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은성 교수(총신대·역사신학)

그분 앞에 정결하고 거룩하게

 

교리는 개혁신학의 울타리이고 성경의 요약이다. 이것을 게을리 하면, 곁길로 빠지거나 성경을 제대로 해석하지 못하고 미신에 빠지고 만다. 지금까지 우리는 개혁신앙인이 무엇을 고백하는지를 원리적인 측면에서 30주 이상 살펴보았다. 이제는 그 교리를 우리의 삶에 어떻게 실천할 것인지 알아본다. 실천 없는 말씀은 외식적이고 위선적이 되고 만다. “자녀들아 우리가 말과 혀로만 사랑하지 말고 행함과 진실함으로 하자”(요일 3:18).

개혁신앙을 대변하는 6가지 교리서들을 보면, 십계명에 대한 설명을 ‘교리문답서’에 집중했다는 점이 특징이다. 즉 기독교인의 삶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잘 말해준다. 십계명을 설명하는 ‘교리문답서’로서는 <웨스트민스터 대교리문답서>, <웨스트민스터 소교리문답서> 및 <하이델베르크 교리문답서> 등이 있다.

이들 교리서에서 기독교인의 삶을 다루는 것이 10계명에 관한 것이다. 이것은 도덕법을 가장 요약적으로 잘 설명하고 있다. 또 여기서 우리가 간과하지 말아야 하는 것은 칼빈의 <기독교강요>의 2권 8장의 해설이다. 어느 해석보다도 그의 해설은 탁월하고 정통이고 분명하다. 그러면 십계명에 대한 해설을 하나씩 살펴보도록 하자.

해석 시 유의할 점은 무엇인가? 10계명을 해석함에 있어 먼저 10계명을 크게 세 부분, 즉 머리말, 1~4계명 및 5~10계명으로 나눠진다는 것을 알면 좋다. 1~4계명은 하나님에 대한 우리의 임무를, 5~10계명은 인간에 대한 우리의 의무를 담고 있다(<웨스트민스터 대교리문답서> 98문). 또 십계명을 해석함에 있어 9가지 규칙도 잊지 말아야한다(<웨스트민스터 대교리문답서> 99문 참고). 그리고 칼빈 선생은 십계명 해석에 대한 몇 가지 규칙을 <기독교강요> 8장에서 이렇게 설명한다. ①최고의 해석자이신 그리스도를 중심으로 이뤄져야 하고(2권 8장 7항), ②명령과 금지에 대한 바른 뜻을 찾으려면 항상 문자 이면에 있는 뜻을 찾아야 하고(2권 8장 8항), ③선한 것을 명령할 때는 반대되는 악한 것을 금지한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2권 8장 9항).

10계명의 머리말은 무엇을 의미할까?(<웨스트민스터 대교리문답서> 101문; <웨스트민스터 소교리문답서> 46문; <하이델베르크 교리문답서> 94문) ①‘야훼’이심을 명시한다. 이것은 스스로 존재하시며 모든 말씀과 사역에 존재를 하심을 의미한다. 하나님께서 신이심을 분명하게 밝히고 있기 때문이다. ②그분은 구속자이심을 명시한다. 이것은 이집트에서 이스라엘 백성을 구속하신 것처럼 영적 종인 우리를 구원하심을 의미한다. 이것은 창조자 하나님만 아니라 구속자 하나님에 대한 지식, 즉 이중지식은 우리를 구원으로 인도한다는 칼빈 선생의 설명을 반영한다(<기독교강요> 1권 2장 1항). 결국 머리말의 의미는 삼위일체 하나님께서 구속자이심을 명시해 우리를 향한 하나님의 사랑을 나타냄을 알 수 있다.

1계명에서 우리에게 묻는 첫 번째 질문은 하나님께서 무엇을 요구하시냐는 것이다. ①유일하시고 참되신 하나님께서 우리의 하나님이심을 아는 것과 인정하는 것이고, 그렇다면 그분을 경배하고 그분께 영광을 돌려야 한다는 것이다. 방법은 그분을 생각하고, 묵상하고, 기억하고, 높이 존경하고, 영예를 높이고, 숭경하고, 선택하고, 사랑하고, 열망하고, 두려워하는 것이다(<웨스트민스터 대교리문답서> 104문). ②하나님을 믿는 것이다. 즉 그분을 신뢰하고, 바라고, 기뻐하고, 즐거워하는 것이다. 한 마디로 하나님에 대한 지식을 갖고 그분이 우리의 하나님이심을 인정한다면 그것에 합당한 예배를 드리고 순종하며 영광을 돌려야 한다는 것이다. 칼빈 선생은 그분을 향한 우리의 임무를 4가지 주제로 나누었는데 “숭경, 신뢰, 기원 및 감사”이다(2권 8장 16항).

1계명에서 금지하는 것은? 요구하시는 것에 대한 반대이다. 하나님을 부인하는 것을 금지하고, 그분께 합당한 경배와 영광을 돌리지 않는 것을 금한다. 동시에 다른 존재를 하나님으로 여겨 경배와 영광을 돌리는 것을 금한다. 이렇게 볼 때 ‘미신’을 금지하는 것이다. 미신은 참된 하나님을 알거나 인정하지 않으려는 데서 비롯된다.

삼위일체 하나님을 인정하지 않으려 하니 단순히 단일신을 강조하며 자신의 욕망에 따라 여러 모양과 형태로 그분을 경배하는 모습을 갖는다. 겉으로 볼 때 하나님께 예배하는 것처럼, 그분을 두려워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내적으로는 그분의 하나님 되심을 인정하지 않는 것이 곧 미신이다. 이와 같은 미신적 신앙생활을 주위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이런 의미에서 칼빈 선생은 “하나님의 이름이 언급되는 순간 우리 마음이 허무한 고안물에 빠지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이다”고 설명한다(2권 8장 15항).

“내 앞에”가 주는 교훈은? 이 의미는 “내 얼굴 앞에”라는 뜻이다. 라틴어 코람데오(coram Deo)라는 문장을 신앙의 선배들은 한 결 같이 떠올리며 그분 앞에서 살고자 했다. 예를 들어 요셉은 “하나님께 죄를” 짓지 않으려 했다(창 39:9). 이 의미는 “하나님께 대하여” 또는 “하나님 앞에서”라는 의미이다.

칼빈 선생은 이 의미를 “마치 외간 남자와 함께 하는 아내를 보는 남편의 심정과 같은 것이다. 외적인 고백만 아니라 그분 앞에서 정결하고 거룩해야만 한다”고 설명한다(2권 8장 16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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