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단헌법 허점 악용, 교회 자성 움직임에 ‘찬물’
감리회 사례 가장 많아… “준법정신 부재 심각”


지난 2012년부터 교계에 세습반대운동이 확산됐다. 교회갱신단체들이 연합해 조직한 교회세습반대운동연대가 본격적인 세습반대운동을 전개하면서 불씨를 지폈다. 곧이어 기독교대한감리회를 필두로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과 한국기독교장로회가 세습방지법을 제정했다.
 
이러한 목회자들의 자성의 움직임은 교회세습의 부당성을 알리고 한국 교회에 경종을 울리는 계기를 마련했다는 평가가 뒤따랐다. 그러나 최근 들어 교단헌법의 허점을 교묘히 피해가며 교회세습을 진행하는 교회가 부쩍 늘고 있다. 이른바 지교회 세습, 징검다리 세습 같은 변칙세습이 기승을 부리는 형국이다.

교회세습반대운동연대(공동대표: 김동호 백종국 오세택, 이하 세반연)은 5월 26일 서울 충정로 한국기독교사회문제연구원 이제홀에서 2015 변칙세습포럼 ‘세습방지법의 그늘, 편법의 현주소를 규명한다’를 개최했다.

포럼에는 김동춘 교수(국제신대) 황광민 목사(석교교회) 고재길 교수(장신대)가 각각 ‘변칙세습, 무엇이 문제인가’ ‘교단의 입장에서 바라보는 변칙세습’ ‘교회세습에 대한 사회문화적 성철과 기독교윤리’를 주제로 발제를 했다. 세반연은 2013년 6월 29일부터 2015년 1월 19일까지 진행한 ‘변칙세습 현황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세반연 조사에 따르면 총 122개 교회가 세습을 완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 85개 교회가 직계세습을, 37개 교회가 변칙세습을 진행했다.

연도별로 보면, 2012년 이전까지 직계세습은 73건 변칙세습은 21건이었다. 하지만 2013년과 2014년 사이 직계세습 12건 변칙세습 16건으로 나타나, 세습반대운동이 본격적으로 전개된 이후부터 상대적으로 변칙세습이 증가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교단별로는 기감이 40건으로 가장 많이 교회세습을 진행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어 예장합동(23건) 예장통합(11건) 기성 (8건) 기침 (7건) 순으로, 교세가 큰 교단에서 교회세습이 많이 진행됐다.

교회세습의 유행별로 살펴보면, 직계세습이 85건으로 여전히 가장 높은 수치를 차지했다. 이어 사위세습 14건 지교회세습 11건 징검다리세습 4건 다자간세습 3건 복합M&A세습 2건 교차세습 2건 순으로 나타났다.

김동춘 교수는 “주요 교단에서 세습방지법이 통과됐음에도 불구하고, 교단이 제정한 법적 기준을 피해가면서도 여론의 지탄을 무마하는 교묘한 방식의 변칙세습이 등장하여 원용되고 있다”며 “결국 담임목사직 대물림이 여전히 진행되고 있다는 사실을 주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변칙세습의 유형을 △지교회를 설립한 후 아들이나 사회를 그 교회의 담임으로 세우는 ‘지교회 세습’ △비슷한 규모의 교회 목회자끼리 아들 목사의 목회지를 교환하는 ‘교차세습’ △양자 간을 넘어 여러 교회가 교차적으로 진행하는 ‘다자간세습’ △할아버지 목회지를 손자가 승계하는 ‘징검다리 세습’ △아버지 목사가 개척한 여러 교회 중 하나는 아들 목사에게 맡기는 ‘분리세습’ △아들이 개척한 교회를 아버지 교회가 통합한 후 아들에게 교회를 물려주는 ‘통합세습’ △동서 간에 교회를 넘겨주어 대물림하는 ‘동서간세습’ △아버지 목사가 지인 목사에서 교회를 형식적으로 이양한 다음 다시 아들 목사에서 물려주는 ‘쿠션세습’으로 정리하여 소개했다.

김동춘 교수는 “교회세습은 교회의 사유화, 교회의 개교회화, 목사의 귀족화의 결과이고, 목회자들의 대물림 욕망이 가라앉지 않는 이상, 변칙세습은 더 정교하고 다양한 형태로 출현할 것”이라고 우려하면서, “변칙세습을 끓어내기 위해 더욱 치밀한 세습방지법 제정과 성경적 공교회성을 회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 4월 기감 서울연회에서 ‘징검다리 세습 척결안’을 헌의하여 통과시킨 황광민 목사는 교단헌법의 빈틈을 노려, 변칙세습을 감행하는 목회자들을 비판했다.

기감은 지난 2012년 입법의회에서 세습금지법을 제정했다. 기감 교리와 장정 제3편 36조 2항에 ‘부모가 담임자로 있는 교회에 그의 자녀 또는 자녀의 배우자를 연속해서 동일교회의 담임자로 파송할 수 없다’고 명시돼 있다.

황광민 목사는 세습방지법이 통과되자마자 기감 소속 교회가 위장담임자를 통한 징검다리 세습을 시도했다고 밝혔다. 강남에 위치한 이 교회는 먼저 위장담임자를 세우고 1개월 후 담임목사를 아들로 교체하는 방식으로 세습을 완료했다. 문제는 이들이 기감 세습금지법 조항에서 ‘연속해서’ 앞에 ‘영구히’라는 문구가 없기 때문에 합법이라고 주장한다는 점이다.

황광민 목사는 “위장담임을 통한 불법세습을 시도하는 목회자들과 이를 묵인하는 행정책임자들의 신앙양심 부재, 준법정신 부재는 비난받아야 한다”며, “만약 이들의 규칙오용이나 직권남용을 교회법으로 처리할 수 없다면, 사회법에 제소해서라도 불법세습을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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