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단 예방교육만 잘해도 미혹 위험 ‘뚝’

신천지 수능 직후서 입학시기 전까지 집중 접촉, 교세 키워
교회 ‘설마 …’ 안일한 자세로 방치, 대응수칙 교육시기 놓쳐
교단 대책위나 지역상담소와 연계, 충분한 예방전략 세워야



“좋은 대학을 가는 방법 알고 싶지 않으세요?”

수능 점수가 발표된 뒤 입시원서를 어느 학교로 써야할지 고민하며 길을 걷던 한준이(가명·당시 고3)에게 달콤한 질문이 들려왔다. 거리의 ‘상담원’과 몇 마디 이야기를 주고받은 후, 자리를 옮겨 적성검사부터 해보자는 말에 한준이는 의심 없이 따라나섰다. 그게 시작이었다.
적성검사는 요식행위였고 “공부가 인생의 전부가 아니라 영적인 문제가 더욱 중요”하다는 이야기에 자신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이며 꾸준히 성경공부를 하겠다는 약속을 하고 말았다. 이후 몇 해 동안 한준이는 한 이단집단의 신도로 살았다.

나중에 ‘이게 아닌데…’라는 생각에 이단상담소의 문을 두드리고 문제의 집단에서 빠져나와서야 한준이는 소중한 세월을 허비했다는 것을 뒤늦게 깨달았다. 누군가 이런 유혹에 빠지지 말라고 경고만 해주었더라도 하는 아쉬움과, 여전히 그 세계에 사로잡혀있는 또래들에 대한 안타까움이 지금도 마음을 내리누른다.

대학수학능력시험이 끝난 직후부터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이단들의 포교활동은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11월 말부터 대학 새 학기가 시작되는 이듬해 봄까지를 전문가들은 ‘이단경보’ 발령시기라고 말한다. 대부분 이 시기를 이용해 신천지를 비롯한 주요 집단들이 젊은 신도수를 늘리고 교세를 크게 확장해왔기 때문이다.

특히 수험생의 굴레를 벗고 해방감을 만끽하는 고3 청소년들은 이단들에게 좋은 먹잇감이다. 신천지대책전국연합의 신현욱 대표는 “청소년기에서 성년기로 접어드는 시기의 고3 아이들은 미혹되기 쉬운 조건들을 두루 갖추고 있다”고 설명한다.
 
▲ 이단들의 집중 타깃이 되고 있는 고3 청소년들을 지키는 가장 좋은 방법은 ‘예방’이다. 사진은 전남노회SCE 주최 청소년 집회에서 광주이단상담소 임웅기 소장이 이단예방 강의를 하는 모습.

입시의 압박감에서 벗어나 새로운 세계에 대한 호기심을 채우고 싶어 하는 시점인데다, 신앙적인 지식이나 연륜의 부족으로 이단의 위험성에 대한 경계심이 높지 않은 수준에 있다. 한마디로 무장 해제된 상태라는 것이다.

동시에 어려서부터 신앙생활을 해온 아이들은 성경을 이성적·과학적으로 바라보는 시각이 싹트는 무렵이며, 학습능력도 한껏 높아져있어 누군가가 적절하게 지적인 호기심을 자극하고 충족시켜주면 새로운 사상에 주입되고 빠져들기 쉽다. 이단들이 설문조사나 공연초대권 등을 미끼로 삼고, 본격적으로 난해한 교리에 관해 질문공세를 퍼붓는 전략이 통하는 이유이다.

결정적인 요인은 교회나 가정으로부터 분리가 용이하다는 점이다. 독립에 대한 욕구가 강한데다, 부모나 교사로부터 통제도 심하게 받지 않아 비밀리에 학습을 통해 세뇌하는 작업이 가능하다.

한국기독교이단상담소협회장 진용식 목사는 “신천지의 경우 교회에서 예방만 잘해도 청소년들이 미혹되는 위험을 거의 피할 수 있다”면서 “신천지의 해악성과 핵심교리, 특히 고3 학생들에 대한 접근방법과 미혹하는 방식에 대해 사전에 소개하고, 경고해주는 것만으로도 큰 효과를 볼 수 있다”고 말한다.

