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경하는 부모님…그러나 중요한 순간엔 내 곁에 없었다

‘원망보다 이해’ 속 깊은 MK도 채워지지 않는 외로움에 깊은 아픔
또래 선교사 자녀들과 마음의 위로… ‘또 다른 선교지’ 인식전환 필요


축복받은 아이들이자, 미래 선교의 자원이라고 불리는 선교사 자녀(MK)들. 한국교회는 MK들에게 높은 기대치를 가지고 있으면서, 정작 그들이 삶에 대해 고민하는 목소리에 귀 기울인 적이 있었을까? GMS에 소속된 MK들만 2100명 이상(30세 이하)인 현 상황에서, MK들의 솔직한 속마음을 통해 한국교회가 그들을 도와줄 수 있는 방안을 생각해보는 시간을 마련했다. <편집자 주>


인도 MK인 A양은 온 가족이 한 집에서 살았던 기억이 손에 꼽을 정도다. 인도에서도 도시와 한참 떨어진 지방에서 아버지가 사역하시기에 A양과 동생은 학교가 있는 수도 근처에서 어머니와 함께 살았다. 주중에는 학교생활에 바빴고, 너무 먼 지역이라 주말에도 아버지 얼굴을 보기가 쉽지 않았다. A양이 성인이 되어 대학진학을 위해 한국으로 나오고 나서는 더더욱 부모님을 만나기 어려웠다. A양은 “부모님을 인생의 롤모델로서 존경은 하지만, 내 삶의 중요한 선택의 순간마다 부모님이 계시지 않았다는 점, 사역하시느라 바쁜 모습을 알기에 어린 시절 어리광보다는 나 스스로 모든 일을 헤쳐 나가야 했던 점은 아쉽다”고 말했다.

아프리카 지역에서 생활하다가 군 입대를 위해 한국으로 온 MK B군은 아직도 처음 훈련소에 입소했던 날이 잊히지 않는다. 같이 입대한 동기들은 부모님과 함께 훈련소 앞에서 아쉬운 작별을 했지만, B군에게는 친구들뿐이었다. 아프리카에 계신 부모님이 때맞춰 한국에 들어오시기가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면회를 오는 가족도 없었고, 휴가를 나가도 반겨줄 가족이 없었다. 친구들과 먼 친척들이 있었지만 가족만큼은 아니었다. B군은 “부모님의 사정을 충분히 이해하기에 원망스럽지는 않지만 마음 한편이 허전한 것은 어쩔 수 없었다”고 고백했다.


MK 외로움 나눌 이는 같은 MK 뿐

대다수의 MK들은 부모와 많은 정을 나누지 못하고 떨어져 살거나, 사역으로 인해 자신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지 못하는 부모님에 대해 원망보다는 이해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는 성숙한 자녀들이었다.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MK의 56.7%가 ‘부모처럼 대를 이어 선교사가 되길 원한다’고 말할 정도로 부모님에 대한 존경의 마음이 컸다. 그러나 MK이기에 부모님이 채워줄 수 없었던 부분은 누군가가 채워주어야만 했다. 최근 한 MK가 외로움, 재정, 진로 등 복합적인 문제로 고민하다 한강에서 시체로 발견되면서 MK들을 위한 심리 가이드의 필요성이 매우 커졌다.

MK들이 부모님을 대신해 마음을 나눌 수 있는 이들은 같은 아픔을 가지고 있는 MK 또래들이었다. 한국에서 열리는 수련회나, 선교지 국제학교 등에서 만난 MK들은 서로의 이야기를 하는 것만으로도 마음의 위로를 얻었다. 창의적접근지역 MK C군은 “같은 MK들에게 ‘우리 부모님이 선교지에 들어가셔서 한 달 만에 만났다’라든지 ‘처음 현지학교에 갔을 때 현지 아이들이 나를 보는 눈빛이 너무 무서웠다’ 등 사소한 이야기를 해도 ‘나도 그랬다’ ‘그 상황 이해가 간다’는 말 한 마디에 위로를 받은 경험이 있다”고 털어놨다. MK들은 원하지 않던 낯선 환경에 떨어져 외롭게 사는 사람이 나 뿐만은 아니라는 것을 아는 순간 동질감과 공감을 통해 마음의 상처를 치료받았다.

 

▲ 작년에 열린 제18회 MK수련회에서 참가자들이 에버랜드를 방문해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MK수련회는 MK들이 네트워크를 통해 서로의 마음을 나누고, 위로를 얻을 수 있는 귀한 자리다.


MK 또래 사역 및 상담 위한 전문인력 있어야

다행히 GMS에는 ‘Vmk’라는 대학생 선교사 자녀 모임이 있어, MK들이 주기적으로 연락을 주고받으며 서로의 힘이 되어 주고 있다. 매주 목요일마다 드림의교회(이상화 목사)에서 저녁기도모임을, 한 달에 한 번 산정현교회(김관선 목사)에서 토요예배모임을 드리며 서로를 품어준다. 해외에서 대학을 다니고 있는 친구들도 SNS를 통해 챙기고, 군대에 있는 친구들은 돌아가면서 면회를 가기도 한다. 한강에서 발견된 MK를 실종된 기간 동안 찾아다닌 사람도 MK 친구들이었다.

Vmk 회장 오준혁 학생은 “Vmk 모임은 친목을 도모할 뿐만 아니라 후배들은 선배들을 보며 진로에 대한 해답을 찾을 수 있고, 선배들은 후배들에게 자신들의 경험을 나눌 수 있는 자리”라며 “많은 MK들이 이 모임을 통해 상처받은 마음을 회복한다”고 말했다.

현재 GMS는 Vmk에 매월 15만원씩을 지원하고 있지만 매번 20~30명씩 모이는 MK 숫자에 비하면 턱없이 적은 액수라 MK들이 각자 사비를 털어 모이고 있다. 그 외에는 이렇다 할 지원이 없이 모임 장소 섭외, 프로그램 준비, 공지사항 전달까지 모든 일을 MK들이 직접 하고 있는 상황이다. MK들이 스스로 할 일을 찾아 하고 있는 것은 기특하지만, 대다수가 학생인 이들에게도 한계가 있기에 교단 차원의 도움도 필요하다. 특별히 Vmk 모임은 타 교단에는 없는 MK 모임이라 그 특별함이 더 크다.

GMS 전문사역국장 민병윤 목사는 “군에 입대한 MK 면회 사역에 동참할 교회 네트워크, 이성이나 진로 등 상담을 해줄 전문인력 네트워크 등이 절실한 상황”이라며“한국교회가 MK 사역도 하나의 선교지로 보고 이 사역에 인력을 투입하는 인식 전환이 일어나길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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