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찬 주필

피조물의 세계를 평가절하는 그노시스적인 결과는 구약의 가치가 하락된 것이었다. 이것은 바울이 말한 율법과 복음의 대비를 극단적으로 과장하여 해석한 결과로 빚어진 것이기도 하다. 영지주의자들은 눈에는 눈 이에는 이라는 구약에 나타난 정의의 하나님과 그의 아들 예수 그리스도에 의하여 선포된 사랑의 하나님을 대조시키기를 좋아하였다. 이와 같은 상호대비를 한 자가 바로 마르시온(Marcion)이었다. 그는 우주개벽론에 대한 이론이나 천사들의 이름을 사상 체계에 포함시키지 않았다는 점에서는 그노시스교의 주류에 속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말시온은 가장 극단적 이단이었다.

마르시온은 소아시아에서 로마로 이주하였는데 144년 교회에 의해 이단으로 파문을 당한다. 그의 저서 “대비(Antotheses)는 신구약의 모순을 열거하면서 이 비참한 세계를 창조한 하나님을 다음과 같이 평한다. 티베리우스 황제 재위 18년 만에 예수님이 갑자기 나타나서 복음을 전하기 이전에는 이 세상 사람들이 아무런 지식이 없던, 예수님과 성부 하나님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는 것을 증명하고자 하였다. 말시온은 신성을 지닌 구세주가 여자의 몸에서 태어난다는 것은 상상조차 할 수 없는 것이기에 그리스도의 탄생과 유년시절은 전혀 근거 없는 유대인들의 날조라고 주장한다. 구약의 위치에 대한 마르시온의 견해는 다음과 같다. 여기에는 두 가지 원칙을 제시하는데 이는 비유적인 해석의 전면 금지, 제 1세대 유대 기독교인들이 예수님의 심중을 잘못 읽었다는 것이다.

말시온은 구약의 하나님을 우왕좌왕하는 하나님으로 묘사한다. 그 예를 모세가 만든 구리뱀으로 말한다. 마르시온이 이런 주장을 하는 이유는 다음과 같다. 하나님이 아무런 우상을 만들지 말라면서 모세에게 구리뱀을 만들게 했다는 것이었다. 또한 하나님을 무지한 하나님으로 묘사한다. 범죄한 아담에게 네가 어디 있느냐고 물으신 것과 소돔과 고모라의 실패를 조사하러 오신 하나님을 그 예로 든다. 뿐만이 아니다. 아담의 창조주라는 점에서 악이 이 세상에 들어온 책임을 묻는가 하면 하나님이 피 흘리기를 좋아했던 산적 출신의 다윗을 선택한 것이 하나님의 악을 창조했기에 너무도 당연한 결과였다고 말한다. 뿐만이 아니다. 마르시온은 생각만 해도 구역질을 낼 성을 통한 자손의 번식이라는 추잡한 방식과 임신의 불편, 해산때의 고통을 창조한 것도 바로 악을 지은 하나님이셨다는 궤변의 이단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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