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회 결의 불구, 목회현장선 여전히 혼란…교단 위상 걸맞는 신학 연구 보고 요청 커

제99회와 제100회 총회에서 로마가톨릭(이하 천주교) 영세를 세례로 인정하지 않기로 결의했다. 천주교 출신 교인들에게 총회 역사 이래로 교리 교육 및 입교문답을 실시해 회원으로 받아들였던 전통을 하루 아침에 폐기한 것이다. 총회는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해 지금까지 진행된 것은 소급하지 않기로 했으나 이후로는 재세례를 실시해야 한다고 결정한 바 있었다.

▲ 총회는 설립 이래로 천주교 출신 신자들을 입교만으로 교회의 일원으로 받아들였다. 그러나 제99회 총회가 넷째날 토론을 갖고 천주교 영세 불인정 및 재세례를 결의, 일선교회가 매우 당황하고 있다. 신학적 문제는 충분한 연구가 필요한만큼 차기 총회에서 신학부에 맡겨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사진은 특정기사와 관련 없음.

그러나 총회의 천주교 영세 금지 결의 이후 교단 산하 상당수 교회들은 교인들에게 이러한 사실조차 알리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유는 일반 성도들이 별 관심이 없는 일을 ‘총회 결의’라는 표현을 사용하여 알릴 때 오히려 반감을 살 수 있기 때문이다. 일반 성도들이 개신교회를 전투적이고 자기중심적인 배타성을 가진 교회로 인식하는 경향이 있는데 천주교와 관련된 부정적인 총회 결의는 그런 생각에 더 부채질을 하게 될까 염려한다는 생각이다.

교회들이 총회 결의를 적용하지 못하는 또다른 이유는 교인들에게 이 사실을 설명할 내용이 다소 불충분하다는 점도 작용하고 있다. 관련 총회 결의가 되었던 2014년 9월 25일 단 5명 가량의 발언자가 나와 불과 10여분의 짧은 시간에 이뤄진 일이기 때문에 “총회 결의가 그렇기 때문에”, “또는 총회가 가톨릭을 이단으로 정죄했기 때문에”라는 답변을 주는 길 밖에는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당시 총회현장에서는 자칫 졸속 결정이 될 것을 우려해서 몇몇 목회자들이 나와 보완책을 질문했다. 박성규 목사는 “헌법 수정이 필요한 사안”이라면서 “결의 이후의 복안은 무엇인가”라고 물었다. 진용훈 목사는 “짧은 시간에 결정할 일이 아니기에 신학부로 보내어 연구토록 하고 본회에서 받는 방식을 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준모 목사도 “신학부나 총신 교수에게 넘겨 신중한 결정을 할 사안”이라고 제안했다. 그러나 “가톨릭은 이단”이라는 반대 발언이 나오자 더 이상의 논의를 진행하지 못하고 총대들은 천주교 영세 불인정 결의를 곧바로 내렸다.

무언가 부족하다는 생각은 총회 결의에 찬성하는 목회자들도 마찬가지다. 총회 결의가 잘 됐다고 생각하는 호남의 한 목회자는 “총회 결의대로 따랐고 올해 세례식에 적용을 했다”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국교회가 공감할 수 있는 수준높은 연구 보고서가 나온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다는 바람이 있다”고 말했다.

서울의 또다른 목회자는 “만일 총회의 결의라면 떳떳이 성도들에게 알려야 할 것이지만 그렇게 하기 힘들다”면서 “왜냐하면 신학적으로 깊이 성찰하지 못한 경솔한 결정이며 고쳐야 할 결정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총회 결의대로 세례를 다시 준 이후 천주교 개종자들의 유입이 감소되는 현상도 보이고 있다. 영남의 모 교회는 매번 성례식 때마다 천주교에서 개종해 온 이들이 많을 때는 5명 이상, 적을 때는 2~3명 가량이었다. 이 교회 목회자는 총회 결의에 불복할 수 없기 때문에 개종자들에게만 설명을 하고 세례를 다시 주었다. 그러나 이후 천주교 개종자들의 자연 감소현상을 맛보아야 했다.

따라서 교단 내에서는 지금이라도 천주교 영세의 타당성 여부에 대한 제대로 된 연구보고서를 내놓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영세를 인정할 수 없다는 결의 외에 설명이 부족하여 목회현장에서의 혼란이 불가피한 상황이고, 한국교회 내의 교단적 영향력과 위상을 생각할 때 신학적 입장은 분명히 밝히는 것이 유익하다는 주장이다.

