 무죄판결을 한 것은 사법의 한계를 넘었다고 판단된다.
국가의 안전보장은 국가의 존립과 영토의 보존, 국민의 생명·안전의 수호를 위한 불가결한 전제조건이자 모든 국민이 자유를 행사하기 위한 기본적인 전제조건이다. 이를 위해 헌법 제39조에서 모든 국민에게 국방의 의무를 부과하고 있으며 병역법에서는 구체적인 병역의무를 규정하고 있다. 국민적 합의가 없는 병역기피를 허용해서는 안된다.

오늘날 우리는 사상적으로 매우 혼돈된 상황에서 살아가고 있다. 특히 성소수자 보호라는 인권운동 명목으로 군대내 동성애자 처벌 규정인 군형법 제92조의6에 대하여 헌법소원을 제기하고 국회에 폐지 법안을 제출하는 등 지속적으로 요구하고 있다.

우리는 영적 분별력을 가져야 한다. 이 시대에 무엇이 옳고 그른 것인지를 명확히 분별하고, 잘못된 풍조와 사상에 물들지 않도록 교육하고, 적극적으로 대처해 나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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