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난한 농촌교회를 찾아다니며 직접 에어컨을 기증하고 설치해주는 윤석원 목사의 봉사하는 모습.

예왕교회 윤석원 목사 가난한 농촌교회 찾아
에어컨 기증·설치 … “결국 복음전도 위한 일”


누구든지 내 발등에 불을 끄는 일이 우선이기 마련이다. 그걸 이기주의라고 비난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 하지만 남의 발등에 불이 먼저인 이들도 드물게 존재한다. ‘내 이웃을 내 몸처럼’이라는 주님의 가르침을 온 몸으로 실천하는 사람들 말이다.

예왕교회를 섬기는 윤석원 목사가 바로 그런 인물에 속한다. 김제시 백산면의 작은 농촌교회를 섬기는 윤 목사에게 마땅히 큰 재력이 있을 턱이 없다. 그 자신도 어렵게 목회를 이어가며, 살림을 꾸려가는 형편이다.

하지만 수많은 교회들이 그에게 적잖은 신세를 지고 있다. 특히 한 여름의 뙤약볕과 찌는 듯한 무더위 속에 속수무책으로 고통당하던 농촌교회 목회자와 나이든 성도들이 윤석원 목사 덕택에 시원한 여름을 날 수 있게 됐다.

“제 스스로의 경험에서 알게 됐죠. 시골에서 사역하는 목회자들에게 더위가 얼마나 큰 적인지 말입니다. 총신 재학 중에 1평 반짜리 비닐하우스에서 처음으로 교회를 개척해 목회를 시작했습니다. 실내온도가 40도가 넘어가는 데도 아무 대책도 없이 참고지내야 했었답니다.”

 
▲ 가난한 농촌교회를 찾아다니며 직접 에어컨을 기증하고 설치해주는 윤석원 목사의 봉사하는 모습.
사역 틈틈이 에어컨 설치기술을 배웠고, 조금씩 생기는 여윳돈을 모아 필요한 장비들을 장만했다. 그리고 아무 연고도 없는 농촌교회를 찾아다니며 에어컨을 설치해주기 시작했다.

주로 같은 동전주노회 경내인 무주 진안 장수지역의 교회들을 돕는 것으로 시작했지만, 윤 목사에게 도움을 받은 어느 목회자가 그의 선행을 SNS에 올리면서 널리 소문이 나 지금은 봉사대상지가 전국으로 확대됐다.

배를 두 번씩이나 갈아타며 전남 진도군 소재 진목도까지 찾아가 봉사하는가 하면, 성남의 노숙자 수용시설을 방문해 섬기기도 했다. 평생을 고창의 작은 동네에서 사역한 60대 목회자는 생전 처음으로 예배당과 사택에 에어컨이 설치되는 광경을 지켜보며 감격의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이런 식으로 윤 목사는 그 동안 수 십대의 에어컨을 농촌교회와 사회복지시설에 기증했고, 현재도 그만큼의 에어컨 주문요청을 각지로부터 받아놓은 상태이다.

에어컨은 대부분 인터넷 중고물품 거래사이트에 나온 값싼 매물들을 구매해서 장만한다. 때때로 윤 목사로부터 사연을 듣게 된 에어컨 판매자가 무료로 기증하겠다는 의사를 밝히는 경우도 있다. 문제는 에어컨 가격보다는 실외기나 연결배관 등 부수적으로 들어가는 자재들을 구입하는 일이다. 이를 감당하느라 윤 목사는 개인적으로 수백만 원의 빚을 떠안고 있다.

“가끔씩은 ‘내가 왜 이런 일을 해야 하나’하는 회의가 들 때도 있죠. 하지만 저의 섬김이 같은 처지의 동역자들을 위한 일이고, 결국에는 복음전도를 위한 일이라 생각하며 마음을 고쳐먹곤 합니다. 감당할 수 있는 한 멈추지 않고 이 사역을 이어나가려 합니다.”

윤 목사가 섬기는 예왕교회의 재정은 토요일에 늘 ‘제로’ 상태가 된다. 기본 생활비만 충당되면 남은 금액은 모두 더 어려운 이들을 돕는데 사용한다. 그렇게 에어컨 봉사도 감당했고, 아프리카 케냐에도 예배당 하나를 건축했다. 윤 목사와 30여명의 교인들은 여전히 열악한 예배환경을 감내하면서 말이다.

‘천국에서 누가 가장 부자일까’라는 질문을 떠올려보자. 그리고 그 주인공이 누가될까 상상해보자. 지금까지의 스토리에서 어렵지 않게 답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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