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대가 언론과 이처럼 가까운 적이 있던가. 한국 군대는 올해 들어 톱뉴스 창고가 됐다. 총기사고와 구타사고로 상반기를 장식하더니, 최근에는 간부들의 성범죄와 그로 인한 자살사고가 연이어 발생하고 있다.

이렇듯 군대가 언론에 집중 부각되는 현상에 대해 군선교 전문가들은 하나같이 “곪을 대로 곪은 문제가 터진 것”이라고 진단한다.

부패의 원인은 무엇보다 군대의 뿌리 깊은 폐쇄성 탓이다. 사건이 터져도 쉬쉬하고 은밀하게 수습하는 군대 관행이 악취와 구더기를 키운 꼴이다.

아울러 군대에서는 문제가 발생해도 제대로 책임지지 않는다. 특히 가해자가 간부급일 경우 솜방망이 처벌은 부지기수고, 자리나 보직만 옮겨 떵떵거리며 군생활을 보낸다. 즉 사건이 재발될 수밖에 없는 구조적인 문제점을 안고 있는 셈이다.

그런데 말이다. 앞에 글에서 군대라는 단어를 교회로 바꿔보자. 어떤가. 안타깝게도 거리낌이 없다. 현재 한국 교회의 처지는 한국 사회에서 가장 폐쇄적이고 문제투성이로 이름을 올린 한국 군대와 별반 다르지 않다.

올해 한국 교회 일지를 들여다보자.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교회 분쟁은 곳곳에서 벌어졌다. 목회자 성문제는 끊이지 않는다. 지도자들은 기억상실증에 걸린 듯 초심을 잃어간다. 하지만 개선 여지가 없다. 군대처럼 쉬쉬하고 책임지지 않고 교회만 옮겨 자리 버티기에 사활 거는 모습이 한국 교회의 민낯이다.

계속해서 군대를 닮아갈 것인가, 아니면 선 긋기하고 차별화할 것인가. 한국 교회가 또다시 시험대에 오른다. 캐스팅보트는 교단 평양노회 재판국이 쥐고 있다. 한국 교회의 온갖 얼룩으로 뒤덮인 전병욱 목사 성추행 사건의 징계 여부가 다음 주에 결정될 예정이다.

하나님의 성전이며 공의가 살아있어야 할 한국 교회와 교단이 군대 수준에 머물 것인지, 아니면 교회의 최소한의 자존심을 지킬 것인지, 다음 주 평양노회 재판결과를 보면 답이 나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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