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슬람 무장단체, 행사 기간 중 기독인 박해·테러 집중
선교사역도 위축… ‘오히려 기회’ 역라마단 기도운동 활발

브라질 월드컵이 한창 진행되던 중 느닷없이 ‘라마단’이 중요한 이슈로 부상했다. 알제리가 16강에서 독일에게 1대 2로 패배한 주원인이 라마단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슬람교 수니파가 국교인 알제리의 축구 대표선수 대부분이 6월 28일(현지시간) 라마단 시작부터 단식한 탓이다. 월드컵마저 이들의 금식을 막지 못할 정도로 라마단은 무슬림들의 삶 속에 깊게 뿌리박혀 있는 믿음이다.

사진제공:요르단 하명수 선교사
라마단 기간 기독교인 박해 줄이어

라마단을 무슬림들만의 행사라고 치부하기에는 기독교에 미치는 영향력이 적지 않다. 최근 몇 년 간 라마단 기간에 기독교인과 교회에 대한 박해와 테러가 집중되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도 라마단이 시작된 28일(현지시간) 밤 이라크에서는 수니파 무장단체 ‘이라크-시리아 이슬람국가(ISIS)’가 이슬람국가 건설을 선언하며 테러를 자행했다. 29일 나이지리아에서는 이슬람 무장단체 ‘보코하람’이 주일 예배 중인 북부 지역 교회들을 잇달아 공격해 100명 이상이 살해당했다.

이슬람국가 건설을 주창하는 이슬람 무장단체들의 테러와 더불어, 라마단에 참여하지 않는 기독교를 비롯한 소수종교에 대한 폭력 사태가 끊이지 않고 있다. 최근 몇 년간 알제리와 이라크, 인도네시아 등지에서는 라마단 기간에 식사를 했다는 이유로 기독교인들이 주민들에게 폭력을 당하고 고소를 당하는 일들이 잇따랐다. 인도네시아 이슬람 과격단체 이슬람방어전선은 아예 라마단 기간 중 이슬람법을 어기고 해가 떠 있는 동안 영업하는 식당이나 유흥업소를 직접 ‘처단하겠다’고 공표하기도 했다.

이러한 폭력이 잇따르자 이슬람국가들은 폭력을 자행하는 테러단체나 무슬림을 규제하고 처벌하기보다 피해자인 소수종교인에게 오히려 라마단 기간 중 공공장소에서 음식물 섭취를 규제해 논란이 일고 있다.

원래 라마단은 신성한 달로, 이 기간 중에는 전쟁 중이라도 휴전하고 평화를 준수해야 하는 기간이다. 그러나 최근 몇 년 동안 중동과 아프리카의 이슬람국가들이 정치경제적인 불안정 상태에서 소수종교에 대한 박해가 확산되면서 라마단 또한 변질되고 있다.

무슬림 선교 사역 위축 염려

이에 무슬림 국가에서 활동하는 선교사들은 라마단 기간 더욱 만전을 기하며 선교사역을 진행하고 있다. 요르단에서 사역하는 강덕수 선교사는 “라마단 기간 요르단은 모든 회사와 관공서들이 오후 2시 이전에 문을 닫기 때문에 2~3시경이면 때 이른 러시아워가 시작될 정도”라며 “해가 지자마자 평상시보다 좋은 음식을 많이 요리해 집집마다 고기 굽는 냄새가 진동한다”고 상황을 전했다. 이 기간은 국가적으로도 행사를 자제하고 있으며, 라마단을 지키지 않는 것이 적발되면 교도소에 가기도 한다. 외국인이라 할지라도 길거리에서 음식을 먹으면 무슬림들이 달려들어 제지하는 경우도 있다.

중동보다 비교적 온건하다고 알려진 동남아시아 무슬림 지역에서도 라마단 기간은 예민하다. 인도네시아에서는 새벽 3시부터 일어나 아침을 먹고 4시 30분부터 금식을 시작한다. 인도네시아 박성문 선교사는 “맥도날드와 같은 외국계 식당들도 예의를 갖추는 의미에서 창문을 가려 내부에서 식사하는 모습이 바깥으로 보이지 않게 하고 있다”고 말하고 “대신 저녁 6시가 지나면 식당에 자리를 잡기가 힘들 정도로 거한 잔치가 열린다”고 설명했다.

