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아빠보다 더 열심히 예배해요”

‘QT를 습관으로, 설교 집중하며, 말씀 암송·내면화’ 3단계 성장 과정
서투르고 어설퍼도 예배 역할 확실히 … 믿음의 계승자로 오늘도 쑥쑥

 

▲ 대흥교회가 다음세대 양육을 위해 건축한 비전센터에서는 토요학교를 통해 다양한 재능교육이 이루어진다.

‘스피드퀴즈’ 시간이 돌아왔다. 이름만 봐서는 그냥 게임인가 싶었는데 알고 보니 말씀암송 시간이다. 대구 대흥교회(정명철 목사) 어린이주일학교 학생인 예꿈이와 예닮이의 주일아침 첫 10분간은 성경구절을 외우는 것으로 시작된다.

“자, 로마서 6장 23절로 시작해볼까요?”

담당 선생님의 인도로 말씀을 암송하기 시작하는 아이들 입가에서 막힘없이 익숙한 성경구절들이 흘러나온다. 완벽에 가깝다. 그런데 우리말로 끝나는 것이 아니다. 곧 바로 같은 구절을 영어로 반복해서 외워야 한다.

영어로 된 성경구절 앞 대목을 영상으로 살짝 보여주면, 아이들은 바로 뒷부분을 재빠르게 생각해내서는 문장을 완성한다. 이렇게 게임 형태로 매주 대여섯 구절씩을 반복해서 암송하니, 아이들은 올 상반기에만 100개 가까운 성경구절을 우리말과 영어로 머릿속에 새기게 됐다.

이어지는 찬양시간은 선생님과 학생들이 함께 팀을 꾸려 인도한다. 오늘은 1, 2학년 어린 동생들이 인도하는 차례이다. 조금은 서투르고 어설플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제법 능숙하게 노래하고 기도하는 모습에 감탄이 나온다. 언니오빠들로부터 제대로 대물림이 이루어졌나보다.

유년주일학교에는 모두 3개의 찬양팀이 조직되어 있다. 세 팀이 한 달에 한 번씩 찬양을 인도하게 되며, 남은 한 주는 각 반에서 맡는다. 왜 고정적인 팀을 구성하지 않는 걸까? 이 의문에 이민수 선생님이 답을 준다.

“잘 하는 아이들만 뽑아 더 세련되고 일사불란한 모습으로 찬양을 인도하는 것도 좋지만, 아이들이 어릴 때부터 예배를 통해 자신을 드리고 섬기는 일을 경험하는 게 더 유익하다고 생각해서 돌아가며 역할을 감당하도록 한 것입니다.”

이제 말씀을 듣는 시간이다. 예배 시간에 성경은 반드시 가져와야 하고, 설교자가 제시하는 본문을 찾아낸 아이들은 자기 자리에서 일어나 함께 소리 내어 읽도록 한다. 대부분의 아이들이 몇 초 이내에 해당 구절을 손쉽게 찾아내고 일어선다.

뿐만 아니다. 설교가 시작되면서부터 고학년 아이들은 너나 할 것 없이 공책을 펴든다. 전도사님이 들려주는 말씀을 메모하고 정리하기 위해서이다. 한 대목씩 열심히 받아 적는 아이들의 표정이 사뭇 진지하다.
 

▲ 대흥교회 어린이들이 성경 66권의 명칭을 칠판에 쓰며 놀고 있다.

“여러분 공부하는 건 너무 힘들죠! 혹시 나는 공부하기가 정말 쉽다는 친구, 손을 한 번 들어볼까요?”

아마도 설교자인 남화 전도사는 손을 드는 아이가 하나도 없으리라 짐작했던 것 같다. 그런데 몇몇 아이들이 눈치 없이 ‘저요!’하며 번쩍 손을 든다. 손을 든 아이들의 기색에 장난기라고는 전혀 없다. 절로 진심이라는 게 느껴진다. 잠시 당황하는 듯 했던 남 전도사는 이내 ‘역시 우리 아이들은…’이라는 표정으로 살짝 미소 지으며 말을 이어간다.

“모세의 신앙을 계승한 여호수아가 있었기에 이스라엘은 가나안 땅을 차지할 수 있었어요. 하지만 여호수아 이후에 준비된 지도자가 나타나지 않았기에 이스라엘의 역사는 쇠퇴하고 말았어요. 우리도 하나님나라를 계승할 준비를 소홀히 한다면 언젠가는 유럽 교회들처럼 문을 닫게 될지도 몰라요.”

대흥교회 어린이주일학교는 지난 10년 동안 3단계의 성장 과정을 거쳤다. 첫 단계에서는 아이들에게 말씀묵상(QT)을 생활습관으로 정착시켰고, 두 번째 단계는 예배와 설교에 집중하도록 훈련했다. 이 단계에서 아이들이 설교노트를 기록하는 풍경이 나타나게 됐고, 현재는 말씀을 암송하고 내면화하는 세 번째 단계로 접어들었다.

아이들은 말씀을 듣고 어떻게 적용할 것인가를 고민하며 노트를 완성한다. 예배자의 수준을 넘어서, 가르침에 순종하고 배운 바를 실천하는 제자이자 하나님의 동역자로 자라가는 중인 것이다.

