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속으로] 건축커뮤니케이터 조원용
[세상속으로] 건축커뮤니케이터 조원용
  • 강석근 기자
  • 승인 2014.10.21 07: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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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 담겨야 제대로 된 건축”

삼풍백화점 붕괴 충격 후 ‘생명의 메시지 전하는’ 건축창의체험 교육 실천나서
사회적 책임 강조 ‘좋은 건축주 만들기 프로젝트’ 진행… “살아있는 집 만들자”

“박공이 떨어져야 하나요. 아니면 잘라내야 맞나요. 1·2층을 마무리한 다음에 외벽을 붙이면 됩니까?.”

지난 10월 15일 파주시 문발동 아이후키즈몰에 소재한 작업실에서 100여 명의 봉일천고등학교 학생들이 진지하게 건축사 작업체험에 몰두하고 있었다. 강의에 귀를 쫑긋 세우고 듣는 것은 물론 손으로 쉴 새 없이 입체도면을 맞춰 나갔다.

선긋기 연습이 끝나자 시멘트와 벽돌의 차이를 구분하고 바로 도면을 이용해 모형을 만들기 시작했다. 입면도를 우드락에 붙이고, 벽체의 형태가 점차 잡혀가자 여기저기서 환호성을 질러댔다. 집이 완성된 것이다.

건축커뮤니케이터 조원용(48·사랑의교회)이 진행하는 건축사 작업체험은 그렇게 즐겁게 이어지고 있다.

1995년 6월 29일 삼풍백화점이 무너졌다. 퇴근 무렵, 강남 인근 사무실에 있던 그는 마음이 답답했다. 건축을 공부한 사람으로서 붕괴라는 것이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할 수 있는 일이 전혀 없었다. 그래서 부상자가 속속 입원하고 있는 병원으로 향했다. 팔을 걷어 부치고 헌혈하는 것이 그가 할 수 있는 일의 최고였다. 삼풍백화점 붕괴 헌혈봉사자 1호라는 ‘훈장’을 받았지만, 건물붕괴는 씻을 수 없는 회한처럼 그의 뇌리에 박혔다. 그리고 건축에 대해 다시 생각했다.

삼풍백화점의 붕괴가 그의 생각을 바꿔 놓았다. 건축은 사랑이라는 것도 그때 깨달았다. 의식주를 해결하는 공간뿐만 아니라 끊임없이 숨을 쉬고 소통하는 통로라는 것도 알았다. 그동안 막연히 어린이들을 가르쳐야겠다고 생각했던 것을 실천에 옮기게 된 계기도 그때 생겼다.

건축 창의체험이란 이름을 걸고 교육을 시작했다. 어려움이 없었던 것도 아니다. 창의교육은 체계화 할 수도 없고, 상설로 운영되는 곳은 전국에 단 한 곳도 없었다. 건축단체에서 1년에 한 두 차례 비정기적으로 여는 것이 고작이었다. 2009년 교육을 실시하려고 준비하고 있는데 신종플루가 퍼졌다.

▲ 건축커뮤니케이터 조원용 씨가 건축사 체험에 참여한 봉일천고등학교 학생들에게 입체도면에 따라 건물의 벽체를 잡아주고 있다.

많은 사람이 모일 수 있는 상황이 전혀 아니었다. 우여곡절 끝에 2010년 5월 안산 상록어린이도서관에서 ‘건축사 조원용의 건축창의체험’이 열렸다. 역시 폭발적이었다. 참여한 어린이와 청소년들은 물론 학부모들한테도 인기가 높았다. 그가 계발한 꼬마건축사 프로그램은 국가인증청소년수련활동으로 지정되기도 했다.

“유럽을 여행하면서 한번 쯤 느끼는 것은 조상들이 잘 지어놓은 훌륭한 문화유산을 통해 후손들이 잘 먹고 잘 산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정작 우리는 후손에게 물려줄 건축물이 없습니다.”

그는 지금이라도 후대를 위해 문화재급 건축을 해야 한다며, 건축주가 직·간접적으로 참여하는 방향에서 건물을 지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는 우리나라 정서에는 새 것과 넓은 것 그리고 반짝거리는 것만이 좋은 것이라는 풍토가 남아있다고 지적하고, 건축은 당시의 시대를 반영하는 것이기 때문에 자연과 더불어 삶의 흔적으로서 건축을 생각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건축은 사람의 삶을 담는 그릇입니다. 그런데 사람을 피폐하게 하는 건축도 많습니다. 건축에는 응당 사랑과 생명의 메시지가 담겨야 합니다.”

