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랜즈는 지난 9월 ‘좋은 친구’를 주제로 미니앨범을 출시했다. 미니앨범 타이틀 곡인 ‘한걸음’은 기존 찬송가 가사라 친근하면서도 새로운 곡조에 국악 느낌을 접목시켜 웅장하면서도 힘찬 느낌이다. 이외 새롭게 편곡한 ‘희망새’와 ‘빛을 들고 세상으로’가 함께 수록됐다. (사진 왼쪽부터 프랜즈 멤버 강하라, 박현준, 박종필.)

아름다운 화음 이기는 편견은 없다

‘절대음감’ 시각장애인 박현준·비장애인 박종필 강하라 씨
팀 이뤄 희망의 찬양 … “감사 배우며 벽 허무는 음악 해요”


“공연 전과 후는 분명히 달라요. 저희가 찬양을 할 때는 벽이 느껴지기도 하는데, 현준 오빠가 찬양을 시작하면 벽이 사라져요. 오빠 찬양은 한 구절 한 구절 사람들 마음에 그대로 흡수되는 느낌이에요.”
하라 씨의 말에 종필 씨는 고개를 끄덕이며 옆에 앉은 현준 씨의 손을 잡았다. 무대 위에서 아름다운 화음을 이루듯, 세 사람의 얼굴엔 서로에 대한 신뢰와 우정, 감사가 가득 담겼다.

시각장애인 박현준(28) 씨와 비장애인 박종필(28), 강하라(24) 씨는 혼성CCM(씨씨엠)그룹 ‘프랜즈’의 멤버다. 프랜즈는 인터넷방송국인 희망방송(www.hmn.or.kr)이 지난 1월 결성한 CCM그룹으로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편견 없이 친구가 되고, 친구가 되어주시는 주님의 사랑을 전하기 위한 목적으로 만들어졌다. 세 사람과 함께 활동했던 시각장애인 하경혜 씨는 최근 건강이 나빠져 부득이 팀에서 빠지게 됐다.

현준 씨는 프랜즈의 전신인 장애인CCM그룹 ‘희망새’의 멤버였다. 2006년 희망새에 합류해 활동하다, 희망새가 프랜즈란 이름으로 새롭게 사역을 시작하면서 자연스레 함께 하게 됐다. 선천적으로 앞을 볼 수 없었던 현준 씨는 아홉 살 때부터 인천광명원(시각장애인재활기관)에서 자랐고, 인천혜광학교(시각장애인학교)를 졸업했다.

자라면서 남모를 상처가 많았을 테지만, 현준 씨는 담담히 “어릴 때 기억도 잘 안 나고, 지금은 상처가 별로 없다”고 말했다. 교회는 2001년 광명원에서 같이 살고 있던 지인을 따라 다니기 시작했다. 현준 씨는 교회 이야기와 함께 “하나님을 원망한 적은 없다”고 말했다. 앞을 보게 되면 더 많이 죄를 지을 수 있기 때문이라는 설명도 보탰다.

현준 씨는 앞을 못 보는 대신 선천적으로 음악성이 뛰어났고 어릴 때부터 노래를 잘 했다. 절대음감에 리듬감도 뛰어나 처음 듣는 노래도 두세 번 들으면 피아노를 칠 수 있을 정도다. 프랜즈 내에서도 현준 씨는 화음이나 멤버들의 부족한 부분을 짚어주는 등 코치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현준 오빠가 잘생겨서 공연을 가면 여성 팬들이 많아요. 무대 인사가 ‘저는 프랜즈의 매너남입니다’인데, 그렇게 인사하면 환호가 장난이 아니에요.”

팀의 막내인 하라 씨는 현준 씨 자랑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하라 씨는 현준 씨가 하나님을 찬양하는 모습을 볼 때면 하나님의 마음이 현준 씨에게 가 있다는 것을 자주 느낀다고 말했다. “아픈 손가락에 더 신경이 쓰이는 것처럼, 하나님은 다른 사람도 사랑하시지만 장애인들을 더 사랑하시는 것 같아요. 때문에 장애인들 한 분 한 분이 너무 소중하고 존경스러워요.”

