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은성 교수(총신대·역사신학)

구속사역의 중추적 역할하다

 

‘중보자 그리스도’라는 주제는 지금까지 설명한 구원의 진리들과 앞으로 전개될 진리들과 연결고리 역할을 한다. 이 주제 하나만 두고 보면, 누구든 쉽게 설명할 수 있다. 하나님과 인간 간의 중보자는 그리스도 한 분이라는 진리이다(딤전 2:5). 하지만 어느 진리와도 맥을 같이 해야 하고, 항상 관련성을 가져야하기 때문에 모든 교리를 서로 연결시키거나 관련을 맺는 맥을 잡지 못하면 삶에 아무런 영향도 줄 수 없을 뿐더러 성경 해석에 도움도 되지 못한다.

⑴‘중보자 그리스도’는 교리는 단순히 그리스도의 속성을 설명하는 서론이 아니다. 웨스트민스터 교리서들은 한결같이 언약과 관련시켜 ‘중보자’에 관한 주제를 설명한다. 이에 반해 <벨지카 신앙고백서>에는 구속의 사역을 고백한 후 26항에서 다룬다. 구속 사역을 다루기 전에 ‘중보자’에 관한 고백을 다루는 것이나, 다룬 후에 그것을 다루는 것의 중요성에서 차이가 있다고 보지 않는다. 구속사역의 고백 전 또는 후이냐에 있기 때문에 구속사역을 이해하는데 있어 ‘중보자’의 고백은 매우 중요하다는 것과 구속사역을 위한 중추적 역할을 한다고 볼 수 있다.

⑵‘중보자 그리스도’의 중요성은? “믿음이 없이는 그를 기쁘시게 하지 못하나니”(히 11:6)라는 말씀의 의미는 하나님의 존재를 신뢰하는 것이다. 하나님의 속성을 신뢰하는 믿음은 창조자 하나님인 동시에 구속자 하나님이신 분을 신뢰하는 것이다. 이 의미는 구속자 하나님이심을 통해 삼위일체 하나님을 깨닫게 된다는 놀라운 진리이다(히 1:3 참고). 또 믿음이란 “우리를 향한 하나님의 호의에 대한 확고하고 확실한 지식으로 이 지식은 그리스도 안에 있는 무상적 약속의 진리에 근거해 있”다(<기독교강요> 3권 2장 7항). 결국 그리스도에 대한 지식 없이는 하나님을 신뢰하는 참된 믿음을 소유할 수 없다는 의미이다. 그분에 대한 지식은 중보자 그리스도에 대 지식으로 시작하는 동시에 마무리 된다는 것이다.

⑶그리스도에 대한 지식의 구성 요소는 <웨스트민스터 신앙고백서> 8장 1~8항까지 자세히 열거되어 있고, <기독교강요> 2권 7~16장까지 설명되어 있다. 그런 후 17장에서 ‘오직 그리스도만으로’를 요약하고 구속자 하나님, 즉 그리스도에 대한 진리를 마무리한다. 그 내용은 이러하다. 신앙고백서에서는 그리스도의 삼중직(1항), 하나님이시면서 인간이신 중보자(2항), 자발적으로 취하신 구속사역(3~4항), 속죄 제물이신 그리스도(5~6항), 두 본성의 그리스도(7항) 그리고 중재하시는 그리스도(8항)를 고백한다. 또 <웨스트민스터 대교리문답서> 36~42문에서는 중보자가 누구신지, 왜 인간이 되셨는지, 꼭 하나님이셔야 하고 인간이셔야 하는가를 다룬다. 그리고 <웨스트민스터 소교리문답서> 21~28문에서는 첨가되어 그리스도의 3중직과 그리스도의 낮아지심과 높아지심에 대해서 다룬다. 그리고 <벨지카 신앙고백서>에서는 그리스도의 두 본성에 관해 19항에서 고백된다.

⑷중보자 그리스도에 대한 지식은? 웨스트민스터 교리서들의 설명보다 더 자세하게 다루는 <기독교강요>는 조금 다른 순서를 밟지만 내용상으론 완벽하다. 2권 1~5장에서 인간의 타락, 죄, 자유의지 및 중생(2권 1~5장), 중보자 그리스도(6장), 율법(7~9장), 율법과 복음을 통한 그리스도(10~11장), 두 본성(12~14장), 3중직(15장), 사도신경을 통한 그리스도의 사역(16장), 끝으로 17장에서 전체를 요약한다. 이렇게 볼 때 칼빈은 신·구약성경 전체의 공통점과 차이점을 통해 그리스도에 대한 진리를 파악하면서 구속자 그리스도를 나타내고자 함을 알 수 있다. 이렇게 밝혀진 그리스도의 구속사역의 절정은 성육신 하신 후 지상 사역에서 십자가에 못 박히심, 죽으심, 장사되심, 부활되심, 승천, 우편에 앉으심, 재림 등에 이른다. 이런 진리를 통해 비로소 하나님에 대한 참된 지식을 알게 된다. 그분의 사랑을 진실로 또 진정으로 깨닫게 된다.

그리스도는 하나님이시면서 인간으로서 자신의 사랑을 나타내셨다는 결론이다. 이런 사랑은 이미 율법에서부터, 아니 율법 전 창세기부터 시작되었다. 이것을 우리의 표현에 의하면, 성부가 맡기셨고 성자는 자발적으로 그 직무를 맡으셨다고 표현한다(<웨스트민스터 신앙고백서> 8장 3~4항). 이 표현은 우리의 이해를 위함이지 인간의 가족 관계를 그대로 적용시켜 이해해선 안 된다. 이렇게 오해할 수 있는 표현을 사용하신 이유는 순종을 보이기 위함이다. 모든 것이 신격에서 이뤄졌고, 성부의 임명과 성자의 자발성은 우리의 순종이 이렇게 이뤄져야함을 말하고자 함이다. 이렇게 인간되신 하나님의 구속사역은 철저하게 우리의 삶을 나타내고자 함이다.

⑸중보자의 의미는? 세상 모든 인류의 의를 총동원하여도 하나님의 의의 기준에 합하지 못한다. 누구도 그분 앞에 나설 수도 없다. 하지만 그분은 자신과 화해시켰고, 담대하게 나서도록 하셨다. 연약한 우리는 현재 지상에서 늘 넘어지고 곁길로 기울어진다. 이런 연약한 모습을 보면서 우리를 위해 대언과 중보하시는 그리스도가 아니면 지상에서의 신자의 삶은 실패하고 말 것이다. 하지만 중보자 그리스도가 계시기에 하나님의 자녀임을 확신하고, 그분의 동행으로 견인하기에 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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