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군포 성산교회 김자현 목사는 3년 넘게 매주 월요일 목회자부부세미나를 인도하고 있다. 자신이 새롭게 알게 된 하나님과 성경을 가르치고 나누는 시간이다. 사진은 김자현 목사(앞줄 오른쪽에서 두번째)가 교인들과 함께한 장면.

군포 성산교회, 건축 포기하고 선교사역 진력
“기도로 복음 본질 회복, 더 큰 세계 품게 되었다”


30년 전 산본신도시가 개발되던 무렵 젊은 목사는 상가건물 2층을 빌려 교회를 개척했다. 부족한 교회재정에 집도 팔고 교회당 한켠을 사택으로 삼아야 했지만 마다하지 않았다. 밤낮없이 목회와 기도에 힘썼고 개척교회는 어느덧 수백 명의 중형교회로 성장했다. 그즈음 그의 마음 속에 한 가지 소원이 생겼다. 상가교회가 아니라 독립된 교회당을 건축해 하나님 앞에 봉헌하고 싶은 마음이었다. 단순히 외형적인 교회당 건물을 꿈꾼 것은 아니었다. 다만 30년 목회를 하면서 교회당 하나 못 지었다는 것이 그에겐 늘 아픔이었고, 그 결과로 나온 순전한 열망이었다. 여건도 긍정적이었다. 교회의 인적·물적 자원도 갖춰졌고 교인들도 한 마음이었다. 1억원을 헌금하는 장로도 나왔고, 건축을 위한 교인들의 릴레이기도도 시작됐다. 자동차로 10분 거리에 적당한 규모의 부지도 나왔다. 부지 매매허가만 나면 곧바로 건축을 시작할 수 있었다.
 
 
군포 성산교회 김자현 목사 이야기다. 김 목사와 교인들은 말 그대로 순수한 마음으로 교회당 건축에 집중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어느 순간 그에게 변화의 순간이 찾아왔다. 그것은 그에게도 성산교회에게도 새로운 눈뜸의 시간이었다.

“하나님이 한 번 제 눈을 여셨어요. 내가 하나님을 제대로 몰랐구나. 그전까지 하나님을 조금 알았다면 실감나게 하나님을 알게 되는 순간이었어요.”

그때 이후 김 목사는 성경을 새롭게 보게 됐다. 아니 성경이 다시 보이기 시작했다. 과거 누구보다 성경을 많이 안다고 자부한 그였지만, 성경은 새로운 말씀으로 그의 가슴을 찔렀고, 그만큼 더 성경을 사모하는 마음이 불일 듯 했다. “복음은 예수님이자 예수님이 내 안에 들어오셔서 나를 사는 거예요. 성경은 전부 그것을 가르치고 있어요. 그런데 지금 교회는 율법주의로, 기복주의로 변질되고 말았어요.”

그렇게 소망했던 교회당 건축도 다르게 느껴졌다. 교회당을 지으려면 현실적으로 은행 빚을 져야 하는데, 그만큼 복음을 전할 기회가 줄어든다는 생각이 들었다. 주님이 교회당을 짓지 말라고 하신 것은 아니지만, 교회당을 짓는 대신 복음을 전하고 사람을 살려야겠다는 생각이었다. 김 목사는 “한국교회 전체가 무너지고 있는데 우리 교회만 잘되면 무엇하나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교회당 건축을 포기하자는 김 목사의 말은 교인들에게 충격이었다. 의아해하면서 반대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그러나 정말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에 대한 김 목사의 거듭된 권면에 교인들도 조금씩 마음을 돌렸고, 그가 말하는 참 복음에 대해 갈망하는 목소리도 많아졌다. 지금은 김 목사와 마찬가지로 교인들 모두 교회당 건축을 포기했다. 대신 다 높아지려하는 세대에 낮아지고, 부자가 되려는 사람들 가운데 부자가 되지 말자는 김 목사의 설교를 자연스레 받아들일 만큼 믿음이 견고해졌다. 많은 교회들이 보이는 것에 취해 있고, 믿음으로 살아가는 것에 눈에 가려진 시대에 김 목사와 성산교회는 밭에 감춰진 보화를 얻기 위해 과감히 눈에 보이는 것을 포기한 것이다.

지난해 성산교회는 3억 5000만원 가량을 선교비 등으로 사용했다. 전체 재정의 3분의 1 가량에 해당하는 수치다. 필리핀 신학교에 채플관을 세우고, 방글라데시에 초등학교와 교회당을 지었다. 선교사들을 위한 세미나를 열고, 교단과 선교를 위한 다양한 사역을 감당했다.

김 목사의 기도의 지경도 넓어졌다. 그의 표현대로 그는 새벽기도 시간에 “우리나라 모든 도시와 모든 나라를 기도로 심방”한다. 도시와 나라들 이름이 입에서 술술 흘러나올 만큼 하나님은 그에게 한국과 전 세계를 위해 기도하게 하셨다. 또래 목회자들이 노후를 생각하는 때, 하나님은 군포시 한 상가교회 목회자로 하여금 세계를 품고 기도하게 하신 것이다. 김 목사는 “예전에는 큰 교회 목사님들을 만나면 열등감이 생기기도 했는데, 지금은 내가 더 큰 목회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30년 전과 마찬가지로 군포 성산교회는 지금도 상가교회다. 그러나 성산교회의 너비와 깊이는 여느 대형교회를 뛰어넘었다. 하나님의 말씀으로 썩어진 겨자씨 한 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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