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회 화해와 화합’ 강조하며 취임 앞둔 이영훈 대표회장 체제
기존 인적 구성 그대로, 당장의 변화 어려울 듯… “첫 임원회 주목하라”


“한국 교회는 분열로 상처 입은 과거를 벗고 사랑하고 용서하고 화해해야 한다. 한기총을 떠났던 모든 교단들이 복귀하여 한국 교회가 위상을 회복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한국기독교총연합회 대표회장에 출마한 이영훈 목사는 8월 23일 한기총 명예회장 공동회장 부회장 등이 참석한 조찬모임에서 이렇게 말했다. 이 목사는 대표회장이 된다면 “한국 교회의 회복과 재도약을 목표로 섬기는 일에 최선을 다하겠다”며, 한국 교회의 화해와 화합을 강조했다. 그러나 교계 관계자들은 “아무리 이영훈 목사라고 해도 한기총에 들어가 자신의 뜻을 펼치는 것은 녹록치 않을 것”이라고 예상한다.
 

임원회부터 난관

이영훈 목사는 대표회장 단독후보로 결정되어 당선이 확실한 상태다. 한기총 선관위는 후보등록마감 후 이 목사의 자격심사를 끝냈다. 이번 주 총회대의원(총대)들에게 후보자를 공지할 예정이다. 특별한 문제가 없다면, 이영훈 목사는 9월 2일 임시총회에서 대표회장에 당선될 것이다. 이 목사의 임기는 홍재철 대표회장의 잔여 임기인 내년 1월까지이다.

교계 관계자들은 “이영훈 목사가 대표회장이 되어 주재하는 첫 임원회를 주목하라”고 말한다. 현재 임원들은 홍재철 목사 측근이다. 홍재철 대표회장 옆에서 이단해제 등 논란이 됐던 문제를 함께 처리한 인사들이다. 그래서 이영훈 목사가 ‘과거와 다른 한기총’을 만들기 위해서는 어떤 식으로든 임원들의 조정이 필요한 상황이다.

문제는 한기총 정관에 ‘임원의 임기는 1년’(제19조 2항)으로 규정돼 있다는 것이다. 보궐선거로 대표회장이 된 이영훈 목사는 자신과 함께 할 사람들로 임원회를 구성할 수 없다. 임원들이 자신의 임기보장을 요구할 경우, 이영훈 목사는 현 임원들과 함께 한기총을 이끌어가야 한다. 홍재철 목사가 임원들 뒤에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온다.
 

한기총 개혁, 글쎄

류광수 이단해제 이후 한기총과 법적소송을 벌인 신학교수들은 ‘대표회장 이영훈 목사’에게 기대감을 나타냈다. 홍재철 대표회장이 벌인 ‘이단해제 문제’를 해결해 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이단해제에 관여한 현 임원들이 있는 상황에서, 신학교수들이 바라는 ‘이단해제 재론’은 어렵다. 그래서 이영훈 목사가 한기총 대표회장이 돼도 “당장 한기총의 변화를 기대하기 힘들다”는 전망이 나오는 것이다.

이영훈 목사가 23일 회장단 모임에서 언급한 “떠났던 교단의 복귀”와 “한교연과 화합” 역시 이번 회기에 힘들다는 분석이다. 한기총을 떠난 교단들과 한교연도 “이단 해제 문제를 해결해야 한기총 복귀와 통합 논의가 가능하다”는 입장이기 때문이다. 결국 한기총 문제의 핵심은 ‘이단해제’이며, 현 임원회 체제 속에서 ‘이단해제 재고’를 결정할 가능성은 낮다는 평가다.

한기총과 소송을 벌인 한 신학교수는 “교수들도 이영훈 목사가 대표회장이 됐다고 해서 금방 한기총이 변화하고 개혁되리라 생각하지 않는다. 어쨌든 홍재철 대표회장 사퇴는 한기총 변화의 중요한 계기이다. 긴 호흡으로 한기총 개혁에 한국 교회가 힘을 모아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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