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속기획/ 장기기증인 사후대책 어디까지 왔나 (3) 돈보다 ‘기억’ 원하는 유가족

▲ 2011년 6명의 생명을 구하고 세상을 떠난 김기석 군의 아버지 김태현 씨가 장기 기증인 추모 전시회에서 아들을 기억하고 있다.

세상 오해와도 싸워야 하는 유가족 “마음 아파”
“추모와 존경 통해 예우하는 사회적 배려 필요”


2011년, 머리가 아프다며 병원 응급실로 들어간 지 15분 만에 뇌사상태에 빠진 외아들을 결국 하늘로 보낸 김태현 씨. 뇌동맥류 파열로 제대로 된 수술조차 해보지 못한 아들 기석 씨(당시 고1)는 6명의 환자들에게 새 생명을 주고 떠났다. 평소 베풀기 좋아했던 아들을 기리고 어딘가에서 아들의 일부분이 살아있었으면 좋겠다는 소망으로 한 결정이었지만, 김태현 씨는 장기기증 후 마음의 어려움을 많이 겪었다.

뇌사를 식물인간과 착각하는 사람들, 장기기증을 장기매매로 오해하는 사람들의 손가락질을 견디기가 힘들었다. 뇌사상태는 어떠한 조치를 취하더라도 2주 이내에 심장이 멈추게 되는 상황으로, 소생 가능성이 있는 식물인간상태와는 다르다. 거부하다가 받은 위로금도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렸다.

“기석이를 평택에 안치했는데 그 곳에 갈 수 있는 방법이 없어 산 자가용을 보고 아들 장기로 받은 돈이라고 수군대는 사람들도 있었으니까요. 장기 이식을 받는 사람이 내는 검사비와 수술비를 장기를 사는 돈이라고 알고 있는 사람도 많습니다. 정부가 위로금을 줄 바에는 장기기증에 대해 공익광고라도 만들어 올바로 홍보하는 것이 유가족들에게는 더 힘이 될 것 같습니다.”

김태현 씨와 같이 남편, 아내, 자녀가 장기를 기증한 유가족들의 모임인 ‘도너 패밀리’에서도 김 씨와 같은 생각을 하고 있다. 위로금 740만원은 사실 장례비로 쓰기에도 턱 없이 부족하고, 돈을 받고 구차하게 변명을 해야 하는 상황이라 자랑스러워해야 할 유가족들이 오히려 사람들을 피해 음지로 숨어들어 가게 된다. ‘차라리 7억이라도 줬으면 어디 가서 떳떳하게 얘기나 하고 다니겠는데 700만원으로 돈을 받았다고 하기도, 안 받았다고 하기도 애매한 상황’이라는 것이다.

일괄적으로 돈을 지급하는 것이 아니라 그 돈으로 재단이나 기금을 마련해서, 갑자기 가장을 잃어 삶이 어려워진 유가족들을 위해 사용하는 것이 효율적이라는 의견도 많다. 납골당이나 추모공원을 만들어서 사람들이 그 희생을 기리고 기억해줬으면 하는 바람도 있다. 같은 아픔을 겪은 이들이 모인 자리에서도 유가족들은 마음을 나누며 위로를 받는다. 김태현 씨는 “도너 패밀리 모임에 참여하면서 기석이를 마음껏 칭찬할 수 있어 조금이나마 힘을 얻는다. 이런 기회가 더 많이 생겼으면 한다”고 말했다.

지난 8월 21일 서울경기지역 도너 패밀리는 서울시청에 모여 기증인들의 얼굴을 직접 색칠하며 그리움을 달랬다. 자신들의 장기기증 이야기를 발표하면서 신주욱 작가가 그린 기증인의 초상화를 아름답게 채색하고 추모했다.

2010년에 뇌사 장기기증으로 4명의 환우를 구한 양진영 군의 어머니 김선희 씨는 “장기기증이라는 공통분모를 통해 아들의 생명 나눔을 기억할 수 있는 곳이 있어 감사하다. 진영이의 얼굴을 그리면서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위로와 평안함을 느낄 수 있었다”라고 소감을 전했다.

유가족들이 진정으로 바라는 것은 물질보다 고귀한 희생을 하고 떠난 기증인에 대한 기억이었다. 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 이원균 사무처장은 “추모, 위로, 존경 등으로 장기 기증인들이 예우 받는 모습을 보면 유가족들이 마음의 짐을 더는 것은 물론이고 일반 시민들도 생명 나눔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는 기회가 된다”며 “장기 기증인에 대한 사회적 배려가 더 많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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