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세월호 특집기사가 지면에 실린 이후 여러 목사님과 장로님의 연락을 받았습니다. 이 분들이 연락한 까닭은 대체로 두 가지인데, 하나는 격려였고 다른 하나는 우려였습니다.

격려는 말 그대로 “잘 했다”는 것이었습니다. 예장합동 교단지인 본지에서 세월호 참사를 잊지 않고 제대로 다뤘다는 말을 덧붙였습니다. 우려를 표한 분들 또한 비슷한 맥락의 말을 건넸으나, 조금 다른 점이 있다면 예장합동 교단지에서 세월호 참사를 자세히 다뤄도 신상에 문제가 없겠냐는 걱정을 해주었습니다.

격려도 우려도 고마운 반응입니다. 하지만 연락주신 분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안타까운 점도 있었습니다. 이런 겁니다. 왜 예장합동에서, 또는 예장합동 교단지에서 세월호 참사를 논하는 것이 놀라운 일이 된 것일까요.

아마도 이러한 반응의 근저에는 세월호 참사를 정치적으로 보는 시각이 깔려 있다고 봅니다.

세월호 참사는 정치성향에 따라 판단할 문제가 아닙니다. 분명 세월호 참사를 정치적 프레임에 가둔 이들이 있습니다. 국민들 기억 속에서 세월호 참사가 사라지길 바라는 집단이겠죠. 이들은 304명의 억울한 죽음을 정치성향에 따라 바라보도록 여론을 호도했습니다. “이젠 그만하자. 지겹다”라고 말했던 목회자와 성도도 이들이 덫 씌운 정치적 프레임에 걸려든 것입니다. 꽤 개혁적인 목사님들마저 기자를 걱정하는 것을 보면, 이러한 프레임이 한국교회 전반에 만연해 있는 것 같습니다.

세월호 참사는 상식의 문제입니다. 2년 넘도록 아무것도 해결된 것이 없습니다. 그 기간 동안 참담한 슬픔을 안고 사는 유가족들이 사랑하는 아들과 딸, 부모가 왜 어떻게 죽어갔는지 알려달라는 요구가 부당한 것입니까. 이것은 부당한 게 아니라, 자식을 잃은 부모의 도리이고, 부모를 잃은 자식의 도리입니다.

지겹다고요? 세월호 참사는 더 이상 지겨운 일이 아닐 겁니다. 지난 3월 말, 세월호 2차 청문회에서 재난 컨트롤타워가 아니라고 주장하던 청와대가 세월호가 침몰하던 그 시각, 해경 123정과 통화하여 지휘한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또한 세월호 항적도가 누군가에 의해 조작된 의혹도 발견됐습니다. 덧붙여 세월호 유가족은 정부 보상금 8억을 받은 적이 없습니다. 세월호는 이제 시작입니다. 2년이 지난 지금에서야 세월호 참사의 진실이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성경은 우는 자와 함께 울라고 우리에게 말합니다. 지겹다고 할 것이 아니라 그만하라 할 것이 아니라, 눈물 가득한 유가족과 함께 울고 그들이 손을 잡고 동행하는 것이 기독인들의 할 일입니다. 안전한 사회를 건설하여 304명의 희생을 의미 있게 만드는 것도 기독인들의 할 일입니다. 정치성향과 무관하게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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