오랜 경험의 축적과, 멈추지 않는 열심 그리고 신중한 고민이 아이들의 성숙한 예배문화를 이루어 냈다. 오늘도 설교가 끝난 후 아이들은 “하나님, 우리가 여호수아처럼 믿음의 계승자가 되겠습니다”라고 한 목소리로 기도하며 예배를 마친다.

하지만 지금까지 시간은 아이들에게 워밍업에 불과하다. 예배 후 한 시간 이상, 아이들은 담임선생님과 함께 다시 말씀을 앞에 두고 씨름하는 시간을 갖는다. 공부 후에는 선생님들의 손을 잡고 교육관을 떠나, 어른들과 나란히 예배하기 위해 본당으로 향한다.

대흥교회에서 예배하는 아이들의 모습은 주일 오후나 수요일 저녁에도, 새벽시간에도, 토요일에도 언제나 볼 수 있다. 그 아이들이 자라서 언니오빠가 되고, 선생님이 되어 다시 다음세대를 야무지게 키울 것이다.

“우리는 엄마아빠보다 더 자주, 더 열심히 예배해요.” 언뜻 듣기에 아이들의 푸념 같은 한 마디에는 사실 은근한 긍지와 도전정신이 서려있다. 기성세대를 능가하는 믿음의 세대가 나타나리라는 기대, 이 아이들을 보며 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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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거운 놀이터 ‘토요학교’

교육·훈련 공간 더불어 대안 역할까지



 
▲ 대흥교회 세 명의 교역자들은 모두가 청년시절부터 교우들과 고락을 같이 한 동역자들이다. 가운데가 정연철 목사, 왼쪽은 윤용태 목사, 오른쪽은 남화 전도사.
토요일 아침 9시, 늦잠 자기 딱 좋은 시간인데도 200명이 넘는 아이들이 교회에 모였다. 오늘은 토요학교의 상반기 결산일이다. 토요학교는 화요 어린이새벽기도와 함께 대구 대흥교회 주일학교 아이들의 주중 필수코스이다.

토요학교는 찬양과 말씀으로 시작된다. 주로 전도와 선교에 관한 메시지를 담아 진행된다. ‘모든 민족과 열방을 향하여 가라’는 찬양을 모두가 힘차게 부른다.

“한 학기동안 좋은 열매를 거둔 친구들 수고 많았고, 진심으로 축하합니다. 이제 여러분이 허드슨 테일러처럼 하나님 앞에서 쓰임 받는 인물들이 되길 원해요. 복음을 들고, 십자가 사랑이 필요한 사람들을 향해 나아갈 그 날을 위해 하루하루 최선을 다하세요.”

종강일인 만큼 친구들 앞에 모범이 된 아이들에게 시상하는 순서도 마련된다. 상품은 도서교환권이다. 상품권을 인터넷이나 모바일 게임머니로 사용하기도 하는 영악한 아이들 걱정을 대흥교회에서는 할 필요가 없다. 도서교환권은 오직 신앙도서를 구입하는데 사용된다.

당초 토요학교는 제자훈련으로 시작되었다가 비전센터 건립과 함께 문화강좌까지 겸하게 됐다. 비전센터의 수많은 공간들은 주중에는 대흥교회 부설 대안학교인 제자비전스쿨(DVS) 교실로, 주일에는 교육관으로 활용된다. 교사와 충분한 대화와 소통이 이곳에서 이루어진다.

토요학교에서 아이들은 스포츠 악기 미술 과학 성경탐험 등 수많은 강좌들 중에서 두 가지 과목을 선택해 한 한기 동안 수강한다. 대부분 해당 분야에서 종사하는 교우들이 지도하며, 악기의 경우에는 중고등부 선배들이 보조교사 역할을 맡기도 한다.

드럼을 배우기 시작한 아이들은 함께 타이어를 두드려가며 박자를 연습하면서도, 시선은 자꾸 악기들이 설치되어있는 무대박스를 향한다. 언젠가 저 자리에 앉아 형이나 누나들처럼 힘차게 스틱을 휘둘러 보리라는 결의가 엿보인다.

수업 중간의 쉬는 시간에 아이들이 모인 교실을 엿보니, 성경 66권의 이름을 서로 하나씩 칠판에 적어가며 게임을 벌이고 있었다. 확실히 대흥교회 아이들은 노는 방식까지 여느 아이들과 달랐다.

토요학교는 주일학교에 나오지 않는 주변 아이들을 끌어들이는 역할도 한다. 사실 그 동안 대흥교회의 많은 부설기관들은 지역 어린이와 부모를 복음화하는 매개체 역할을 해왔다. 두 개의 어린이집, CMS공부방, 피아노교실 등은 오랫동안 선교사역을 훌륭히 수행하는 중이다.

정명철 목사는 “사람을 키우는 일에 관심을 갖다보니 자연히 다음세대를 위한 다양한 교육방식을 생각하게 됐고, 이것이 토요학교나 대안학교 설립으로까지 이어졌습니다”라며 “이들 기관이 경쟁력을 갖추고 선한 열매를 거두도록 앞으로도 힘을 기울일 것입니다”라고 밝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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