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인섭 교수(총신대 신학대학원·개혁신학연구센터 원장)

‘세계개혁주의운동의 새로운 중심으로 떠오른 총신대’ 오피니언은 2015년 5월 18일 기독신문 웹에  사일환 목사 외 개혁97기도동지회의 ‘자유주의 신학자가 초청된 세계신학자대회’ 글과 2015년 5월 27일 사설 ‘의심받는 개혁주의’와 관련하여 총신대 재단이사장이 정식으로 반론을 요청하여 게재함을 밝힌다.
 
세계개혁주의운동의 새로운 중심으로 떠오르는 총신대
 
16세기 종교개혁 지형 중에서 오직 칼빈주의만 스위스, 네덜란드, 벨기에, 프랑스, 그리고 영국과 스코틀랜드로부터, 폴란드, 루마니아, 헝가리 그리고 체코 등 동유럽까지 전 유럽에 확산되어 있다. 그 이유는 “개혁신학”을 기반으로 “국제적인 네트워크”를 형성해 왔기 때문이다. 대륙 칼빈주의의 교리적 일치의 기준이 되는 벨직신앙고백서, 도르트신경 그리고 하이델베르그요리문답서 등 세 개의 문서(Three Forms of Unity)가 공인된 것도 최초의 국제칼빈주의 대회인 화란의 도르트총회(1618-19)였다. 이처럼 개혁주의는 국제화라는 DNA를 가지고 있는데 이는 칼빈의 제네바를 중심으로 데브레첸(Debrecen) 하이델베르그(Heidelberg), 엠던(Emden), 도르트레크트(Dordrecht)를 비롯하여 전 유럽을 연결하는 국제적 네트워크가 있었기에 가능할 수 있었다.
 
1. 총신과 총회의 국제화
2013년에 총회설립 100주년을 맞아 총신대학교와 총회가 공동 주최하여 “세계개혁교회대회(International Congress of the Reformed Churches)를 개최하였다. 총회와 총신이 협력하여 개혁주의에 입각한 국제화를 도모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한 일이었다. 각 대륙 11개국의 대표단 35명이 참석하여 축하하며 국제대회를 진행했었는데, 당시 해외 참석자들이 이와 같은 국제대회에 가치를 부여하면서 상설적인 국제 개혁주의 대회로 발전시킬 것을 제안했다.
2014년 5월에 세계 주요 개혁주의 신학대학교의 총장들(미국의 칼빈신학교, 웨스트민스터신학교, 화란의 캄펜 부르더벡 신학교)과 국제기구의 대표들(Refo500, 아시아신학연맹[ATA])이 총신대학교에서 모였다. 이때부터가 총신대학교가 자체적으로 주최하는 국제학술대회다. 이 기간 중에 점증하는 중국과 아시아 교회의 신학적 기초를 역사적 개혁주의로 세우기 위해 미국의 웨스트민스터신학교의 총장이 제안하여 “세계개혁주의연맹(GRACES)”이 구성되었다. 공식 이름은 "신앙고백적인 교육자들과 신학교들의 세계개혁주의연맹"이며, 이때 2015년 대회는 5월 11-13일에 총신대에서 개최하기로 결정하여 올해에도 진행한 바 있다. 이 국제대회는 비서양권에서 발원하여 세계의 정통 역사적 개혁주의 신학교와 기관이 참여하여 형성된 새로운 패러다임의 국제적 개혁주의 운동이다. 이런 국제화의 흐름 속에서 총신은 2015년 3월부터 신학대학원에 영어로 강의하는 M. Div. 학위과정을 시작하였고, 미국과 화란의 개혁주의적인 신학교와 대학교에 지속적으로 교환학생을 보내어 국제적 리더 양성을 하고 있다.
 
2. 기독신문 [오피니언] (2015년 5월 18일 인터넷판)에 대한 반론
총신대학교의 국제화에 대해서 한국 교회가 큰 관심을 가지고 비판적 조언까지 하는 것은 참으로 감사하고 기쁜 일이다. 그러나 그것이 전체적인 구도 속에서 사실에 근거하여 발전적인 방향으로 이루어 졌더라면 더 유익했을 것이다.
 
