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객석에서] 뮤지컬 <날개 잃은 천사>


 
극단 조이피플, 고전명작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재구성
유머와 위트 장착한 무대, 기독교적 가치 감동적으로 전해


서점가와 강연장을 강타한 인문학고전 열풍이 이제 공연장까지 손을 뻗쳤다. <햄릿> <오셀로> <리차드 2세> 등 셰익스피어 작품은 물론이고, 단테의 <신곡>과 카뮈, 모파상의 명작까지 무대에 오르는 추세다.

기독교공연계에서는 극단 조이피플(대표:김창대)이 이를 주도했다. 2년 전 북촌아트홀에서 존 버니언의 역작 <천로역정>을 각색해 관객들에게 선보여 큰 성공을 거뒀다. 조이피플 김창대 대표는 공연계에 불어 닥친 고전 열풍에 대해 “고전은 기본적으로 스토리가 탄탄하고 메시지가 살아있다는 장점을 갖췄다. 이러한 매력 때문에 고전을 선택하는 추세다”고 밝혔다.

이렇게 말한 김창대 대표 역시 고전의 매력에 흠뻑 빠져든 것 같다. 조이피플이 <천로역정>에 이어, 또다시 고전명작을 무대에 올리기 때문이다. 이번에는 러시아의 거장 톨스토이의 작품을 꺼내들었다.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를 각색한 뮤지컬 <날개 잃은 천사>를 3월 6일 북촌나래홀에서 공개했다.

<날개 잃은 천사>의 기본 줄기는 원작을 벗어나지 않는다. 가난한 구두장이 시몬이 동네 어귀에서 벌거벗은 채 쓰러져 있는 청년 미가엘을 발견하고 집으로 데려온다. 과거에 대해 “하나님의 벌을 받았다”고만 이야기하는 미가엘. 그가 시몬의 가게에서 일을 하며 ‘사람의 마음속에 무엇이 있는가?’ ‘사람에게 허락되지 않은 것은 무엇인가?’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라는 세 가지 질문의 해답을 찾는 여정을 그린다.

평생 신앙에 기대어 산 기독교작가로 손꼽히는 톨스토이는 그의 작품에서도 기독교적 색채를 여실히 드러낸다. 하지만 그의 작품이 공연으로 재탄생하는 경우, 기독교적 색채가 반감되는 경향이 많다. 일반 관객들에게 거부감을 준다는 이유 때문에 본연의 가치가 잘려나가곤 했다.

 
▲ 조이피플은 고전명작을 기독교 세계관으로 재해석한 작품을 무대에 올려 호평을 받고 있다. 올해도 톨스토이의 작품을 각색한 <날개 잃은 천사>를 관객에게 선보인다. 전세기 황희진 김솔로몬 등 배우들이 공연을 하고 있다.
 
조이피플의 선택은 그 반대, 정공법을 택했다. 아니 오히려 원작보다 기독교적 가치가 공연 내내 샘솟는다. 미가엘이 세 가지 해답을 좇는 과정에서 사랑이라는 원작의 주제는 전혀 희석되지 않는다. 여기에 보태 뮤지컬로 전환하면서 덧입힌 음악들은 성가마냥 하나님을 향한 고백이 주를 이룬다. 오프닝곡 ‘아 제발 제 영혼을’으로 시작해 엔딩곡 ‘그분의 영원한 사랑’까지 17곡의 하모니가 무대를 장악한다.

그럼에도 무겁게 느껴지지 않는 전개가 이 작품의 미덕이다. 유머와 위트가 넘치는 찰진 대사가 시종일관 재미를 선사한다. 이를 소화하는 배우들의 연기는 박수 받아 마땅하다. 시몬 역을 맡은 전세기와 시몬의 부인 마트료나로 분한 황희진이 찰떡궁합을 뽐내며 극의 흐름을 흥겹게 주도한다. 미가엘 역을 맡은 김솔로몬은 웃음 가운데 피어오르는 감동의 주역으로 우뚝 선다.

이들 모두는 앞서 <천로역정> 시즌4에 등장했던 배우들이다. <천로역정>을 경험한 관객들이라면, 젊은 배우들의 꾸준한 성장세를 확인하는 것도 또 하나의 즐거움이다. 서은영 연출은 “수개월 동안 같이 작업하면서 나 또한 이 배우들의 팬이 됐다”면서, “연기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하고 깊은 열정을 품은 젊은 크리스천 배우들 덕에 좋은 작품이 나왔다”고 말했다.

아울러 소극장의 매력도 한껏 느낄 수 있다. 북촌나래홀은 서울에서 가장 작은 소극장으로 꼽힌다. 공연장 전체가 24평에 불과해 배우들의 숨소리까지 들을 수 있어, 작품 몰입을 극대화할 것으로 보인다.

극단 조이피플의 뮤지컬 <날개 잃은 천사>는 5월 30일까지 공연한다(02-988-2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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