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병택 목사(부안 산월교회)

 

▲ 쏙독새는 우리나라에 오는 여름철새로 흑갈색의 위장색이 마치 나무껍질처럼 보여 주변 색깔과 구분하기 어렵다.

치밀한 보호색, 안전하게 새끼들을 품다
새들의 위장색은 번식과 생존을 위해 하나님이 주신 또 하나의 선물

 

새들 중에는 강력한 보호색을 가진 종들이 있다. 이러한 새들을 찾아 나설 때면 마치 숨은그림찾기 게임을 하는 것처럼 조심하고 자세히 살피지 않으면 안 된다. 알을 품는 어미새는 때로 사람의 발에 밟히기 직전까지 둥지를 지키다가 ‘푸드득’하고 날아가는 경우도 있어서 탐조 중에 놀란 가슴을 쓸어내리는 경우도 있다.

하나님께서 새들에게 보호색을 주신 이유는 무엇일까? 필자의 머릿속에는 두 가지 이유가 떠오른다. 먼저는 새들이 번식을 위해서 보호색이 반드시 필요하고, 두 번째로는 힘이 약한 새들이 생태에 적극적으로 적응하기 위해서 위장색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 두 가지의 주제는 보호색뿐만 아니라 새들의 부리나 생김새, 습성 등 여러 면에도 적용할 수 있다. 그 중 새들의 크기로 예를 들어보자. 사냥의 명수 매는 암컷이 수컷보다 크다. 수컷은 먹이를 사냥하기 위해서 날렵하게 움직일 수 있도록 오히려 작은 몸집이 필요하고, 암컷은 알을 품기에 적당한 큰 몸집이 필요하다. 그래서 매(송골매)나 참매, 독수리 등 맹금류 들은 대부분 암컷이 크고 수컷이 작은 것이 특징이다. 이렇게 새들의 크기도 번식과 생태적응이라는 두 가지 이유와 연관되어있다.

다시 보호색 이야기로 돌아가자. 번식을 위해서 암수 중 보호색이 강한 쪽이 당연히 알을 품는다. 그리고 알과 새끼를 보호하는 암컷이 대부분 보호색이 강하다. 반면 호사도요처럼 수컷이 알을 품고 새끼를 기르는 경우는 수컷이 보호색이 강한 경우도 있다. 호사도요는 위장술도 뛰어나지만 인내심까지 강하여, 위험에 처하면 몇 시간이고 위험 요소가 사라질 때까지 움직이지 않고 풀 속에 숨어있다.

전북 고창에서 두 사람이 호사도요를 찾다가 드디어 한 사람이 풀 속에 웅크린 호사도요를 발견한 적이 있다. 그래서 다른 사람에게 호사도요의 위치를 자세히 설명해 주었지만 결국 그 사람은 숨은 그림 찾기에 실패하고, 설명한 장소를 무작정 카메라로 담아서 나중에 컴퓨터에서 자세히 살펴보다가 비로소 호사도요를 발견할 수 있었다.

소나무에 앉으면 찾기가 어려워 숨은그림찾기에 최적화 되어 있는 새도 있다. 소쩍새와 쏙독새이다. 쏙독새는 풀밭이 아닌 탁 트인 야산에, 그리고 땅 위에다 둥지를 트는 습성이 있다. 야행성인 쏙독새는 낮에는 잠을 자기 때문에 움직임이 없어 시각만으로 쏙독새를 찾아내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그리고 둥지도 거의 형태가 없다. 알이 굴러가지 않을 정도의 장소면 된다.

이처럼 쏙독새의 둥지가 언뜻 보면 몹시 허술해 보이지만, 사실은 오히려 자신이 들키지 않도록 자신의 옷 색깔과 맞추어 치밀하게 둥지 장소를 택한다. 알을 품을 때에 안전하게 새끼들을 품어내려는 것이다.

