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적이며 교묘하게 자행…피해자, 교인 비난 받는 등 2차 피해 겪어
교단 차원 강력한 징계 절차 마련하고 피해자 치유·회복에 적극 나서야


장애인시설 운영자가 지적장애인 지속적 강간, 해외 거주하는 교민의 아동 성추행, 여성의 핸드폰에 접근하여 통신매체음란행위, 60대 남성이 20대 여성에게 스폰서 제안, 최근에 발생한 지하철 여성 치마 속 촬영까지. 일간지 사회면 뉴스 정도로 치부할 수 있지만, 문제는 이 사건들의 가해자가 목사와 선교사 그리고 장로라는 점이다.
이처럼 교회는 더 이상 성폭력의 안전지대가 아니다. 오히려 교회가 성폭력으로 몸살을 앓고 있고, 목회자들의 성적 탈선이 연일 도마 위에 오르는 실정이다. 하지만 한국 교회는 교회 내 성폭력에 대한 기본적인 대책조차 마련하고 있지 않다. 성폭력의 실체와 마주한 피해자들만 울고 있을 뿐이다.
교회개혁실천연대는 5월 29일 서울 합정동 백주년기념교회 사회봉사관에서 <교회 성폭력의 현실과 과제 포럼> ‘아무에게도 말하지 못했다’를 개최했다. 포럼에는 조중신 센터장(한국성폭력위기센터) 최순양 박사(이화여대) 임보라 목사(섬돌향린교회)가 발제자로 나서 교회 성폭력이 재생산되는 원인을 살펴보는 한편, 교회가 실천할 수 있는 과제를 나눴다.
 
교회는 왜 성폭력에 취약할까?
성폭력 상담현장에 접수된 교회 내 성폭력 가해자는 대부분 목사와 전도사로 나타났다. 반면 피해자는 성도와 교회 직원인 경우가 많았다. 그렇다면 목회자의 의한 성폭력의 특성은 무엇일까.
조중신 센터장은 “목회자에 의한 성폭력 피해는 폭력과 위협보다 유인과 위계가 주로 작용했다”고 말했다. 다시 말해 교리를 인용하여 성적 접촉을 정당화하거나, 개인 신상에 관한 상담 과정에서 교묘하게 성폭력이 이뤄지는 것이다.
이렇다보니 피해자들이 피해 당시에는 성폭력으로 인식하지 못하곤 한다. 따라서 성폭력 사건이 성도의 자발적인 추종이나 순응으로 오인되기도 하고, 시간이 지나 피해사실 입증이 어려운 경우가 자주 발생한다.
이 뿐만 아니다. 피해자가 문제제기를 하더라도 목회자를 비호하는 교인들에게 비난을 받거나, 교회 내 세력다툼의 수단으로 이용되기도 한다. 이와 같이 목회자를 두둔하고, 은밀하게 처리하는 관행이 교회 내 성폭력을 부추기고 있다.
조중신 센터장은 “목회자에 의한 성폭력 사건은 교회 내부 조사에 어려움이 많아 구속과 처벌이 이루어지지 않은 경우가 태반이고, 심지어 피해자가 도리어 고소당하기도 한다”고 토로했다.
성폭력에 무기력한 교회의 안타까운 현실은 그릇된 신앙관에서 비롯됐다는 진단이다. 최순양 박사는 “남성중심의 교회문화가 여성들에게 복종과 묵인을 강요하고, 목회자를 일방적으로 추종하는 왜곡된 신앙이 성폭력을 보고도 눈감게 하는 교회를 만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결국 교회의 구조적인 문제 아래 목회자의 성폭력이 비호 받고 있는 셈이다.
 
성폭력 예방을 위해 교회가 할 일은?
그렇다면 성폭력을 근절하기 위해 교회가 해야 할 일은 무엇일까. 우선 가해자에 대한 강력한 징계를 마련해야 한다.
교회 내 범죄가 발생할 때마다 가해자들이 내세우는 논리는 교회의 특수성이다. 그러나 앞서 언급했듯이 교회의 특수성이 성폭력을 키우고 있다. 범죄에 관한 한, 교회도 치외법권 지대가 아니라는 사실을 일깨워야 한다. 이것은 무엇보다 교단이 할 일이다.
교단이 헌법에 성범죄에 관한 징계를 구체적으로 명시하고, 성범죄가 발생했을 때 이를 실행에 옮겨야 한다. 또한 교단 신학교마다 목회자 교육 과정에서 성폭력 예방교육을 필수 과정으로 포함시켜야 한다.
임보라 목사는 “요즘처럼 목회자의 성범죄가 자주 드러나는 상황에서 교단이 기본적인 조치마저 마다한다면, 암암리에 방치하는 꼴”이라며, “교단차원의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또한 교회 내에서 일어나는 성폭력 사건은 대부분 법적 처벌 이전에 교회 내부에서 먼저 해결을 시도하게 된다. 문제는 이러한 상황에서 피해자가 교인들에게 비난을 받아 2차 피해를 겪고, 교회를 떠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이게 된다는 점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전병욱 목사 성범죄사건이다.
피해자들의 2차 피해를 막기 위해 교회가 그들을 감싸 안아야 한다. 교회 구성원들이 피해자 회복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가해자에게 책임이 있다는 점을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 또 여러 가지 형편에 따라 가해 행위를 축소하거나 합리화하는 것도 경계해야 한다.
조중신 센터장은 “교회 성폭력은 말 그대로 폭력의 문제이다. 스타 목회자라고 혹은 주변에 칭송 받는 목회자라고 하여 범죄사실을 축소해서는 안 된다”면서, “교회가 애통하는 심정으로 피해자의 치유와 회복을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저작권자 © 주간기독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SNS 기사보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