1) 국제대회의 명칭, 성격, 구조의 혼동에 기인한 오해
위의 [오피니언]은 제목과 내용에서 “총신대 세계신학자대회”를 비판하고 있다. 그러나 총신대학교에 이런 이름의 대회는 없었다. 문제가 있다고 언급된 3명의 인사들(Jerry Pillay, Rodney L. Petersen, Isabelle Graessle. 왕애명 박사는 이때 참석하지 않음)이 참석한 2013년 대회는 총회설립 100주년을 기념하여 당시의 총회장과 총신대 총장이 MOU를 맺고 재정과 행정을 분담하여 진행한 대회였다. 총회와는 별도로 총신에서는 총장을 위원장으로 하고 당시 2인의 부총장을 부위원장으로 하는 “국제학술컨퍼런스 총신대 준비위원회”가 구성되었으며, 매 회의 때마다 참석자를 포함한 제반 사항을 점검하며 대회를 준비했다. 당시 대회 참석자 35명은 총회 100주년을 축하하기 위하여 초대된 개혁주의 관련 국제기관의 대표들이었다. 문제가 제기된 3인의 인사들은 국제적 개혁주의 기구들에 의해 추천되었으나, 총신이 추구하는 역사적 개혁주의 신학과 다른 입장임을 확인하고 2014년부터는 국제학술대회에서 완전히 배제되었다.
 
2) 총회설립100주년기념대회(2013년) 국제기관 축하사절 1: Jerry Pillay
그는 현재 108개국 229 교단 8천만명 이상의 보수와 진보 교회들이 가입되어 있는 세계에서 가장 큰 규모의 개혁주의 국제기구 (WCRC: World Communion of Reformed Churches)의 의장이다. 그는 총회 100주년을 축하하기 위한 국제기구의 축하사절로 참석하게 되었다. 합동 교단과 총신의 개혁주의적 성과를 세계에 인식시킬 필요성 때문에 그의 방한이 성사된 것이었다. 그는 신학자로 온 것이 아니기 때문에 개막식 다음날 바로 귀국했다.
 
3) 총회설립100주년기념대회(2013년) 국제기관 축하사절 2: Isabelle Graessle
그는 칼빈의 피땀과 눈물이 서린 종교개혁의 현장 스위스 제네바에 위치하고 있는 국제종교개혁박물관(International Museum of the Reformation http://www.musee-reforme.ch/en/)의 관장으로 초청되었다. 따라서 그의 발표도 칼빈탄생 500주년 기념(2009) 칼빈 전시와 관련된 “’To Expose’ Calvin: an incredible challenge adapted to an amazing jubilee!”였다. 이 기관은 Refo500에 소속된 기관이다. 총회 100년의 역사를 축하하기 위한 참가자 목록에 칼빈의 제네바의 종교개혁박물관장이 들어가는 것은 이상할 것이 없다. 그러나 적어도 그 박물관장이라면 칼빈의 신학과 부합하는 인사가 맡았어야 하지 않는가? 이러한 사실만 보더라도 앞으로 국제 네트워크를 통해 역사적 개혁주의자들의 외교적 역량과 영향력의 확대가 얼마나 중요한가가 명백히 드러난다.
 
4) 총회설립100주년기념대회(2013년) 국제기관 축하사절 3: Rodney L. Petersen
BTI(Boston Theological Institute)는 종교개혁500주년기념 국제기구의 미국측 파트너 가운데 하나다. 이 Refo500의 북미 Coordinator 기관은 웨스트민스터 신학교이며 총신은 Refo500의 아시아의 책임을 맡고 있기 때문에 그는 국제적인 관계 속에서 대표자격으로 참석한 단순 축하사절이었다.
 
