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로교회 정체성 훼손, 태생적 한계’ 우려 속 ‘개혁교회 본질 충실히 따라’ 반발도
미국 침례교 뿌리 둔 가정교회 무분별 도입엔 경계… “현상보다 말씀 집중해야”


최근 급속도로 퍼지고 있는 가정교회운동을 어떻게 봐야 할까?

총회 신학부(부장:김유문 목사)가 가정교회에 대해 ‘주의해야 한다’고 밝혔다. 신학부는 7월 21일 총회회관에서 임원회를 열고 제99회기 사업을 결산했다. 신학부는 가정교회운동을 “가정교회가 목양적인 측면에서 장점이 있지만, 장로교의 교회론을 훼손할 우려가 있다”면서 “장로교 정치체제와 부합하지 않는 태생적인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주요 장로교단, 가정교회 우려

가정교회운동에 대한 우려는 하루 이틀의 문제가 아니다. 예장고신은 2007년 총회에서 알파코스와 빈야드운동, 셀교회와 가정교회에 대한 신학적 문제를 검토했으며 예장합신은 2011년 가정교회운동에 대해 집중적으로 논의했다.

특히 예장합신 신학연구위원회는 가정교회에 대해 △구역에 해당하는 모임을 ‘가정교회’ 또는 ‘교회’로 지칭하지 않도록 △목자·목녀 사용 지양 △‘가정교회운동’이라 지칭하여 교단 안에서 서로 다른 운동이 있는 듯한 표현이 사용되지 않도록 총회에 요청했다.

교단 내 목회자들과 일부 총신 교수들도 가정교회운동에 대해 “장로교의 정체성과 맞지 않다”고 지적해왔다. 2013년 서북노회(현 삼산노회)는 “가정교회는 장로교의 직분 체계를 무시하는 운동으로 정체성을 혼란하게 한다”면서 “가정교회에 대해 신학적 입장을 정리해 달라”고 헌의했다.

이에 대해 2014년 총회 신학부가 주최한 개혁주의 신학대회에서 황봉환 교수(고신대)는 미국에서 인기를 얻고 있는 가정교회는 교회의 본질인 공예배를 소홀히 여기고, 목회권을 성도에게 이양하려는 오류가 있으며, 성례를 가볍게 여기는 모습과 성령과 은사에 대해 잘못된 이해를 갖고 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2015년 신학대회에서도 가정교회에 대한 지적이 이어졌다. 5월 18일 부산 초량교회에서 열린 개혁주의 신학대회에서 전 총신대 총장 김의원 교수는 “섬김과 나눔과 사랑으로 영혼을 구원하여 제자를 삼고 파송하는 것이 핵심인 가정교회는 전통교회가 갖지 못한 공동체로서 교회구조와 실천적 기능을 지닌 하나의 매력적인 목회방법론”이라고 소개했다.

그러나 목회적 열매가 있다고 해서 모두 수용해야 할 것은 아니었다. 김의원 교수는 “그럼에도 회중교회에서 시작된 태생적 한계로 용어 자체부터 장로교 정치체제와 직분론에 부합하지 않는 점이 있기 때문에, 교회 안의 교회라는 혼동을 주지 않는 명칭사용, 용어에 대한 장로교회론에 부합한 가르침과 교회 내규에 명시하는 등의 변화를 줄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장로교 훼손 vs 성경적 교회론

이에 대해 일산 화평교회 최상태 목사와 웨스트민스터신학대학원 권문상 교수, 와~우리교회 박만규 목사는 8월 7일 가정교회 간담회를 열고 “가정교회는 성경 중심, 교회 중심의 장로교 체제와 잘 부합하는 교회론”이라고 반박했다.

최상태 목사는 “가정교회는 성경에 바탕을 둔 역사성과 정통성이 있는 공동체”라면서 “초대교회가 가정교회였으며 신약 성경도 가정교회를 말하고 있다. 바울서신이 가정교회이고 가정교회에서 일어난 일들을 다루고 있다. 예수님도 소그룹(가정교회)의 선구자다. 그러므로 가정교회를 모르면 신약을 잘 이해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권문상 교수는 “가정교회 명칭에 대한 거부감이나 혼란을 갖는 이유는 성경 신학적 교회론이 부재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장로교는 로마가톨릭의 반사제주의로 시작했다”면서 “개혁교회의 핵심은 성도들의 나눔이다. 따라서 가정교회는 개혁교회 본질을 충실히 따르고 있다”고 말했다.

