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외고, 신앙 프로그램 활기로 정체성 찾아가

▲ 참다운 기독교학교로서 도약을 꿈꾸는 서울외국어고등학교.

“서울외고가 기독학교였어요?”

녹천역 옆 서울외국어고등학교(학원장:최효진 목사)에 대해 이야기할라치면 꼭 등장하는 놀라움 반, 의심 반의 질문이다. 하지만 엄연한 사실이다. 그것도 오랜 세월 온갖 고통과 반대 속에서도 기독교학교로서 정체성을 포기하지 않고 지켜온, 눈물겨운 사연을 간직한 학교이다.

물론 처음부터 서울외고가 기독학교로 출발한 것은 아니다. 기독교학교로 변신이 시작된 것은 2005년 학교재단이 청숙학원으로 변경되면서부터이다. 기독교인 교장이 부임하고, 김동호 목사(높은뜻숭의교회)를 강사로 초청한 말씀집회가 열리며 조금씩 분위기 전환이 시도됐다.

하지만 비기독교인 교직원들을 비롯해 학생 학부모들의 반발이 만만치가 않았다. 2007년 기독교학교로서 본격 출범을 선언하는 CI선포식이 열린 자리에서도 학생들의 공개적인 반대가 제기되는 등 적잖은 진통이 따랐다.

하지만 이런 가운데에도 학교에서는 결코 억지로 학생들에게 종교활동을 강요하지 않았다. 얼마든지 채플이나 성경공부를 강제할 수 있는 권한이 있었음에도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하도록 문을 열어놓을 뿐이었다.

첫 공식예배가 시작된 날, 참석한 인원은 불과 10명뿐이었다. 심지어 예배가 진행되는 건물 바깥에서 이에 반대하는 재학생과 졸업생들이 소란을 피우기까지 했다.

하지만 기독학교의 꿈을 저버리지 않은 이들은 결코 포기하지 않고 분투를 계속했고, 이들의 곁에서 기꺼이 힘이 되어준 예수전도단 네비게이토 징검다리선교회 등 여러 선교단체 사역자들의 동역 속에서 예배 참석인원은 조금씩 늘어나기 시작했다.

특히 관선이사 파견이 언급되던 2013년에 처음으로 예배에 참석하는 학생 수가 100명 선으로 급증하더니, 특목고 지정 취소가 거론되는 최악의 상황을 맞은 올해에는 사상 최다인 270명까지 인원이 올라갔다. 학교가 위기에 빠질수록 신앙적인 결집은 더욱 강하게 이루어진 셈이다.

학교 예배에는 기존 크리스천 학생들 뿐 아니라 평소 교회에 출석하지 않던 아이들도 상당수 참여한다는 후문이다. 네팔 선교사 출신으로 현재 교내 기독팀장을 맡고 있는 장주향 교사는 이 학생들을 참된 크리스천 리더, 진실한 예배자로 세우는 일에 전력을 다하고 있다.

지난해부터는 대규모 전도집회가 학생들 스스로 재능과 용돈을 모으는 열정 속에서 개최되어 성황리에 진행되었고, ‘프레이즈밴드’ ‘크리스천 미디어팀’ ‘말씀묵상카페’ 같은 기독동아리가 만들어져 왕성한 활동이 이루어지는 중이다.

“누가 시키지 않았는데도 매일 아침 7시면 학교운동장에 모여 기도하는 아이들, 쉬는 시간이나 점심식사 시간 등 자투리 시간들을 예배하고 복음전하는 일에 바치는 기독동아리 학생들을 지켜보면서 그 동안 한걸음 뒤에 물러나있던 기독교사들과 학부모들에까지 영적인 변화가 일어나는 게 감지된다”는 장 팀장의 설명이다.

이와 같은 신앙적인 열기가 뒷받침하면서 글로벌리더십교육, ‘통일’을 주제로 한 특별과목 운영 등 서울외고만의 다른 독특한 프로그램들도 활력을 찾고 있다. 아직 갈 길이 멀지만 하나님의 선한 인도하심으로 학교가 제 궤도에 오르리란 소망이 점차 퍼져나간다.

학교 발전기획실장을 맡고 있는 이수영 박사는 “영어 수학이 전부가 아니고, 입시가 전부가 아닌 살아있는 교육,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교육을 향한 꿈을 갖고 기독교학교로서 정체성을 이루어갈 것”이라면서 “개교 10주년이 되는 내년에는 모든 교사와 학생들이 함께 예배하는 감격적인 장면도 목격하고 싶다”는 소망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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