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한해도 기독신문 기자들에게 모든 순간, 모든 만남이 다 소중했지만 그 중에서도 뇌리에 깊이 각인된 이들이 있습니다. 여기 올해의 사건, 올해의 단체, 올해의 교회로 소개하는 주인공이 바로 그들입니다.

특히 세월호 침몰 사건은 다른 모든 이슈들을 압도할 만큼의 무게로 남아있습니다. 그래서 기자들도 ‘세월호 충격’을 ‘올해의 사건’으로 선정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교황 내한으로 촉발된 사회적 신드롬, 그리고 문창극 총리후보와 연관하여 도마에 오른 기독인들의 역사인식 문제 등 한국교회가 극복해야 할 과제가 제시된 사안들이 각각 2, 3위에 올랐습니다.

‘올해의 단체’ 역시 세월호 사건과 연관하여, 사고 현장인 전남 진도에서 희생적인 봉사를 펼치며 귀감이 된 ‘진도군교회연합회 봉사단’을 선택했습니다. 복음주의교회연합, 세월호 참사를 기억하는 기독인모임 등도 물망에 올랐지만, 봉사단이 보여준 헌신의 모습에 더 큰 방점을 찍게 됐습니다.

올해의 교회로는 ‘동네작은교회’가 선정되었습니다. 흔한 이름이지만 누구도 간판에 붙일 생각을 하지 못했던 그 이름을 걸고, 남다르게 걸어온 이 교회의 행보가 기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습니다. 외로운 섬마을에서 이웃들과 상생의 길을 찾아간 고흥 월포교회의 스토리, 쪽방촌어르신들을 섬기는 젊은이들의 모습이 빛났던 늘푸른교회의 사연도 잊을 수 없습니다.

내년에도 하나님나라와 복음을 위해 약진하는 분들 곁에 저희 기독신문이 동역자로 함께 하겠습니다. 한 해 잘 마무리 하시고,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편집자 주>

 
▲ 올해 4월 벌어진 세월호 침몰은 대한민국에 큰 충격을 안겨준 사건으로, 사망자 대다수가 꽃다운 학생들이었던 점과 국가가 충분히 구할 수 있었던 생명이라는 점에서 많은 아픔을 남겼다.
침몰한 한국 사회 끝나지 않는 슬픔
교회, 피해자들과 함께 아픔 나눠 … ‘안전한 사회’ 촉구 목소리 높아

 올해의 사건   세월호 충격

4월 16일은 대한민국의 2014년 전체를 집어삼킨 날이었다. 인천을 떠나 제주로 향하던 여객선 한 척이 가라앉으면서 온 국민을 충격과 분노로 몰아넣은 바로 그 날, 세월호 침몰사건의 충격은 시작되고 있었다.

탑승객 472명을 싣고 가던 배가 가라앉으면서, 수학여행 길에 올랐던 안산 단원고 학생들을 비롯한 300여명의 사망자를 냈다. 위험에 처한 승객들을 방치하고 먼저 탈출한 선원들의 믿을 수 없는 무책임과, 해경을 비롯한 관계당국이 구조작업 과정에서 보여준 어처구니없는 무능함, 그리고 끊임없이 제기된 의혹과 음모론 속에서 국민들은 실종자 가족들과 함께 탈진했다.

이 사건이 정치세력간의 대결 이슈로 확대되며 특별법 제정을 둘러싼 논쟁과 함께, 진상규명 요구와 유족 측의 태도를 문제 삼는 비난이 서로 맞서는 양상도 벌어졌다. 특히 일부 목회자들이 이와 관련하여 적절하지 못한 발언으로 가세해 여론의 눈총을 사기도 했다.

그러나 한국교회의 대다수는 피해자들과 슬픔을 함께하는 자리에 있었다. 사고 해역에서 가까운 진도 팽목항과 실종자 가족들이 집결한 진도체육관에는 한국교회연합봉사단과 진도군교회연합회 봉사단을 중심으로 구세군 기독교감리회 이랜드복지재단 월드비전 등 개신교단과 기독교 단체들이 캠프를 설치하고, 여러 달 동안 헌신적으로 봉사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교회개혁실천연대 기윤실 한국복음주의교회연합 등 교계단체들은 ‘세월호 참사를 기억하는 기독인모임’을 결성하고 실종자 가족들과 고통을 나누며, 안전한 사회를 이루도록 촉구하는 목소리를 높였다. 팽목항에 ‘하늘나라 우체통’을 설치한 하이패밀리처럼 피해자들의 치유에 앞장서는 움직임들도 나타났다.

한편으로는 사고 선박의 소유주가 소위 ‘구원파’로 불리는 세력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이단에 대한 세간의 관심이 뜨거워지는 계기가 됐다. 그러나 이로 인해 한편으로는 종교, 특히 기독교에 대한 혐오감이 높아졌다는 분석도 있다. 세월호의 충격은 한국교회에 위기와 기회를 동시에 가져다 준 셈이다.

 
▲ 진도군교회연합회 봉사단은 팽목항에서의 헌신적인 사역을 통해 유가족들에게 위로를, 한국 사회에 깊은 감동을 줬다.
마지막까지 그들 곁에 있었다
헌신적 봉사 진력 … 쉴 틈 없는 강행군에 문명수 목사 안타까운 죽음

 올해의 단체   진도군교회연합회 봉사단

경찰과 공무원들을 제외하고 바다에서 건져낸 학생들 곁으로 가장 앞서 달려간 것도, 민간단체로 사고 현장에 가장 먼저 봉사캠프를 차린 것도, 그리고 가장 마지막까지 실종자 가족들 곁에 남아있었던 것도 바로 그들이었다.

