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전주노회 에스라목회연구원 독서모임

▲ 서전주노회 에스라목회연구원의 독서모임에 참여해, 책에 대해 토론하고 생각을 나누는 목회자들의 모습.

“‘다름’과 ‘틀림’이라는 문제에 대해 다시 한 번 깊이 생각하는 계기가 됐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성도들의 정신적 고통과 사회적 병리현상에 대한 목회자의 역할을 고민하기도 했죠.”

서전주노회 에스라목회연구원(원장:홍창민 목사)의 수요일 아침은 치열한 독서토론으로 늘 뜨겁다. 6월 14일 전주드림교회에서 다루는 오늘의 책은 최근 세계 3대 문학상 중 하나인 맨부커상을 수상해 화제가 된 한강의 소설 <채식주의자>.

연구원 총무 조재성 목사가 먼저 간단히 책의 개요를 소개한 후, 열 명 남짓한 회원들이 저마다 독후감과 이야깃거리를 내놓으며 두 시간 가까이 대화가 이어진다. 육식과 채식을 화두로 시작된 토론은 점차 신념에 관한 논쟁으로, 나중에는 목회적 돌봄에 대한 대화로 발전한다.

책 속에 담긴 메시지와 여러 가지 코드들에 대한 해석, 인간의 본성에 대한 탐구, 거기에 작가의 출신 배경이나 사상적 흐름들에 대한 분석들까지 나오는 것을 보면 이 모임에서 이루어지는 독서와 토론의 깊이가 만만치 않음을 짐작하게 된다.

그도 그럴 것이 에스라목회연구원에서 2년 넘게 다루어 온 독서목록은 미래학자 최윤식 박사의 <한국교회 미래지도>를 필두로 총 50여권에 이르고, 그 중에는 기독교 서적 외에도 정치 경제 문학 철학 등 여러 분야를 넘나드는 장르의 책들이 적지 않다. 편식하지 않는 것이다.

독서모임을 시작하기 전까지는 성경과 관련된 책들 외에는 볼 생각을 하지 못했다는 은정표 목사(예빛교회)는 “독서를 통해서 교우들을 비롯해 다른 사람들의 관심사와 사고방식을 이해할 수 있어 목회사역에 큰 도움이 됐다”고 말한다.

가장 인상 깊었던 책을 꼽으라 하니 박주성 목사(선일장로교회)는 신앙적 경제관을 다룬 <왕의 재정>에, 권규헌 목사(브니엘교회)는 소외된 이들의 삶을 다룬 <곁으로>에, 노회장 정현섭 목사(비전교회)는 <신학자가 풀어쓴 유교이야기>에 각각 엄지를 올렸다.

독서모임이 시작된 것은 2014년 2월, 여섯 명의 목회자들이 책을 통해 더 깊은 지성과 영성을 얻어 보자는 취지였다. 시간이 흐르면서 독서량과 함께 회원 숫자도 점점 늘었고, 지금은 매월 2, 4주 수요일 전주드림교회 지구촌교회 하가교회 등 여러 교회를 순회하며 진행된다.

독서를 통해 알게 된 책을 영화로 다시 감상하기도 하는데 안락사 문제를 다룬 ‘미 비포 유(Me Before You)’가 대표적인 경우다. 모임이 끝나면 각자 기도제목을 나누며 서로를 격려하고, 함께 점심을 들며 더 깊은 교제를 나눈다.

독서모임에 참여하는 가난한 목회자들을 위해 도서 구입비를 남몰래 후원하는 손길도 있는 등 에스라목회연구원에 대한 노회 안팎의 관심과 돌봄 또한 확실해지고 있다. 이로 인한 거룩한 부담감도 함께 느끼면서 독서모임은 계속 진행될 것이다. 이미 <세계관을 분별하라>와 <삶의 끝에서> 등 차기 독서할 책의 목록들도 정해진 상태이다.

“책을 누구보다 가까이 해야 할 목회자이지만 사실 일정에 쫒기다보면 몸부림치듯 해야만 겨우 독서할 틈을 가질 수 있습니다. 그래서 숙제처럼이라도 여러 종류의 책을 접하고, 동역자들과 다양한 생각을 나눌 수 있는 이 자리가 참 좋습니다.” 최부환 목사(사랑의교회)의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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