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일 산정현교회, 총회 주기철목사 복권·복적 감사예배

참회와 결단으로 바른 역사 세우기 선포

▲ 평양노회 관련 7개 노회장들이 주기철 목사의 복권 복적을 선포하고 있다.

그의 이름이 제자리를 찾는 데 77년이 걸렸다. 민족의 암울한 시기, 우상에 고개 숙인 다수의 횡포는 그를 내몰아 목사 면직이라는 처분을 내렸다. 굳건히 지킨 그의 신앙 절개를 외면한 총회의 부당한 결정이었다. 역사는 기억한다. 신사참배를 결의한 조선예수교장로회는 패배자였고, 신사참배를 거부한 소양 주기철 목사는 승리자였다고.

국가 또한 주기철 목사를 애국선열로 추대했다. 하지만 총회는 주저했고 무관심했다. 강산이 변하고 변한 77년이 지나서야 주기철 목사의 복권과 복적을 결의한 것이다. 한참 늦은 감이 있지만 총회 100년을 맞아 출범한 역사위원회가 주도했고 평양노회 관련 7개 노회가 합심하여 이루어 낸 결과였다. 총회가 지난날의 과오를 참회하고 역사를 바로 세우는 자리를 마련했다.

 

주기철 목사 따라 오늘의 증인이 되자!

총회가 주최하고 역사위원회(위원장:김정훈 목사)가 주관한 ‘주기철 목사 복권 및 복적 감사예배’가 7월 31일 주일 서울 서초동 산정현교회(김관선 목사)에서 거행됐다.

총회의 역사를 바로 세우는 자리에 총회장 박무용 목사와 부총회장 김선규 목사를 비롯한 총회 임원들, 역사위원회 위원들, 평양노회 관련 7개 노회 임원들, 그리고 주기철 목사의 유족과 산정현교회 성도 400여 명이 참석해 참회와 결단의 시간을 가졌다. 무엇보다 이날 행사는 주기철 목사가 순교 당시 섬겼던 산정현교회에서 개최돼, 보다 뜻 깊은 의미로 다가왔다.

감사예배는 역사위원회 서기 함성익 목사 사회, 회록서기 김동관 목사 기도, 역사위원 이돈필 목사 성경봉독, 박무용 총회장 설교, 김선규 부총회장 축도 순으로 진행됐다.

‘증인’이라는 제하의 말씀을 전한 박무용 총회장은 “하나님의 역사를 증거하는 증인은 앞서 가신 증인과 오늘의 증인이 있다”면서, “일사각오의 정신으로 순수 복음을 지킨 주기철 목사님이 앞서 가신 증인이라면, 우리는 이제 막 경주를 앞둔 오늘의 증인이다”며 말문을 열었다.

▲ 박무용 총회장이 '증인'이라는 제하의 설교를 전하고 있다.

박무용 총회장은 “주기철 목사와 같은 증인의 삶을 살기 위해 우리는 세상 유혹을 벗어버리고, 고통을 인내하고, 결승선에 계신 예수님을 바라보아야 한다”면서, “이미 결승선을 통과한 주기철 목사님에 이어 이제 우리의 차례이다. 푯대이신 예수님만 바라보고 나아간다면 의의 면류관을 받게 될 것”이라고 권면했다.

 

일사각오 정신 보전·계승하겠다!

2부에서 본격적인 주기철 목사 복권·복적 행사가 진행됐다. 산정현교회가 손수 제작한 주기철 목사의 생전 영상이 흐르며 분위기가 무르익어갔고, 역사위원회 전문위원 장영학 목사가 주기철 목사의 연보를 소개했다.

드디어 평양노회장 조은칠 목사를 필두로 경평노회장 김희수 목사, 남평양노회장 기동찬 목사, 동평양노회장 김광석 목사, 서평양노회장 김학목 목사, 평양제일노회장 한윤주 목사, 북평양노회장(가칭) 이광수 목사가 복권복적 선언문을 낭독했다.

평양노회 관련 7개 노회장들은 “조선예수교장로회 평양노회가 제37회 제1차 임시노회를 열어 신사참배를 강요하는 총회결의를 따르지 않는다는 이유로 산정현교회 주기철 목사의 목사직을 면직키로 결의한 것은 성경과 신앙의 근본원리에 어긋날 뿐 아니라 대한예수교장로회의 신조와 교리 및 장로회 헌법의 기본정신에 반하는 원인무효의 잘못된 결정이므로, 동 결의를 취소하고 무효화하여 주기철 목사가 복권 복적되었음을 선언한다”고 선포했다.

1939년 평양노회가 주기철 목사의 면직을 결의한 이후 77년 만에 복권과 복적을 맞는 순간이었다. 이어 평양제일노회 권순직 목사의 주도 아래 참석자들은 한 목소리로 참회의 기도를 드렸다. 권순직 목사는 “교회가 하나님의 진리를 잃어버리고 우상을 섬겼습니다. 주기철 목사의 면직은 총회의 실수이고 노회가 지키는 못했던 것”이라면서, “이 모든 일에 우리의 실수를 용서하여 주시옵소서. 우리의 회개를 받아주시옵소서. 우리의 죄에도 불구하고 주기철 목사님 복권시켜주신 하나님께 감사를 드립니다”라며 간절히 기도했다.

▲ 참석자들이 참회의 기도를 드리고 있다.

증경총회장 장차남 목사와 길자연 목사 한국칼빈주의연구원장 정성구 목사는 격려사를, 총무 김창수 목사와 본지 사장 이재천 장로는 축사를 전하며 숭고한 믿음의 대명사의 복권과 복적을 축하했다.

유족 대표로 인사말은 전한 주기철 목사의 손자 주승중 목사(주안장로교회)는 “늦은 감이 있지만 다음세대에 바른 신앙의 유산을 물러줘야 한다는 점에서 꼭 필요한 행사다”며, “하나님도 기뻐하실 것이며 천국에서 보고 있을 주기철 목사님도 기뻐하실 것이다. 합동총회와 역사위원회에 감사를 드린다”고 말했다.

주기철 목사의 얼을 이어받아 산정현교회를 섬기고 있는 김관선 목사도 인사말을 전했다. 김관선 목사는 “고 최훈 목사님이 제2의 주기철 목사님이 되라고 했지만, 도저히 쫓아갈 수 없고 부담을 안고 산다. 그럼에도 우리 성도들이 격려해주어 힘이 된다”면서, “산정현교회가 주기철 목사님의 정신을 이어가고 건강한 교회로 설 수 있도록 항상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 유족 대표 주승중 목사(왼쪽 사진)와 산정현교회 담임 김관선 목사(오른쪽 사진)가 인사말을 하고 있다.

총회역사위원회는 이날 마무리한 주기철 목사 복권 복적을 비롯해 염산교회 순교사적지 지정 및 예배당 복원, 총회역사관 건립 등 지난 1년 간 쉼 없이 여러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이제 출발점에 섰을 뿐이다. 주기철 목사 외에도 역사의 격랑 속에서 명예가 실추되거나 잊혀진 믿음의 선진들이 있다. 이들의 이름과 행적을 복원하는 것이 역사위원회의 할 일이다. 아울러 부끄러운 역사마저도 제대로 기록하고 신앙의 유산을 보전·계승하여 총회의 새로운 100년을 맞이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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