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찬 주필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인 사드(THAAD) 배치 문제로 조국 산하가 소동하고 있다. 지금 이 나라는 고고도 미사일방어 체계에는 찬성하지만 내가 사는 곳은 어림없는 일이라고 연일 머리띠를 두르고 아우성이다. 북한은 19일에 세 발의 미사일을 동해로 발사하여 대한민국 전역이 자신들의 사거리 안에 있음을 과시했다. 지금 이 좁은 나라에서 북한이 공격하면 어디는 안전하겠는가.

사드 문제가 우리만의 일인가. 그동안 협력 동반자의 모습이었던 중국도 사드 배치가 기정사실화 되어가는 우리나라에 대하여 거의 매일 제재 이야기를 쏟아내고 있다. 거대한 나라 중국. 저들은 스스로 평화공존의 5원칙을 말하지만 사실은 국제규범이나 관례 그리고 그 관례를 따를 절차를 존중하는 나라가 아니다. 중국은 물리적 힘을 숭상하는 나라다. 저들 중국은 강자에게는 약하고 약자에게는 강하게 압박하는 그런 나라다. 이런 중국을 대하는 우리의 자세가 달라져야 한다.

이 지상 어디에도 우리를 지켜줄 나라는 없다. 내가 나를 지킬 힘이 없으면 노예로 전락할 수밖에 없음이 역사의 증언 아닌가. 지금 우리는 중국 공포에 짓눌려 있다. 특히 무역보복에 대한 두려움을 갖고 있는데 세계무역기구에 가입하고 자유무역협정을 맺은 중국이 노골적인 보복은 못할 것이다. 그동안 우리는 지나치게 북한 문제와 관련하여 중국 역할론을 말하여 한반도에 대한 저들의 영향력에 힘을 실어주는 격이 되었다. 이제 우리는 중국의 역할론 보다는 평화5원칙을 이어간다고 한 시진핑 주석과 중국 정부를 압박해야 한다.

이 평화5원칙이 처음 등장한 것은 1954년 4월 24일이었다. 당시 중국과 인도가 체결한 티베트지방 인도 통상 교통협정이었고 동년 6월 28일 인도를 방문한 주은래 중국총리와 인도의 네루 수상간의 공동 성명이었다. 5원칙은 영토 주권의 상호존중, 상호 불가침, 상호 내정 불간섭, 호혜 평등, 평화 공존의 원칙이다.

지금껏 우리가 중국 역할론을 말할 때마다 저들은 힘을 얻어 이를 한국과 미국에 대한 지렛대로 사용하고 있음을 잊어서는 안 된다. 새로운 외교 전략은 한반도를 넘어 동아시아 지역 평화와 안전에 대한 한국의 역할을 보여주면서 한국이 얼마나 전략적 가치가 있는 땅인가를 부각시켜 당당하게 맞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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