광주겨자씨교회(나학수 목사)의 경우 자체 이단대책연구소와 주일학교를 통해 고3 학생들을 대상으로 이단예방교육을 실시한다. 학생들은 이 교육을 통해 이단전문가나 회심자로부터 신천지의 접촉방식에 대한 자세한 설명을 듣고, 대학 입학 이후 동아리 가입이나 성경공부 참여에 대한 권유를 받았을 때 행동요령에 대해서도 충분히 숙지한다.

전주함께하는교회(오명현 목사)는 조금 더 구체적인 대응전략을 마련했다. 수능을 전후해 교회 주보와 게시판 등을 통해서 신천지의 위험성을 경고하는 칼럼과 자료들을 집중 게재하고, 특히 고3 수험생들에게는 시험 당일 여섯 가지 행동수칙을 각인시킨다.

행동수칙에는 ①시험당일 고사장 주변에서 배포하는 설문지는 받거나 응하지 말 것 ②설문내용이 대학진학에 도움되는 내용이 있더라도 응하지 말 것 ③시험당일 고사장으로 안내하고 교통편의를 제공하는 사람이 있을지라도 전화번호나 연락처를 알려주지 말 것 ④고사장 주변에서 학부모에게 친절을 베풀며 접근하는 사람을 경계할 것 ⑤고사장 주변에서 문화단체, 혹은 예술단체 등으로 위장하고 배포하는 일체의 전단지를 받지 말 것 등이 포함되어 있다.

하지만 이와 같은 식으로 대비하는 교회들의 숫자가 아직까지 많지 않다는 점이 문제이다. ‘설마 우리 교회까지야…’라는 안일한 자세로 소중한 자녀들을 방치하는 경우가 태반이라는 것이다.
 
▲ 수능 이후 대학 입학 초기까지 청소년들은 이단의 공세에 가장 많이 노출된다. 광주의 한 취업박람회장 입구에서 구원파 계열 합창단의 음악회 홍보부스 옆을 청소년들이 지나가고 있다.

전주시기독교연합회 이단상담소장을 맡고 있는 윤수봉 집사는 “신천지의 경우 이미 널리 알려져 있기에 자동적으로 세력이 약화되지 않았겠느냐며 방심하는 교회들이 많다. 그러나 실제로는 신천지 신도 수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으며 그 중 대다수는 대학생들”이라면서 “수능 이후부터 대학 입학 초기까지 방치된 학생들이 미혹되는 비율이 가장 높다”고 지적했다.

게다가 신천지 뿐 아니라 수능을 마친 청소년들을 노리는 이단 집단들은 이루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고, 미혹하는 방식도 다양하다. 몇 해 전 순천 등 전남지역 일선 고등학교들에서 구원파 계열인 IYF의 포교가 이루어져 소란이 일어났던 것이 대표적인 사례이다.

광주이단상담소 임웅기 소장은 “길거리 캐스팅, 도형상담, 미술치료, 동호회 모집, 일자리 제공 등에다 자신의 스피치 평가를 해달라고 요청하거나 미모를 무기로 이성적 접근을 시도하는 등 최근 들어 더욱 기상천외한 방식들이 동원되고 있다”면서 “특히 입학 후에는 고교 선배라며 다가오거나 대학교 관계자를 사칭하며 접근하는 경우를 조심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따라서 신천지를 비롯해 JMS 하나님의교회 구원파 통일교 등 각 집단별 특징과 포교전략을 두루 파악할 필요가 있다고 임 소장은 말한다. 각 교단 이단대책위원회나 지역 이단상담소에 문의하면 충분한 예방상담과 자료제공을 받을 수 있다고도 덧붙인다.

다음세대 문제는 한국교회의 가장 큰 문제로 인식되고 있다. 청소년과 청년층에 대한 선교전략을 세우는 것 못지않게, 남아있는 멤버들을 지키는 것도 중요한 과제가 아닐 수 없다. 이단들로부터 우리 아이들을 지키는 집안 단속,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 전에 시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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