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선교 개척자’ 유진 벨 선교사 내한 120주년 기념예배

▲ 유진 벨 선교사 내한 120주년 기념예배에서 유족을 대표해서 인사말을 하는 인요한 박사.

당신이 선교사로 지구 반 바퀴를 돌아 낯선 땅을 찾아갔다고 상상해보자.
거기서 사랑하는 아내가 갑작스런 병으로 목숨을 잃는다. 애써 선교센터를 개척한 곳에서는 원주민들의 반발로 철수하고 만다. 모처럼의 휴가에도 교통사고를 당해 아끼던 동역자를 잃는다. 고국에서는 부모님의 부고까지 전해진다. 과연 당신은 선교지에서 계속 버틸 수 있을까?

유진 벨(한국명 배유지) 선교사가 한 세기 전 조선에서 실제로 겪었던 일들이다. 그러나 그는 결코 이 땅을 등지지 않았고, 사명을 다하다 끝내 선교지에서 생을 마쳤다. ‘광주·전남 기독교의 개척자’는 그를 부르는 다른 이름이다.

12월 19일 광주 양림동에서는 유진 벨 선교사의 내한 120주년을 기념하는 예배가 열렸다. 유진 벨의 영적 유산을 물려받은 광주와 목포의 교회 및 기독학교 대표 그리고 성도들 200여명이 그가 사역하던 오원기념각에 모여 고인을 추모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날 예배는 예장통합 증경총회장 안영로 목사 사회, 권대현 목사(광주제일교회) 기도, 김용대 목사(영광대교회) 성경봉독, 전 한기총 회장 박종순 목사 설교, 노치준 목사(예장통합 양림교회) 약력보고, 최학휴 목사(기장 양림교회) 내빈소개, 정태영 목사(예장합동 양림교회) 축도로 진행됐다.

박종순 목사는 설교를 통해 “유진 벨을 한국에 보내시고 그를 통해 한국 땅에서 선교의 열매를 맺게하신 하나님께 감사하자”면서 “우리 또한 각자에게 주신 사명대로 땅 끝까지 복음을 전하고 후대에 신앙을 전수하는 인생을 살아가자”고 강조했다.

이날 예배의 테마는 ‘회개와 화해’. 과거 선교사로 사역하던 당시 교파와 교단을 초월해 한국선교를 위한 힘을 규합하는 데 앞장서고, 자신을 배척했던 한국인들을 위해 목숨이 다하는 순간까지 복음과 사랑으로 섬겼던 고인의 마음을 본받자는 의미였다.

예장통합 총회장 채영남 목사는 축사에서 “갈등과 분열로 무너져가는 한국교회가 유진 벨 선교사의 화해와 연합의 정신을 다시 배워야할 때”라고 강조했다. 정의화 국회의장 등 영상축사자들은 한국교회가 남북통일과 동서화합에 앞장서 고인의 유지를 받들 것을 주문했다.

▲ 유진 벨 선교사 유족을 대표해서 인사말을 하는 인요한 박사.

양국주 선교사(서빙더피플 대표)와 송인동 교수(호남신학대)는 ‘유진 벨을 말한다’라는 제목으로 고인의 생애와 업적 그리고 리더십 등을 조명하는 동시에, 그가 남긴 미완의 과제들을 한국교회가 완수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했다.

기념예배에 함께 한 광주제일교회 그리고 예장합동 예장통합 기장 등 3교단 소속의 양림교회에는 특히 이 테마가 시사하는 바가 컸다.

이날 예배를 위해 네 교회는 준비위원회와 연합찬양대를 함께 조직하며 뜻 깊은 동역을 경험했다. 특히 예배 말미에 사회자는 예고 없이 네 교회 담임목사와 장로들을 강단으로 불러 세워 손을 맞잡게 하며, 화합의 기도회를 열기도 했다.

유족 대표로 예배에 참석한 유진 벨 선교사의 4대 후손 인요한 박사(연세대 국제진료센터 소장)는 인사를 통해 “우리 가족들이 한국을 위해 한 일들보다 한국인들로부터 받은 선물이 더 크다”고 감사를 표하며 “한국교회가 말씀과 원칙 위에 바로 서며, 제2의 유진 벨과 손양원 같은 인물들을 계속 배출하기 바란다”고 축복했다.

저작권자 © 주간기독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SNS 기사보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