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련 복지법안 국회 통과, 내년 7월부터 시행 … 차상위계층 발굴·지원과정서 교회 역할 커져
공공성 차원서 섬김사역 이해·접근 중요 … 분당우리교회 ‘긴급구호 뱅크’ 활동 벤치마킹 필요

 
“주인 아주머니께… 죄송합니다. 마지막 집세와 공과금입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지난 2월 생활고를 견디지 못해 송파에 거주하는 세 모녀가 스스로 목숨을 끊으며 남긴 글이다. ‘송파 세모녀 자살’로 알려진 이 사건은 우리나라의 허술한 복지 실태를 드러냈다. 돈 때문에 착한 사람들이 목숨을 끊었다는 안타까움이 국민을 흔들었다.

세 모녀가 목숨을 끊은 지 10개월, ‘송파 세 모녀법’으로 불리는 복지법안들이 12월 11일 국회를 통과했다. 송파 세 모녀 법은 국민기초생활보장법과 긴급복지지원법 개정, 사회보장급여의 이용·제공 및 수급권자 발굴에 관한 법률안 등 3건이다. 이 3개의 복지법안은 내년 7월부터 시행한다.
 
교회 차상위계층 발굴해야

총신대 사회봉사센터장 조혜정 교수는 이번 송파 세 모녀법 제정으로 그동안 복지사각지대에 있던 저소득계층이 도움을 받게 됐다고 설명했다.

개정된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은 그동안 일정한 소득이 있으면 대상자가 안됐는데, 이 기준을 높여 차상위계층이 복지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긴급복지지원법과 수급권자 발굴에 관한 법률안은 송파 세 모녀처럼 위기에 처한 저소득 가정을 찾아내 극단적인 선택을 하지 않도록 지원하는 제도이다. 특히 단전 단수 건강보험체납 등 최소한의 삶도 유지하지 못하는 소외 계층을 발굴해서 지원하도록 했다.

조혜정 교수는 이번 복지 법안이 교회의 사역과 중첩된다고 설명했다. 많은 교회가 지역섬김 사역을 통해 가난하고 소외된 이웃을 찾아 직접 지원을 했는데, 이젠 근본적인 지원 방안을 마련해 줄 수 있다는 것이다.
 
▲ 분당우리교회 이찬수 목사(오른쪽)와 성남시 이재명 시장이 긴급구호 협정식을 맺고 있다.(사진제공=분당우리교회)
교회 섬김사역의 기회

하지만 문제점도 있다. 정부에서 사회복지를 강화하면서 일선 동사무소의 사회복지 담당자들이 업무폭주 현상이 생긴 것이다. 이 때문에 지원 법률이 마련됐어도 저소득계층을 발굴하는데 어려움이 생길 것이란 지적이다.

수원시 장안구의 한 주민센터 복지 담당 주무관은 “우리 주민센터에서 나 혼자 복지를 담당하고 있다. 동 내 거주하는 주민 2만5000명 중 독거노인 비율도 높아 지금도 업무가 과중한 상태”라고 밝혔다. 복지 주무관은 “현장을 돌아다니며 수급권자를 발굴하기는 어렵고 전기나 가스, 상수도가 끊긴 가정을 중심으로 대상자를 찾아내야 한다”고 밝혔다.

조혜정 교수는 교회가 소외된 이웃을 발굴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차상위계층 가정을 발굴하고 주민센터 복지부서를 통해서 실제적인 지원을 받도록 할 수 있다. 교회의 섬김 사역이 확장될 수 있다”고 예상했다.

총체적복음사역연구소장 김광열 교수는 교회가 소외된 이웃을 발굴하는 사역에 머물지 말고, 한걸음 더 나아갈 것을 요청했다. 저소득계층을 찾아내 재정지원을 받게 하고, 예수 그리스도의 사랑으로 계속 섬김사역을 펼쳐야 한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송파 세 모녀 법이 안타까운 사건으로 제정됐지만 교회는 이를 섬김의 기회로 만들어야 한다. 그것이 추락하는 교회의 위상을 높이는 기회도 될 것”이라고 말했다.
 
국회보다 앞선 교회

국회보다 앞서 ‘송파 세 모녀’와 같은 어려운 이웃을 직접 돕겠다고 나선 교회도 있다. 분당우리교회(이찬수 목사)는 가을특별새벽기도회를 끝내고, 복지사역의 일환으로 ‘긴급구호뱅크’를 만들었다. 긴급구호뱅크는 송파 세 모녀처럼 위기에 처한 가정에게 교회가 긴급자금을 대출해 주는 것이다.

분당우리교회 긴급구호뱅크는 지난 10월 4일 이OO 성도가 20만원을 ‘예금’한 것을 시작으로 1만원부터 100만원까지 547명의 성도들이 구호뱅크에 예금을 하고 있다. 이 예금으로 이웃사랑부서는 11월 11일 실직 후 외부와 단절한 채 살아가고 있는 성남시 박OO 씨에게 긴급대출을 했다. 박 씨는 발견 당시 극심한 기아 상태였다.

분당우리교회는 한 달 만에 이렇게 어려운 처지에 놓인 주민 18명에게 무이자 무담보로 긴급대출을 했다. 이웃사랑부서 관계자는 “동사무서 등 기관에서 추천하는 사람을 지원대상자로 정하고 실사를 통해 대출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나아가 분당우리교회는 지난 9일 성남시와 업무협약까지 맺고, 성남시가 추천하는 저소득계층에게 긴급 대출을 하기로 했다.

김광열 교수는 이젠 교회의 섬김 사역을 구제가 아닌 공공성의 차원에서 이해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교회가 또는 교회들이 연합해서 ‘긴급구호뱅크’ 같은 기구를 조직해 지역섬김사역을 펼친다면, 공공성 측면에서 사회에 큰 의미를 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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