상대적 소수이자 약자인 현지 기독교인들은 예민한 무슬림들을 피해 음식을 먹거나 본의 아닌 금식을 함께 하고 있다. 기독교인들에게는 힘든 라마단 기간이지만 그래도 희망은 있다. 박성문 선교사는 “올해로 9년째 인도네시아에서 사역하고 있는데, 도시 지역에서는 점차 라마단 기간에 대한 무슬림들의 인식이 흐려지고 있다는 인상을 받는다”면서 “무슬림 선교에 대한 긍정적인 신호가 보이는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국교회 ‘역라마단’ 기도 활발

한국을 비롯한 세계교회에서는 라마단 기간 동안 역라마단 기도운동을 통해 무슬림들이 진정한 하나님을 찾을 수 있도록 기도하고 있다. 예수전도단은 올해도 어김없이 ‘무슬림을 위한 30일 기도’ 책자를 발간하고 한국교회가 무슬림을 바로 알고 기도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1993년부터 내부 차원에서 역라마단 기도운동을 시작한 예수전도단은 2002년부터 정식 책자를 발간하고 배포하면서 매일매일 동일한 기도제목을 가지고 함께 마음을 모으도록 애쓰고 있다. 올해도 1만 9000여 부의 책자가 이미 동이 났다. 예수전도단 노정현 간사는 “라마단 기간 기도제목 및 무슬림에 대한 정보를 업데이트하는 블로그(www.30prayer.org) 방문자가 점차 늘어나는 것을 볼 때 한국교회의 무슬림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라마단 기간이야말로 하나님께서 무슬림들의 삶에 직접 말씀하시며 역사하시도록 그리스도인들이 기도할 수 있는 최적의 기회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오픈도어선교회(www.opendoorsusa.org)의 ‘무슬림을 위한 30일 기도운동’도 진행되고 있다. 데이빗 커리 회장은 “라마단 기간 동안 종교박해의 위협 속에 살고 있는 신앙의 형제자매들을 위해, 또 아직까지 예수 그리스도를 구세주로 만나지 못한 수백 명의 무슬림들이 예수 그리스도를 만나 진정한 평화와 기쁨을 누리게 되길 기도하자”고 밝혔다.

앞으로 무슬림 선교를 위해서는 기독교의 더 큰 희생과 노력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높다. FIM선교회 대표 유해석 선교사는 “라마단 기간 전 세계의 모든 무슬림들은 함께 금식함으로 형제애를 느끼며 더욱 독실한 무슬림이 되는 경우가 많다”고 말하고 “오늘날 기독교의 그늘진 곳이 온갖 이단과 이슬람의 온상이 되듯이 기독교 본래의 진리로 돌아가지 않으면 이슬람의 물결을 막기 어려울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미영 박용미 기자

'라마단' 기본상식


초승달이 보이면 30일간 진행… ‘메카’ 순례 참여


1. 라마단이란 무엇인가?
라마단은 아랍어로 ‘더운 달’이라는 뜻으로, 이슬람력으로 9번째 달을 뜻한다. 라마단은 천사 가브리엘이 이슬람 예언자 무함마드에게 유일신 알라의 계시를 전한 신성한 달로 지켜진다. 무함마드가 이 때 받은 계시로 이슬람교 경전 ‘코란’을 집대성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전 세계 무슬림은 라마단 동안 코란의 가르침을 되새기며 일상에서 벗어나 보다 신성한 삶을 실천한다.

2. 라마단 기간은 얼마나 되나?
라마단 시작일은 초승달이 육안으로 보이는 날 시작해 30일간 진행된다. 단, 라마단 시작일은 종파마다 계산법이 달라 하루 이틀 차이를 보인다. 세계에서 두 번째로 규모가 큰 이슬람단체 무하마디야가 6월 28일 라마단을 가장 빠르게 개시했다.

3. 라마단에 무슬림은 어떤 의식을 행하나?
라마단 동안 12세 이하 유소년, 노약자, 환자, 임산부, 여행자 등 특수한 상황을 제외한 모든 무슬림은 일출부터 일몰까지 물과 음식을 금식하고 금연하며, 하루 다섯 차례 기도를 드리고 코란을 읽으며 몸과 마음을 경건히 한다. 또 이 기간에 많은 무슬림들이 사우디아라비아에 위치한 이슬람교 성지 ‘메카’ 순례에 참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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