그는 의사는 내과 외과 소아과 산부인과 정신의학과 등 전문분야가 별도로 있는데 건축가는 백화점 병원 학교 아파트 주택 등 소위 돈이 되는 것이라면 이것저것 다 한다면서 외관만 화려하게 빨리 짓는 것이 우리나라 건축의 현실이라며 아쉬워했다.

심지어 아파트를 지을 때 안방 거실 주방 화장실 등이 똑같고 심지어 조명과 벽지까지 같은 것은 사용주를 무시하여 짓는 획일화된 도식이라고 개탄했다. 다시 말해 사회적 책임을 느끼는 않는 건축가들에게 문제가 있다는 것을 거침없이 지적했다.

“생각해 보세요. 남의 돈으로 자기 작품을 하는 것이 건축가입니다. 그렇다면 최소한 건축주 입장이 어느 정도 반영되어야 하는 것 아닙니까?”

그는 이와 같은 생각을 교육을 통해 실천해 나갔다. KBS 다큐멘터리, EBS 특강, 삼성인력개발원, LG, 애경 등의 기업체와 관공서에서 건축인문강연도 나름대로 활발하게 진행해 왔다. 건축가 입장이 아니라 대중의 뜻을 반영하여 선택받는 건축이 생명력이 있다는 것을 수시로 일깨웠다.

그것이 그가 주장하는 ‘좋은 건축주 만들기 프로젝트’다. 창의체험을 개설한 것도 이러한 목적 때문이다. 기업체에서만 가르치는 것이 아니다. 유치원생부터 초중고 그리고 일반인을 대상으로 ‘건축은 사랑이다’라는 것을 끊임없이 설명해 왔다.

“집을 짓는다는 것은 자기 인생을 짓는 것과 같습니다. 자기 스스로 집을 설계하여 짓다보면 자살도 하지 않습니다. 노인이 되면 자연으로 돌아가고 싶어 합니다. 무언가 소통하고 싶기 때문입니다. 집은 자기 만족도가 그만큼 높아야 합니다.”

그는 그동안 인식돼 왔던 잠을 자고 밥을 먹는 공간의 주택에서 벗어나 가족과 소통은 물론 자연과도 조화를 이루는 주택이 될 것을 강조한다.

그는 초등학교 2학년 때 장차 꿈이 뭐냐고 물으면 목수라고 대답했다. 그리고 중학교 2학년 때 맹자의 군자삼락(君子三樂)을 배우면서 “천하의 영재를 얻어서 교육하는 것이 즐거움이다.”는 말을 듣고 꿈을 키웠다.

그가 만 5년 동안 진행한 ‘건축 창의체험’은 대중들로부터 인정을 받아 상당히 인지도가 높은 프로그램으로 자리를 잡았다. 파주군 해이리에 있던 교육관도 지경을 넓혀 이제 ‘조아저씨의 창의체험’이란 이름으로 에버랜드로 입점하게 되었다. 그가 제작한 캐릭터가 에버랜드에 전시되는 것이다.

그는 지금까지는 건축에 대한 교육기간이었다면 이제는 대중 속에 파고드는 토크쇼를 준비 중에 있다. 오는 10월 말부터 홍대 근처에서 유명 건축주와 건축가를 초청하여 ‘조원용 건축 토크쇼’를 진행할 예정이다. 삶을 이야기 하면서 건축에 대한 애정도 대중과 함께 나누고 싶은 것이다.

거기다 파주시와 함께 ‘방과 후 건축교실’을 개설할 계획이다. 의식주를 스스로 해결하는 방법을 배양시키는 교육을 추진 중이다. 스스로 자기 집을 짓는 것을 안다면, 먹는 것도, 입는 것도 관계를 형성하여 ‘극복’할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결국 그가 생각하는 것은 삶으로 실천하는 ‘산교육’이다. 그는 그것을 준비하기 위해 지금도 기도하고 있다. 양심적인 건축가를 떠나 사람이 살만한 건축을 해야 한다는 것이 그의 변함없는 ‘건축론’이다.

“반짝이는 것이 다 금은 아닙니다. 특히 건축은 더 그렇습니다. 진실된 사랑이 담겨야만 제대로 된 건축이라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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