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연구원 느헤미야 ‘정치하는 그리스도인’ 신학캠프

바야흐로 선거의 계절이 다가왔다. 여야 정치권이 공천문제로 혼란에 휩싸인 가운데, 교계에서는 정책 제안과 공정선거운동 등 선거 관련 활동을 활발하게 벌이는 중이다. 여기에 보태 ‘그리스도인의 올바른 정치참여’라는 대 주제 아래 학술 세미나 및 포럼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 주말 기독연구원 느헤미야에서도 그리스도인의 정치참여에 대해 듣고 말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기독연구원 느헤미야(원장:김형원 목사)는 2016년 연중기획 신학캠프 그 첫 번째 시간으로 ‘정치하는 그리스도인’을 3월 19일 서울 동교동에 위치한 느헤미야연구원에서 개최했다.

신약성경에 나타난 교훈을 토대로 ‘그리스도인 정치참여’를 제안한 조석민 교수(에스라성경대학원대학교)는 먼저 세상 정치와 국가의 실체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인식하는 것이 올바른 정치참여의 첫 걸음이라고 밝혔다. 무엇보다 조 교수는 세상권위가 신적 존재가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면서, “신약에서 최고 권력자인 왕은 다른 모든 인간과 다를 바 없다. 현실 정치에 있어서도 국가의 원수는 국민이 권력을 한시적으로 위임한 것이기에 신적 존재가 아니다”며 최근 일부 정치인을 신적 존재로 추앙하는 현상을 지적했다.

또한 조 교수는 정당한 국가 권력에 대한 의무와 복종은 시민의 의무이자, 그리스도인에게도 해당된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를 국가권력의 무력 사용이 두려워서가 아니라, 자발적 양심에 의한 통찰 속에 실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조 교수는 “통치자들이 사적이익을 위해 일하거나 하나님을 섬기는 믿음의 일을 방해한다면 그리스도인들은 순교를 각오하고 저항해야 한다”면서, “이것이 칼빈이 말한 시민 불복종운동이고, 그리스도인은 사람보다 하나님을 따르는 것이 마땅하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조 교수는 그리스도인의 정치참여는 예언자적인 소금과 빛의 역할을 감당하는 것으로 실현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 교수는 “그리스도인은 이 땅에 하나님 나라가 실현되도록 비판적 통찰과 책임에 근거하여 예언자적 역할을 감당해야 한다”면서, “예언자로서 정치에 참여하려면 먼저 그리스도인의 모습을 잃지 않고 세상의 소금과 빛의 역할을 감당한다면 이것이 가장 강력한 정치적 역할이 될 수 있다”고 힘주어 말했다.

‘정교분리의 복잡한 역사’를 주제로 발제한 배덕만 교수(건신대)는 해방 이후 개신교 보수진영이 교회와 국가의 관계를 설정하는데 있어 정교분리를 어떤 식으로 이해하고 활용했는지 살펴봤다.

대한민국 헌법에는 정교분리를 명백히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해방 이후부터 1960년까지 국가와 개신교 사이에 이 법이 유명무실했다는 것이 배 교수의 생각이다. 이 당시 개신교인들이 다양한 방식으로 정치활동에 직접 참여하거나 국가정책에 적극 협력했고, 오히려 정교분리를 무책임한 태도로 비판하고 정치참여를 시대적 사명으로 이해할 정도였다는 것이다. 특히 배 교수는 “정부도 타종교에 비해 개신교에 특혜성 지원을 계속했고, 개신교는 이런 정부정책이 정교분리에 위배된다고 생각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박정희 정권과 전두환 정권이 들어선 후 개신교와 정권 간의 유착관계가 상당히 약화되고, 전통종교들이 급부상하면서 형식적으로 정교분리가 정착되기 시작했다. 그러나 군사정권이 정권유지를 위해 민주주의적 가치를 훼손하고, 이에 대한 사회적 저항이 발생하면서 개신교는 진보와 보수로 양분됐다. 배 교수는 “개신교 진보진영은 민주화운동의 선봉에 섰고, 그 대가로 혹독한 박해를 받았다”면서, 반면 “개신교 보수진영은 군사정권을 지지했고, 그 대가로 선교활동의 자유를 보장받아 급성장했다”고 설명했다.

배 교수는 1987년 6월 항쟁부터 현재까지의 정교분리의 양태는 정권의 성격에 따라 가변적이었다고 주장했다. 김대중·노무현 정부 당시 친북반미정책과 사학법개정으로 인해, 교회는 정부와 극단적 갈등관계를 형성했다. 이어 이명박 정부 들어서는 개신교 보수진영이 다시 정부와 밀월관계를 시작했고, 정부요직을 보수적 개신교인들이 거의 독식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가 불교와 이슬람에 우호적 정책을 도입하자, 개신교 보수진영은 다시 종교편향과 정교분리를 내세워 정부정책에 비판을 가했다.

이러한 역사적 사실을 근거로 배 교수는 “개신교 보수진영은 정교분리를 매우 자의적으로 해석·적용해 왔다”면서, 아울러 “지난 60년간 개신교 보수진영과 국가 간의 관계형성에 영향을 끼친 것은 분단이라는 냉전체제였고, 개신교 보수진영은 생존을 위해 냉전이데올로기에 집착했다”며 이를 통해 개신교가 거대종교로 성장했지만, 과도한 세속화·정치화의 부정적 징후가 노출되면서 위기상황에 직면했다고 주장했다.

끝으로 배 교수는 냉전체제와 교회타락의 운명적 관계를 깨달을 때 “비로소 개신교 보수진영은 이념대신 복음을, 미국대신 하나님나라를, 자본대신 성령을 의지하게 될 것”이라면서, “거기서부터 교회개혁 민족통일 민주화, 그리고 세계평화를 향한 대장정이 막을 오를 것이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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