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호숙 박사 “남성중심 교회문화 원인…교단헌법에 처벌규정 마련해야”

▲ 전병욱 목사의 성추행 사건을 다룬 책 <숨바꼭질>이 출간됐다. <숨바꼭질> 출판에 맞춰 열린 포럼에서 이진오 목사가 목회자 성문제 근절을 위한 대책을 촉구하고 있다.

 
'전병욱 목사의 성범죄가 밝혀졌지만 전 목사는 목사라는 권위와 교회라는 조직 뒤에 숨어버렸다. 전 목사는 홍대새교회를 개척하고 교인을 방패삼아 숨었다. 평양노회와 합동 총회는 교회법과 동료 목사의 의리를 내세우며 시종일관 모르쇠로 숨었다. 그렇게 모두 숨바꼭질을 하는 동안 피해자들은 술래가 되어 숨은 자를 찾아내려 거리를 헤매지만, 오히려 주변의 손가락질과 질책에 수십 년간 섬겨왔던 교회에서 또 세상에서 꼭꼭 숨어버려야 했다.’ 전병욱 목사의 성추행 사건을 다룬 신간 <숨바꼭질>의 한 단락이다.

<숨바꼭질>은 피해자 증언을 통한 사건의 실체, 사건 이후 교회의 대처와 수습과정, 해당 노회의 행태 등을 구체적으로 조명했다. 이 책은 출간과 동시에 화제를 불러일으키며, 4년 전 교계를 뒤흔든 전병욱 목사의 성추행 사건을 재점화했다.

편집팀은 사건의 진실 공론화, 전병욱 목사의 진정한 사과, 평양노회의 징계 결의를 위해 출판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공동 편집인 이진오 목사는 “전병욱 목사는 피해자들에게 사과해야 한다. 전 목사는 교회게시판에 공지만 했을 뿐 아직 피해자들에게 사과를 하지 않았다. 또 징계 권한이 있는 평양노회가 범죄사실을 파악해 징계를 내려주길 바란다”고 간곡히 말했다.

무엇보다 4년이 지난 현재에도 사건의 진실을 왜곡하거나, 사건의 실체를 제대로 모르는 사람이 많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라고 했다. 심지어 삼일교회 교인과 평양노회 관계자들도 이에 해당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저지른 행위에 대한 합당한 책임’을 지는 일도 없고, 숨바꼭질의 끝은 보이지 않는다.

이것은 비단 전병욱 목사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오래 전부터 한국 교회 목회자들의 성적 탈선은 도마 위에 올랐고, 합당한 처벌은 이뤄지지 않았다.

교회개혁실천연대 부설 교회문제상담소의 2013년 상담통계에 따르면 교회문제 상담 중 담임목사 관련 성문제 상담은 총 7건으로 전체 12%에 해당된다. 김애희 사무국장은 “담임목사의 성문제 상담은 보통 피해자가 아니라 제보 받은 사람들이 의뢰하는 경우가 대다수다. 뿐만 아니라 교회 내 성문제는 바로 공론화되지 않기 때문에 실제 피해자는 훨씬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그렇다면 한국 교회 목회자들이 성문제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는 까닭은 무엇일까. 먼저 목회자의 성문제를 은밀히 처리하는 관행 때문이다. 교회 내 성문제가 발생해도 쉬쉬하는 경우가 다반사고, 목회자의 성문제는 여전히 음지에 놓여있다. 결국 공론화되지 않다보니, 성문제 예방을 위한 장치도 마련되지 않는 악순환이 벌어지는 실정이다.

남성중심으로 운영되는 한국 교회의 시스템도 성문제를 일으키는 요인이다. 한국 교회 내 남성과 여성은 평등한 관계가 아니라, 종속적 관계에 놓여있다. 또 여성들에게 순종 헌신을 강요하는 문화가 확산돼 있는 상태다.

강호숙 박사(총신대 강사)는 “한국 교회의 남성중심주의가 남녀의 불평등을 야기하고, 나아가 성문제까지 쉽게 유발시키는 원인이 된다”면서 “직분의 남녀평등을 이루어야 하고, 여성의 소리와 은사와 소명이 직분 안에 반영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주요 교단조차도 목회자의 성문제를 제어할 수 있는 법적 장치가 없는 실정이다. 다시 말해 교단과 교회가 목회자들의 성문제를 방치하고 있는 셈이다.

한국 교회는 성문제와의 단절을 위해 무엇을 해야 할까. 첫째는 예방이다. 신학교에서 성교육을 의무화하고, 성에 대한 담론을 나눌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어야 한다. 또 일선 목회자들도 꾸준히 교육받을 수 있는 제도도 마련해야 한다.

이진오 목사는 “윤리 강령을 마련하는 것은 넘어 신학생과 목회자 성교육을 제도화시켜야 성문제와 고리를 끊을 수 있다. 성범죄는 피해자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가 된다. 사전 예방이 우선이다”고 밝혔다.

다음은 강력한 징계가 필요하다. 목회자가 성범죄를 일으켜도 교단 헌법에 성범죄에 관한 구체적인 명시가 없다보니, 교권에 의해 솜방망이 처벌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교단헌법에 성범죄에 대한 징계를 명시하고, 성범죄 수준에 따라 구체적인 징계세칙까지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강호숙 박사는 “교단 헌법에 성범죄 처벌 규정이 필히 마련되어야 하고, 목사 면직 조항에 성범죄를 명시해야 한다. 나아가 범교단적으로 목회자 성범죄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할 필요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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