5) 왕애명 박사의 경우: 박해받는 중국의 교회 그룹들을 위한 신앙의 자유를 변호함
아이밍 왕(왕애명) 박사는 스위스의 뇌샤텔대학과 바젤대학에서 11년을 연구한 후 중국교회를 위해 종교개혁의 유산을 활용해야 함을 주장하는 논문으로 박사학위를 받은 학자다. 왕애명 박사의 주장은 지방교회에 속한 사람의 자기주장이 아니라, 지방교회 밖에 있는 중국신학자가 중국정부와 삼자교회가 중국의 가정교회운동을 인정하고 허용하도록 유도하기 위하여 가정교회의 형태로 전개된 지방교회운동를 그 실례로서 언급한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그의 주장은 중국의 공식교회(삼자교회와 중국기독교협의회) 산하의 신학교들에서 워치만 니의 작품을 연구하는 것을 허락하여야 한다는 것이다(http://an-open-letter.org/testimonies/#18). 중국정부는 워치만 니를 반혁명분자로 낙인 찍어 정치적인 이유로 죽이고 그의 책을 금서로 정했으나, 신학자로서 왕아이밍은 정부가 삼자교회 신학교에서 니의 작품을 읽고 연구 비판할 수 있는 자유를 부여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인데 실상 이것은 중국에서는 매우 위험천만한 주장이다. 그러므로 이것은 중국에서 지하교회를 인정해야 한다고 중국정부를 향하여 주장하는 왕애명 박사의 입장의 한 측면과 연결되어 이해해야 한다.
왕애명 박사는 그의 책 Church in China: Faith, Ethics, Structure: The Heritage of the Reformation for the future of the church in China에서 유교의 “예”(리, Li)를 기독교의 거룩한 성례라고 주장하지 않았다. 앞의 [오피니언]에서 언급한 63쪽을 보면 “I would mention that the Li in the Christian level means the ethical order of the spiritual, social and political scopes. In the theological terms in Chinese, the Holy Li indicates the Holy Sacraments.”(나는 ‘리’를 기독교 레벨에서 영적, 사회적 정치적 영역들의 윤리적 질서를 뜻한다고 언급하겠다. 중국어 신학 용어 속에서, 거룩한 ‘리’는 거룩한 성례를 나타낸다.)라고 한다. 그러므로 왕박사가 사용하는 ‘리’는 유교의 개념이 아니라 중국어 신학 용어로서의 ‘리’로서 기독교 영적, 사회적 정치적 영역의 윤리적 질서를 가리킨다. [오피니언] 논자는 이를 오해하며, 왕박사가 마치 종교를 혼합하는 다원주의자인양 왜곡하였다. 그러나 언급된 본문 어디에도 왕박사가 종교를 혼합하거나 다원주의를 주장하는 내용은 없다. 영어 문장을 주의 깊게 해석했더라면 오해는 없었을 것이다.
왕애명 박사는 중국 대륙 내에서 활동하며 과감하게 종교의 자유를 주장하는 신학자이며 개혁신학을 추종하는 신학자이다. 이번 국제대회에 중국의 개혁신학 교육의 미래를 위하여 왕박사를 추천했던 인사는 총신과 고신의 자매학교인 네덜란드의 캄펜신학대학(브르더벡)의 총장이었다. 왕박사는 2014년 5월 암스텔담에서 열린 국제학회에서 아브라함 카위퍼의 신학을 발표하면서 중국의 미래는 칼빈주의라고 강조하였다. 이번 2015년 세계개혁주의대회에서도 중국의 신학교육을 위해서는 정부조직이나 독립교회나 관계없이 칼빈주의가 해답이라고 역설했다. 그에 대한 신학적 평가는 그의 발표 논문과 이번에 참석했던 미국과 유럽의 개혁주의신학교 총장들에 의해서 이미 검증되었다. 그렇다면 교단내의 정파적 이해관계를 떠나 중국 개혁신학의 미래를 생각한다면 왕박사를 격려해야 하지 않을까?
 
3. 결론 및 방향성
총신에서 시작된 역사적 개혁신학에 근거한 국제개혁주의 운동은 이제 서양의 신학교와 국제적 지도자들에게도 큰 호응을 얻었다. 이 세계개혁주의연맹의 의미와 가치를 높이 평가한 웨스트민스터신학교 총장은 2016년도 대회를 미국의 웨스트민스터신학교에서 개최할 것을 제의하여 중앙위원회에서 결정하였다(2016. 5. 9-10). 이러한 설명에도 불구하고 2013년 총회설립 100주년기념대회에 참석한 35명의 국제 축하사절 중 이후 총신대의 세계개혁교회대회에서 배제된 극소수에게 신학적 의혹을 제기하고, 중국이라는 특수한 상황하에서 활동하고 있는 왕애명 박사의 정치적 신학적 문맥을 제대로 고려하지 않고 사실을 왜곡 매도하는 것은, 하나님의 주권을 이 세상에 세우기 위하여 더욱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할 개혁주의 운동과 선교적 사명의 대의와 비전에 찬물을 끼얹는 것이다.
개혁주의 역사의 중심지는 칼빈의 제네바부터 시작해서 시대적 흐름에 따라 변화를 겪어왔다. 21세기를 맞아 유럽과 미국의 개혁주의 교회는 수적 감소와 영향력 퇴조로 큰 위기를 맞고 있다. 그러나 하나님의 나라는 중단 없이 진행될 것이다. 그렇다면 21세기에는 어느 지역의 교회가 이 시대적 소명에 응답할 수 있을까? 본 교단과 총신대학교가 이 역사적 사명을 감당할 수 있기를 간절한 마음으로 기도드린다. 이제 개혁주의 역사의 축은 서양에서 동양으로 이동하고 있다. 이 귀한 사명을 우리 교단과 총신이 감당할 수 있는 은혜가 주어지고 있는 것에 대해서 진심으로 감사드리며 오직 하나님께만 영광을 돌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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