소쩍새도 야행성이기 때문에 낮에는 나뭇가지에 앉아서 잠을 자는데, 소나무 원줄기에 바짝 붙어서 잠을 자면 보호색으로 인하여 누가 옆으로 지나가더라도 거의 발견하기가 어렵다. 하나님이 주신 위장색은 거의 생존에 필요한 것이라고 느낄 수 있다.

▲ 몽골에서 촬영한 개미잡이는 이름처럼 개미들을 잡아 먹으며, 우리나라를 지나가는 새이다. 위장색이 강하여 나무처럼 보인다.

2013년 몽골 탐조 중 ‘개미잡이’라는 이름을 가진 새가 먹이를 물고 가는 것을 보았다. 국내에서는 개미잡이 육추의 모습을 볼 수 없기에, 같이 같던 동료들과 힘을 합하여 결국 둥지를 찾아내었다. 마침 나무 구멍에다 둥지를 틀고 육추(새끼를 기름)중이었다. 개미잡이 역시 나무에 딱 붙어 있으면 찾기가 힘들 정도였다.

몽골의 고비사막에 서식하는 사막꿩도 사막의 색깔과 거의 비슷한 위장색을 가지고 살아간다. 풀 속에서 살아가는 새들도, 대낮에 나뭇가지에서 잠을 자야 하는 새들도, 땅바닥에 둥지를 틀어야 하는 새들도 그리고 자갈밭과 사막에서 살아가는 새들도 하나님께서는 각자의 처소에서 안전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보호색을 주신 것이다.

보호색과 위장술은 새들의 세계에만 아니라 곤충의 세계와 동물의 세계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는 것들이다. 그런데 보호색이 자신을 감추기 위해서가 아니라 사냥 목적의 위장을 위해서 사용된다면 얼마나 무서운 일일까. 실제로 먹잇감을 사냥하기 위해 위장하는 경우가 동물의 세계에도, 사람들의 세계에도 존재한다. 바로 고린도교회에 숨어든 거짓 사도들처럼 말이다(고후 11:13). 바울 사도는 이러한 위장술은 이상한 일이 아니라고 말한다.

“이것은 이상한 일이 아니니라. 사탄도 자기를 광명의 천사로 가장하나니 그러므로 사탄의 일꾼들도 자기를 의의 일꾼으로 가장하는 것이 또한 대단한 일이 아니니라. 그들의 마지막은 그 행위대로 되리라”(고후 11:14~15)

▲ 몽골의 사막꿩은 사막 환경과 어울리는 위장색을 가졌다.

  알을 품는 새들의 보호색

새들의 보호색이 가장 필요한 때는 역시 알을 품을 때일 것이다. 알을 품는 암컷은 보호색과 함께 생명의 위험을 무릅쓰고 새끼를 지키는 인내심까지 가져야 한다. 특히 땅바닥에 둥지를 트는 새들은 위장색이 없으면 생존이 불가능할 정도다.
알을 품고 있는 꿩은 움직이지 않고 납작 엎드려 있으면 찾기가 힘들다. 종달새나 검은딱새 그리고 땅에다 둥지를 트는 새들 대부분은 위장색이 강한 암컷이 주로 알을 품는다. 그런데 위장색은 보통 어미새가 갖는 경우가 많지만, 놀랍게도 알이 위장색을 갖는 경우도 있다.
꼬마물떼새와 흰물떼새 같은 종류는 자갈밭에 둥지를 트는데 이 새들은 강한 위장색을 갖지 못하였다. 대신 알들이 위장색을 갖는다. 그래서 위기가 닥치면 어미가 오히려 빨리 둥지를 떠나 버린다. 자갈처럼 보이는 알은 그 누구도 쉽게 찾을 수 없기 때문이다.
이렇게 위장색은 새들이 번식하는데 가장 필요한 요소이며, 새들의 생존을 위하여 하나님이 주신 또 하나의 선물이기도 하다.

▲ 꼬마물떼새는 알이 위장색을 가지고 있다. 자갈밭에 둥지를 트는 경우, 좀처럼 찾기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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