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제 만경교회가 총회 순교자기념사업부와 함께 1994년에 건립한 순교기념비. 그 동안 순교자 명부에 누락되었던 만경교회 순교자들의 등재작업이 뒤늦게 추진되고 있다.
김제 만경교회(최병학 목사)는 몇 달 전 황당한 사실 한 가지를 확인했다. 교회의 가장 큰 긍지이자 자랑인 순교자들의 명단이 총회순교자 명부에 등재되어 있지 않다는 제보가 들어온 것이다. 믿기지 않는 이야기였지만 확인 결과 사실이었다.

6·25 당시 만경교회는 담임목사였던 김종한 목사, 강성진 장로와 강춘길 집사 부자, 시어머니 그리고 한 살짜리 아들과 나란히 최후를 맞은 최남인 집사 등 15명의 교우들을 한꺼번에 잃었다.

특히 김종한 목사는 조선신학교 졸업 후 1944년 김제로 내려와 가실교회와 부신교회를 거쳐 만경교회에서 사역하다 6·25를 맞았다. 호남 일대가 인민군 치하가 되는 긴박한 상황에서도, 김 목사는 양떼를 버릴 수 없다며 교회를 지키다 결국 성도들과 함께 순교의 길을 걸었다.

이 같은 기사는 1994년 총회 출판국에서 발간한 <한국교회 순교자 전기>(김요나 저) 제9권 ‘오직 예수만을 위해’라는 대목에 상세하게 기록되어있다. 특히 2009년에는 총회 순교자기념사업부에서 직접 만경교회 앞마당에 순교기념비를 건립하며, 제막식을 함께하기도 했다.

이처럼 사실상 만경교회 순교자들의 존재를 교단 차원에서 인정하고 있었으면서도, 정작 공식 순교자 명부에는 포함되지 않았다는 것이 교회로서는 놀라울 따름이었다. 총회 순교자 명부가 일반에 널리 공개되어있지 않은 데서 비롯된 해프닝이었다.

이로 인해 만경교회는 지난 달 열린 김제노회 가을정기회를 통해 총회에 순교자 명부 등재 헌의안을 제출한 상태이다. 최병학 목사는 “처음에는 놀랍고 어이가 없었지만, 사실 확인을 못한 우리의 불찰도 크다고 생각하며 문제를 바로잡는데 최선을 다하는 중”이라고 밝혔다.

최근 들어 순교자기념사업부가 잊혀져있던 순교자들의 존재를 파악하여 명부에 등재하는 작업에 많은 힘을 쏟고 있다. 하지만 아직도 만경교회의 경우처럼 누락되거나 제외된 사례들이 잔존해있을 가능성도 없지 않다. 관련 부서와 교회 모두의 적극적인 검토와 확인 작업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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