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합격하고도 거처 없어 진학 포기

친척집 전전하며 눈칫밥…따뜻한 친구같던 이들은 알고보니 신천지
MK 위한 학사관 마련 시급한 과제… ‘인앤아웃’ 등 협력모델 관심 중요

부모님의 선교지를 따라 매번 거처를 옮겨 다니는 MK들은 대학에 진학하고 독립할 때쯤이면 또 한 번 아픈 선택의 기로에 놓인다. 한국이나 미국, 혹은 제3국으로 대학에 합격하게 되면 가서 지낼 곳이 없기 때문이다. 학교 기숙사에 들어가는 경우는 정말 최상의 사례이고, 대학에 합격하고도 거처가 없어 대학 진학을 포기하거나 아예 대학에 원서를 넣을 때 고려하는 우선순위를 관심학문이나 전공이 아니라 기숙사 여부로 놓는 경우도 부지기수다.

아무리 따뜻해도 ‘남의 집’

창의적접근지역에서 지냈던 MK A양은 대학진학을 앞두고 한국에 들어와 친척 집에서 한동안 머물렀다. 서울 근교 이모 댁과 지방에 있는 할머니 댁을 오가며 8개월을 생활했다. 모두 자신에게 잘 해주셨지만, 거주하는 기간이 길어지자 자신도 모르게 눈치를 보게 됐다고 한다. A양은 “선교지에 있느라 교류가 많이 없었던 친척들과 갑자기 한 집에 지내게 된 것도 힘든데 이모 댁에서는 사촌들의 질투까지 겹쳐 어려운 점이 많았다”며 “집에 들어가는 것이 즐겁지 않고 마음 편히 쉬기가 어려웠다”고 토로했다.

용돈을 많이 받을 수도 없어 커피숍에서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 4000원이 조금 넘는 시급으로 용돈벌이를 하자니 어느 날은 하루에 13시간씩 일하며 몸과 마음이 지치기도 했다. 마음 붙일 곳이 없자 이단에 빠지기도 했다. 따뜻한 친구처럼 다가와 준 이들은 알고 보니 신천지였고, 이들을 떼어내는 데에만 6개월이 넘는 시간이 걸렸다.

한국생활? 타지생활?

한국에 들어온 MK들은 기숙사, 교회/선교단체 학사관, 친척 집 등을 전전하거나 조금씩 돈을 모아 방 하나에 여러 명이 생활하고 있다. 학사관도 공급보다 수요가 많아 들어가기가 하늘의 별따기다. 지낼 곳이 없으니 한국생활이 타지에서 지내는 것과 다를 바가 없다. 온전한 거처가 없는 MK들은 자주 돌아다니는 생활로 마음의 안정을 찾기가 어렵고, 삶 속에서 멘토가 될 어른이 없는 탓에 의지할 곳도 없다.

GMS에서도 학사관 문제만큼은 지원이 전무한 상황이다. 온전히 선교사들과 MK들 스스로가 해결해야 하는 짐으로 남은 것이다. 창의적접근지역에서 온 B군은 “교단 차원에서 학사관을 마련해주는 것이 제일 좋겠지만, 어렵다면 MK들이 돈을 모아 방을 구할 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 수 있도록 무이자로 대출을 해주는 등 다른 방안들을 많이 연구했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대학생 선교사 자녀들도 ‘갈 곳 없는 MK들이 편히 지낼 수 있는 학사관 마련’을 기도제목으로 놓고 후원을 요청 중이다.

 

▲ MK들을 위한 학사관 ‘인앤아웃’에서 생활하는 학생들이 한 자리에 모여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앞으로 한국에 나온 MK들이 마음 놓고 생활할 수 있는 학사관 마련이 시급하다.

MK도 선교지다

이런 상황에서 신촌에 자리 잡은 ‘인앤아웃’은 MK 학사관의 좋은 모델로 각광을 받고 있다. 성인이 되어 한국에 들어왔지만 갈 곳이 없어 고생했던 아이들은 비슷한 어린 시절을 거쳤던 또래들과 함께 마음을 나누며 공동체생활을 하는 중이다.

태국에서 ‘푸른초장’이라는 MK 기숙사를 운영했던 김창수 선교사는 한국에 돌아온 MK들이 지낼 곳이 없어 힘들어하는 것을 보고 한국 대학가에 숙소를 마련했다. 김 선교사는 “MK 숙소는 아이들에게 고국에도 내가 발붙일 곳이 있다는 안정감을 줌과 동시에, 서로의 상처를 잘 알고 있는 아이들이 격려하고 비전을 나눌 수 있는 꿈의 공간이 되기도 한다”고 말했다.

‘인앤아웃’은 ‘MK를 선교지’로 생각하는 김창수 선교사와 그 후원자들이 있기에 가능했다. 앞으로 한국교회가 한국에 들어온 MK들에 대한 특별한 마음을 가져야 하는 이유다. MK들은 이곳과 같이 고국에서 마음 놓고 생활하며 교제할 수 있는 장소가 많아지기를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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