예장고신의 신학자는 “예장고신이나 합신 등 합동측과 신학적 색깔을 같이하는 어떤 교단도 천주교 영세 불인정 결의를 한 적이 없는데, 합동측은 왜 그렇게 했는지 궁금하다”면서 “신학적 사안인만큼 연구위원을 선출하여 연구토록 하는 방식을 취해도 됐을텐데 성급히 결정한 배경이 무엇인가”라고 되물었다. 예장합신의 신학자도 “합신을 비롯한 많은 교단들이 천주교인들을 잘 가르쳐서 신앙을 바르게 고백하게 한 후에 예배식에서 입교하게 한다”면서 “천주교가 다원주의 방향으로 가기 때문이라는 정서를 이해하지만 지나쳤다고 본다”고 말했다.

교단 인사들 가운데는 “총회의 결의가 성급했던 이유는 세계교회협의회(WCC) 부산총회가 총회 결의 직전인 2013년에 열렸던 점이 크게 작용했을 것으로 본다”면서 “제101회 총회에서 천주교 영세 문제와 관련된 신학연구를 결의하는 절차를 밟기를 바란다”고 제안했다.

이같은 분위기는 총회신학부(부장:김문갑 목사)에게도 적잖은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신학부는 지난 3월 7일 대전새로남교회에서 ‘2016 총회개혁주의 신학대회’를 처음으로 열면서 3가지 주제를 선정했다. 그리고 그 주제 가운데 첫 번째가 ‘로마 가톨릭의 영세와 개혁주의 관점에서 세례의 신학적 정립’이었다. 발제를 맡은 박용규 교수(총신신대원)는 재세례 논쟁은 역사적으로 오랫동안 논란이 되었으며 현재까지도 천주교의 영세를 인정하는 교단과 그렇지 않은 교단이 있다는 점을 설명했다. 박 교수는 “가톨릭 영세가 무효하다고 주장한 이들은 교회론과 성례론을 별개로 보아서는 안되며 가톨릭의 교리가 변질됐다는 이유를 들고 있으며, 유효하다는 이들은 세례는 삼위일체 이름으로 시행되었다면 인정해야 하는 것이지 세례 베푼 자의 자격 유무로 결정해서는 안된다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그는 “오늘날 개혁주의 장로교회 안에는 로마 가톨릭교회의 영세를 인정하는 경향이 지배적인 것이 사실이며 이 같은 움직임은 앞으로 더욱 더 강하게 일어날 것으로 예견된다”면서 가능성을 열었다.

신학부장 김문갑 목사는 “총회 설립 이후 지속됐던 영세 문제를 갑자기 인정하지 않으니 일선 교회들에게 혼란이 있어 대회 주제로 넣게 되었다”면서 “신중하게 판단하여 입장을 내놓겠다”고 말했다.

대구범어교회 장영일 목사는 “회의 규칙 하나를 고치는 것도 규칙부에 보내어 총회에 검토 보고를 한 뒤 채택하고, 헌법 조항은 노회에 물어 2/3의 찬성을 얻어 적어도 3년에 걸쳐 총회가 결의한다”면서 “총회는 신학부로 하여금 이 문제를 신학자들에게 맡겨 재연구토록 하여 성경과 개혁주의 신학의 원리, 그리고 한국교회 전통에 맞는 일관성을 지켜가도록 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모 목회자는 “총회의 결의이니 따라야 겠다는 생각이지만 성경적으로나 교회사적으로 과연 옳은 결정인지 의구심이 명쾌하게 가시지 않는다”면서 신학연구의 필요성에 공감을 표했다. 서울 사랑교회 원로 김중석 목사는 “교리적 문제를 총회 현장에서 미비한 절차를 통해 결의했다는 것은 우리 교단의 위상에 걸맞지 않는 일이었다고 생각한다”면서 “이제라도 신학부에 넘겨 진지하게 연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총회의 결의는 따라야 한다는 데 이견을 가질 총대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교단을 바로 세우기 위한 총회 결의가 오히려 목회현장에 혼란을 주고 교단의 위상을 떨어뜨리는 요소로 작용한다면 보완에 나서는 일을 주저해서는 안된다는 것이 중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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