특별히 하라 씨는 장애인에 대한 느낌이 남다르다. 하라 씨의 둘째 이모는 소아마비를 앓았다. 하라 씨 어머니는 자주 이모에 대한 애틋한 마음을 들려줬고, 그 기억은 하라 씨가 장애인들을 좀 더 친근하게 느끼는 이유가 됐다.

한양여대 실용음악과를 졸업한 하라 씨는 한 교수가 강의시간에 “음악에도 영이 있다. 영을 분별하라”고 한 말을 지금도 생생히 기억하고 있다. 학창 시절 세상음악과 가치관, 물질주의와의 갈등으로 힘들어하던 하라 씨에게 그 가르침은 커다란 충격이자, 새로운 희망이 됐다. 프랜즈 오디션에 응모하고 찬양 사역자의 길을 걷게 된 것도 그 교수의 인도 덕분이었다.

▲ 프랜즈는 영성을 담은 찬양으로 무대에서 은혜를 더한다. 사진은 희망콘서트에서 노래하는 장면.

하라 씨는 프랜즈 활동을 통해 장애인들을 통해 자신을 더 돌아보게 됐다고 말했다. “겉으로 보이는 장애가 아니지만 더 심한 마음 속 장애를 가진 사람들이 많다”며 눈이 안 보이는 장애인들을 보면서 영적으로 눈 먼 사람이 어떤 건지 생각하게 된다는 것이다.

프랜즈 활동이 장애인에 대한 편견과 오해를 없애는 계기가 된 건 종필 씨 역시 마찬가지. 현준 씨의 다정한 친구이자, 하라 씨의 든든한 오빠인 종필 씨는 “처음에는 시각장애인 멤버라 많이 다르고, 혹시 경계를 하지는 않을까 생각했는데, 팀 활동을 하면서 그 편견은 깨졌고 오히려 현준이를 통해 신앙과 음악성을 많이 배우고 있다”고 말했다.

종필 씨는 또 현준 씨를 통해 더 진솔하게 찬양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날씨가 안 좋거나, 관객이 적거나 할 때면 찬양도 영향을 받을 때가 있는데, 옆에 선 현준 씨는 전혀 그렇지 않은 모습을 보며 은혜를 받는다는 것이다. “현준이는 마음의 눈으로 관객을 보고 찬양을 해요. 똑같은 찬양이라도 더 진솔하게 다가가죠.”

호서대 기독교연예학과를 졸업한 종필 씨는 교회에서 예배 인도자로 활동하고 기독교 뮤지컬 무대에서도 활동했던 실력파다. 작곡가로도 활동해 지난 9월 프랜즈가 출범한 미니앨범 타이틀곡을 만들기도 했다. 뮤지컬 활동을 하면서 새로운 사역방향을 놓고 기도하던 중 지난 해 11월 프랜즈 오디션을 보게 됐다.

한 팀으로 활동하다보니 종필 씨는 현준 씨의 길동무가 될 때가 많고, 자연스레 현준 씨의 필요와 느낌을 몸으로 익혀가고 있다. “시각장애인을 도와줄 때는 손을 잡으면 안돼요. 방향 감각이 떨어지거든요. 대신 팔꿈치를 내밀어 잡을 수 있게 해주고, 앞에 계단이나 장애물이 있으면 미리 말해주는 게 중요해요.”

프랜즈는 기독교 라디오에 몇 번 소개됐을 뿐 그다지 많이 알려지지 않았다. 홍보 활동을 많이 할 여유도 못됐다. 그렇지만 교회나 재활시설 등에 초청돼 무대에 설 때면 여느 찬양팀에 뒤질세라 최선을 다하고, 은혜를 끼친다. 사람처럼 외모를 보지 않고 중심을 보시는 하나님을 멤버들이나 관객들이 서로 알고 느끼기 때문에 교감이 크다.

미니앨범 속 종필 씨는 청명한 목소리다. 하라 씨는 허스키한 목소리가 매력적이고, 현준 씨는 풍성하고 부드러운 저음이 돋보인다. 저마다 개성 있고 아름다운 목소리지만, 아무래도 가장 아름다울 때는 화음을 이룰 때다. 장애와 비장애의 벽을 허물어 화음을 이루고, 눈으로 보는 찬양이 아니라 마음을 나누는 찬양을 하는 세 젊은이의 웃음이 성탄 계절처럼 싱그럽다.(사역문의:02-2637-32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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