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찬 주필

대영제국이 휘청거리고 있다. 6월 23일 실시된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 국민 투표에서 탈퇴가 결정되면서 영국인들 스스로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EU내에서 국내총생산(GDP) 2위, 인구 3위를 차지하는 영국이 한 번도 가보지 않은 길을 택함으로 세계질서에 대 격변을 예고했다. 대 격변은 현실화 되면서 국내증시가 하루 새 47조가 날아가는 사태로 이어졌다. 국내 외환시장에서는 영국파운드화 가치가 11% 폭락해 31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주저앉았다. 뿐만이 아니다. 유로화 가치도 1999년 유로화 도입 이후 최대 폭인 4% 이상 급락한 것으로 보고됐다. 공포에 질린 투자자들이 안전자산으로 몰리면서 일본 엔화가치가 폭등해 3년 만에 달러당 100엔이 붕괴되었다. 세계 5위의 경제대국인 영국경제가 흔들리고 EU붕괴 위기가 고조되면서 각국은 교역과 소비 등의 최소화를 위하여 안간힘을 쏟고 있다.

세계화와 신자유주의에 대한 반감과 분노에 사로잡혀 냉정을 잃은 결과로 볼 수밖에 없는 브렉시트로 지금 영국은 후폭풍에 시달리고 있다. 그동안 탈퇴를 주장한 자들은 2020년 터키가 EU회원국이 되는 순간 수백만 명의 터키인들이 몰려올 것이라며 이민 정서에 불을 질렀다. 상호연계와 상호의존이 갈수록 심화되는 21세기에 고립과 폐쇄를 택한다는 것은 누가 보더라도 정상이라고 할 수 없다.

이번 사태는 세계화 과정에서 낙오된 저소득, 저학력, 노동자들의 좌절감과 분노가 일으킨 반란이다. 이민자에 대한 문호개방과 국경 없는 자유무역의 혜택이 소수에게 집중되는 것에 대한 반감이 오늘의 영국을 만든 것이다. 이제 브렉시트로 영국 경제는 위축될 것이 불을 보듯 뻔하다. 영국에 기반을 둔 다국적 기업들이 영국을 떠나려는 움직임이 부산하기 때문이다. 이제 영국에서 가장 피해를 볼 사람들은 브렉시트를 열렬히 지지한 계층이다. 지금 영국이 겪는 양극화 현상이 영국만의 것은 아니다.

오늘 이 나라는 양극화 속에서 생겨진 신종언어 흙수저 금수저 이야기 속에서 취업난과 주택난에 시달리는 20·30대 계층의 불만이 폭발 일보직전임을 알아야 한다. 지하철역 포스트잇 시위가 그 징표가 아닌가 싶다. 4·13총선의 표심이 보여준 결과에 대한 정부와 여당 그리고 집권다수당은 대책마련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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