권문상 교수는 이어 “현재 장로교에서 사용하는 구역이라는 명칭도 순복음에서 나온 것이다”면서 구역이라는 명칭부터 바꿔야 한다고 비판했다. 최상태 목사는 ‘속회’는 감리교가 태생이라고 지적하면서 “셀은 현대 기독교 지도자들의 필요에 의해 나온 소그룹 명칭인데 성경에 나오는 이름인 가정교회에 대해 의문을 제기한다는 것은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 총회 신학부가 지난 5월 18일 부산 초량교회에서 개최한 총회개혁주의 신학대회에 참석한 목회자와 성도들이 강의를 경청하고 있다. 이날 전 총신대 총장 김의원 교수는 “가정교회는 전통적 교회가 갖지 못한 공동체의 구조와 실천적 기능을 지닌 매력적 목회방법론”이라고 소개하면서도 “회중교회에서 시작된 태생적 한계로 용어 자체부터 장로교 정치체제와 직분론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평가했다.


“침례교 회중교회와 다르다”

신학부는 2년에 걸친 신학대회와 연구를 바탕으로 “가정교회는 정체성과 시스템이 회중교회에 뿌리를 두고 있으므로 … 장로교의 교회론을 훼손할 우려가 있다”고 판단했다. 가정교회운동은 미국 침례교에 뿌리를 두고 있기 때문에 한국 장로교와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즉 침례교의 회중교회라는 태생적 한계 때문에 장로교의 교회론을 훼손할 우려가 있다는 것.

이에 대해 권문상 교수는 “가정교회를 도입했던 일부 교회가 당회와 충돌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이는 셀과 같은 소그룹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당회와의 갈등은 리더십에 문제가 있기 때문”이라면서 “오히려 가정교회의 본질은 교회를 섬기는 구조”라고 강조했다.

최상태 목사는 “가정교회를 지향하고 있는 화평교회는 시무장로가 14명이고, 100여 개 이상의 가정교회(구역)가 있다”면서 “당회와 제직회 남여전도회 공동의회와 같이 장로교의 직제를 잘 간직하면서도 역동적인 가정교회 사역을 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사실 가정교회운동은 교회의 표지인 말씀선포와 성례, 권징이 무시되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회중교회는 권징이나 성례를 독자적으로 진행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즉 목회자와 당회의 기능을 평신도가 수행하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 침례교 회중교회에 뿌리를 두고 있는 가정교회도 마찬가지라는 등식이 성립된다.

박만규 목사는 “실제 미국 가정교회는 성례를 독자적으로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그러나 한국은 다르다”고 말했다. 한국의 가정교회는 구역처럼 독자적으로 발생한 소그룹이기 때문에 미국의 회중교회와는 근본적으로 구별된다는 것이다.

최상태 목사는 “한국의 가정교회는 미국 침례교의 가정교회와 명칭만 같을 뿐 성례와 권징의 기능이 없다”고 못을 박았다. 그는 “가정교회는 회중정치를 지향하는 침례교만의 전유물이 아니다. 가정교회의 기원은 삼위일체 하나님께 있다”면서 “신학부가 획일적으로 주의해야 한다고 밝힌 것은 장로교 정치체제에 맞게 성경적으로 가정교회를 진행하고 있는 자생적 한국 가정교회운동을 위축시킨다”고 우려했다.
 
“개혁주의 지켜야 한다”

현재 국내에는 가정교회운동이 세 부류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가장 주축이 되는 것은 미국 침례교 에 뿌리를 둔 가정교회가 있으며, 최상태 목사를 중심으로 한 자생적 가정교회 등이 있다.

최상태 목사에 따르면 국내에서 자생적으로 발생한 가정교회는 3000여 교회가 된다. 그는 미국의 가정교회와 근본부터 다르다면서 “구분이 필요하다면 명칭을 바꾸는 것도 가능하다”고 했다.

그러나 이들의 주장에도 불구하고 가정교회운동은 여전히 우려의 대상이 된다는 것이 중론이다. 총회 내 일부 목회자들이 미국 침례교의 가정교회운동을 무분별하게 도입하고 있기 때문이다. 신학부 관계자는 “가정교회가 목양적인 측면에서 장점이 있는 것은 분명하다”면서도 “그러나 침례교에 뿌리를 두고 있기 때문에 장로교와는 엄연히 다르다. 장로교의 교회론을 훼손할 수 있다. 문제는 총회 내 미국의 가정교회를 표방하는 목회자들이 있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총회 소속 가정교회에서 사역을 했다는 목회자도 “국내 가정교회는 여러 계파가 있다. 그러나 가정교회 리더(목자)가 목사의 기능을 대신하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기 때문에 신학부가 주의해야 한다는 것에 동감한다”고 말했다.

방법론과 현상에 집중하기 보다는 말씀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목포새한교회 전희문 목사는 “한국 교회가 침체기에 빠지다 보니 목회 방법이나 시스템, 그리고 부흥하는 현상에 초점을 맞추고 있어 우려가 된다”면서 “목회는 인간의 방법으로 하는 것이 아니다. 오직 말씀이라는 개혁주의로도 충분히 건강한 목회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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