진도군교회연합회가 세월호 침몰 사고 소식을 접하고 팽목항과 진도체육관에 봉사캠프를 차린 것은 사고 이틀째인 4월 17일의 일이었다. 한국교회연합봉사단이 함께 개설한 캠프를 인수받아, 동시에 두 곳에서 쉴 틈 없는 강행군을 벌이기 시작했다.

현장의 실종자 가족들과 공무원, 구조대원들, 그리고 자원봉사자들은 이 봉사캠프에서 허기를 달랬고, 생필품을 제공받았으며, 영적인 위로를 받았다. 사고 발생 닷새 째였던 부활주일부터는 매일 실종자 가족들을 위한 기도회도 열었다.

이 모든 일을 조원식 목사(신진교회)를 필두로 한 진도군 목회자와 성도들이 다섯 팀으로 나누어 감당했다. 바깥에서는 이들의 존재조차 알지 못했지만, 현장에 있던 사람들은 가난한 살림을 털어 따뜻한 밥을 지어 나르고, 집안의 가재도구까지 아낌없이 내놓았던 이들의 뜨겁고 헌신적인 봉사의 모습을 잊지 못한다.

아픔 또한 많았다. 연일 계속되는 과로를 감당하지 못하고 쓰러진 진도군교회연합회장 문명수 목사는 결국 다시 일어서지 못한 채 숨을 거두었고, 부회장 박택수 목사와 총무 김경은 목사도 잇따라 질병과 사고로 병원신세를 져야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봉사의 대오는 흐트러지지 않았고, 사고 직후부터 6개월을 꼬박 채운 10월 19일까지 봉사캠프는 이어졌다. 그 사이 전국 교회에서 7억 가까운 후원금과 물품이 캠프에 답지했고, 연인원 4000여명의 자원봉사자들이 한국교회의 이름으로 함께 섬겼다.

이 기간 진도의 교회들은 버거운 인력·재정 출혈을 감당해야했고, 씨뮤직페스티벌을 비롯한 연합사역들도 축소되거나 취소되는 등 큰 차질을 빚었다. 하지만 후회는 없다. 전정림 목사(진도 칠전교회)는 “같은 상황이 다시 벌어지더라도 기꺼이 섬기러 나설 것”이라고 말한다.

 
▲ 교회개척학교 숲은 대형화와 성장주의에 함몰돼 있는 한국 교회에 새로운 교회생태계 형성을 위한 교회 개척의 길잡이 역할을 해주고 있다.
교회개척학교 ‘숲’ 건강한 행보
성장주의 한계 극복, 성경적 교회 개척 가능성 넓혀가다

 올해의 교회   동네작은교회

교회 개척이 어려운 시대에 직면한 것은 이제 현실이다. 개척교회의 생성과 소멸 빈도가 점차 높아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자본과 물량을 도구화하는 세속적인 방법론이 아니라 성경의 진리가 작동하는 공동체적 교회는 얼마든지 개척이 가능하고, 내실 있게 자리를 잡아가는 사례들이 끊이질 않고 있다. 교회개척학교 ‘숲’(대표:김종일 목사·동네작은교회)은 성경적이고, 지역과 시대성을 반영하며, 공동체성과 공공성을 지닌 교회를 세워 새로운 교회의 생태계를 만들어가자는 의미에서 시작된 교회 개척운동이다.

올해 목회현장에 소개된 무수한 사례 가운데 교회개척학교 숲이 주목을 받은 이유는 무엇일까? 교회를 개척해 얼마나 빨리 자립을 하고 성공할 수 있느냐는 성장주의에 때 묻은 저속한 방법 전수가 아니라, 개척의 현장에서 성령과 말씀의 역동성을 경험할 수 있는 성경적 교회론을 심어주고 있다는 점 때문일 것이다.

교회개척학교 숲은 올해 3월부터 시작됐다. 현재 2기 과정이 진행되고 있다. 2기부터는 특히 총신대학교 평생교육원과 MOU를 체결해 운영되고 있다. 1기에서는 이미 2명의 수료생이 교회를 개척했고, 다수의 수료생들이 조만간 개척을 시작할 예정이다. 14명의 개척 후보생들이 개척에 대한 꿈과 소망을 품은 가운데 진행되고 있는 2기의 경우, 목회자가 아닌 일반 성도도 과정에 참여하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내년 상반기 2기와 새롭게 시작할 3기생이 함께 워크숍과 토론을 진행하고, 개척사례현장 방문 등 새로운 프로그램을 마련해 현실성과 내실을 기할 예정이다. 아울러 세계적인 교회개척가이자, 공동체신학으로 잘 알려진 로버트 뱅크스(Robert Banks)를 초청해 컨퍼런스도 열 계획이다.

교회개척의 새로운 생태계를 준비하는 교회개척학교 숲이 대형화와 성장주의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다양한 분립개척 모델 계발과 새로운 개척 현장 발굴 및 모델 연구를 통해 한국 교회에 교회개척의 가능성과 방향성을 심어주는 행보에 눈여겨볼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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