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종완 목사(수원삼일교회)

승용차를 처분하고 대중교통을 이용한지 일 년 반이 지났다. 이유는 허리 통증으로 걷기 운동이 필요하였던 차에 교회가 파송한 선교지에서 센터입당에 소정의 재정이 긴급하다기에 당회에 양해를 구하고 관리부로 하여금 승용차를 매도 조치하였다. 그 후로 택시를 비롯하여 각종 대중교통을 이용하면서 기사님들의 친절한 서비스를 받으며 대중교통의 편리와 자유함을 누리고 있다.

자가 운전자라면 누구나 경험하는 복잡한 주차 걱정에서 자유하고 때로 장거리 운행시 귀가할 때쯤이면 교통체증과 더불어 수면제를 먹은 것 마냥 몰려오는 졸림과 안전사고의 위험에서 자유함은 물론 편안하게 부족한 수면도 보충할 수가 있다. 또 승용차에서 나 홀로 보다 대중교통 공간에서 마주대하는 여러 사람들의 다양한 삶의 표정과 체취를 맡으며 새로운 인연을 맺는 것이 또 하나의 즐거움이기도 하다. 가끔 택시를 타고 기사님과 대화를 나누다보면 생동감 넘치는 생활현장의 소리를 접하며 목회를 돌아보게 하고 또 복음도 소개하는 기회가 된다. 어떨 때는 기사분이 교회 집사이거나 성도여서 모바일 심방을 할 때도 있다.

목회 특성상 외부의 다양한 회식(會食)을 마친 후에도 스케줄이 급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삼십분 내외를 대로(大路)가 아닌 골목길로 산책하듯 걸으면 어느 듯 소화도 되고 기분도 상쾌해지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지방자치제 이후로 시, 군 행정당국에서 시민들의 편의를 위한 시설이 얼마나 잘 되어 있는지 이용해 보는 자만 느낄 수 있다. 늘 바쁜 일상 속에서 빠름의 중요성만 의식하다가 느림의 소중함도 느낄 수 있다. 속도에 가려 보이지 않던 사물과 생명의 속살들이 보석처럼 아름답게 향기와 함께 다가온다.

대중교통을 이용하면 걷는 시간이 많아진다. 현대인들은 누구나 발로 걷는 것이 몸에 좋은 줄은 알고 있다. 그러나 몸이 승용차 이용에 익숙하다보니 습관이 돼서 짧은 거리도 차를 타게 된다. 목회자는 하루 일과 속에서 걸을 수 있는 기회가 별로 없다. 아파트를 나서면 승강기를 이용하고 몇 걸음하면 승용차를 타고 교회로 간다. 교회 주차장에서 승강기를 타고 사무실로 들어가 오랫동안 의자에 앉아 업무를 보다가 사역현장으로 나갈 때도 차로 이동하는 과정을 반복할 뿐 좀처럼 걷는 시간을 내기가 쉽지 않다.

비만과 허벅지 근육은 밀접한 상관관계가 있다. 걷기를 통해 발목과 허벅지 근육을 강화하면 근육이 음식에너지를 흡수하므로 소화가 잘되고 비만 예방에 탁월한 효과가 있다는 것은 공인된 사실이다. 뿐만 아니라 걷기를 하면서 척추를 감싸고 보호하는 직립근육이 발달하여 디스크에 미치는 체중의 압력을 분산하므로 통증이 완화되고 6개월 정도 지나고 부터는 완전히 회복되어 몸이 얼마나 자유하고 편한지 경험해보지 않으면 알 수 없는 일이다.

승용차대신 처음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는 시스템을 잘 몰라 옆에 분들에게 물어보기도 했지만 지금은 대중교통 이용에 자칭 달인이 되었다. 특히 스마트폰만 있으면 전국 어디나 소요시간과 비용 그리고 최단시간 내 도착할 수 있도록 정보를 제공한다. 각종 대중교통 운행시간을 실시간으로 안내하기 때문에 출발과 도착 시간을 정확하게 맞출 수 있어 시간 손실도 줄일 수 있다. 우리나라의 대중교통 발달과 시스템은 세계 제일이라 할 수 있다.

필자의 교회에서는 목회활동에 필요한 소정의 교통비를 지원해주고 있다. 뿐만 아니라 소형 승합차를 구입하여 주일날 교인 수송과 심방용으로 사용하며 필요할 때는 언제든지 자가용으로 이용하기도 한다. 그럼에도 묵직한 고급 승용차에서 내리고 보니 뜻밖에 목회 자유함도 ‘보너스’로 누리게 되었다. 전과는 달리 눈에 보이는 것 보다 보이지 않는 소중함과 가치를 인식하게 되고 그 무엇과 비교할 수 없는 영원한 보배인 그리스도를 소유하고 있다는 믿음이 머리가 아닌 가슴으로 와 닿으면서 ‘주는 나의 목자시니 내게 부족함이 없으리로다’라고 고백한 다윗의 부요함과 행복을 누리게 되었다.

요즘 택시를 이용하다 보면 기사님들이 영업이 많이 힘들다고 한다. 거리에는 차량의 증가로 정체시간도 늘어나고 ‘오일’ 소비량과 매연 배출량은 증가하고 있다. 교회도 주일날 주차난이 심각하다. 이럴 때 교회 중직자(重職者)들도 함께 대중교통을 이용하도록 선도하면 주차난 해소와 더불어 지역경제 보탬도 되고 지역사회에 빛과 소금으로 선한 영향력을 끼칠 수 있을 것이다. 이미 이렇게 실천하는 교회들도 있는 줄 안다. 우리 교단 도심(都心)교회들이 앞장서 주일마다 성도들이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조용하면서도 작은 운동이 물결처럼 확산되면 지역 사회에 신선한 충격을 주고 교회에 대한 좋은 이미지와 신뢰 회복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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