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찬 주필

영국의 브렉시트를 이끌어 차기총리 후보로 전망되는 보리스 존슨 전 런던 시장이 고브의 배신으로 휘청거리고 있다. 지금 세계로부터 배신정치의 대명사로 불리는 금년 49세의 마이클 고브는 금년 50세인 데이비드 케머린 보수당 정부의 법무장관이었다. 이 사람은 입버릇처럼 “나는 총리 권력에 의지가 없다”는 식의 말을 하면서 주변을 안심시켰다. 6월 30일은 존슨이 총리 출마를 위한 기자회견을 하기로 한 날이었다. 이 날 마이클 고비는 오전 9시 53분 존슨의 유세 단장으로 내정된 린턴 크로스비에게 전화를 걸어 “존슨을 도우려 했지만 리더십이 없다는 결론에 이르렀다”고 통보한 뒤 5분 후 바로 총리 출마 선언을 했다. 고브의 느닷없는 이 출마선언에 영국 일간지 <텔레그레프>는 ‘뻐꾸기 둥지 음모’라고 비난했다.

영국 보수당 정치에서 어두운 그림자의 전형으로 지금껏 회자되는 뻐꾸기 둥지 배신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이 날 존슨의 기자 회견장에는 90여 명의 하원의원이 모일 예정이었다. 그러나 6월 30일 기자 회견장에는 25명의 하원의원만이 참여하여 배신의 사람 마이클 고브가 얼마나 치밀하게 공작을 했는지를 여실히 드러냈다. 이 날 존슨은 줄리어스 시저에 나오는 브루투스의 말을 인용하면서 자신의 배신당함을 토로했다. “지금은 역사의 흐름에 싸울 때가 아니라 밀려올 파도를 타고 운명을 항해할 때입니다.” 그리고 자신은 총리가 될 사람이 아니라면서 한 명의 질문도 받지 않은 채 장소를 빠져 나갔다. 세계를 흔든 브렉시트로 권력을 장악한 존슨의 세상은 ‘6일 천하’로 그 막을 내렸다. 영국판 트럼프로 불리는 보리스 존슨은 세계화로 고통 받는 저소득층 노동자와 이민을 싫어하는 노년층의 표를 긁어모았지만 브렉시트 이후 성난 민심 앞에서 기고문을 냈다.

일간지 <텔레그래프>에 낸 기고문을 통해 “EU탈퇴로 달라질 게 없다”는 글로 성난 군중을 달래려 했지만 허사였다. 더욱이 기막힌 것은 이 원고도 검토와 수정을 배신자 마이클 고브가 했다는 것이었다. 지금 세계로부터 지탄받는 치사하고 더러운 배신의 모습이 어디 영국 보수당 뿐 이겠는가. 하나님의 사람이라면서 야누스의 얼굴을 한 채 돈을 하나님처럼 알고 명예와 체통을 헌신짝처럼 버리고 상황에 따라 옷을 바꾸는 막장 인생들을 왜 지존자께서는 방치하시는지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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