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상자 중 3분의 1만 재충전 기회 … 사역 과부화, 선교발전에도 악영향
기회 얻어도 불편한 여건에 ‘눈치’ … 한국교회 차원 세심한 멤버케어 절실

안식년은 사역에 지친 선교사들이 휴식을 얻고 다음 텀을 준비하기 위해 꼭 필요한 시간이다. 따라서 짧게는 4~5년, 길게는 10년 만에 재충전의 시간을 보내는 선교사들을 지원하고 배려하기 위한 한국교회의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선교사들은 무엇보다 온전한 안식년을 충분히 누리고, 파송교회나 단체의 도움을 받아 영성이 한 단계 성장하는 계기를 안식년을 통해 갖게 되길 기대하고 있다.

대상자 중 1/3만 안식년 가져

현재 2014년 6월 기준으로 안식년을 보내고 있는 총회 세계선교회(이사장:박무용 목사·이하 GMS) 소속 선교사는 62개 가정. 이중 10여 가정을 제외한 대다수는 한국에서 머물고 있다. 오랜만에 동역자들을 만나 안부와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 가족들과 오붓한 시간을 보내면서 그동안 하지 못했던 독서나 건강관리 등에 신경을 쓰기도 한다. 파송교회에서 부교역자처럼 사역하면서 성도들과의 돈독한 정을 다시 쌓는 경우도 있다. 혹은 미국에서 공부를 하거나, 타국으로 가서 휴식을 취하는 선교사도 종종 있다.

▲ 안식년은 선교사들이 몸과 마음의 회복을 얻고 한 단계 발전된 다음 사역을 준비하기 위한 귀한 시간으로, 이들이 안식년을 유익하게 보낼 수 있도록 한국교회의 배려가 요구되고 있다. 사진은 최근 GMS가 추최한 안식년 선교사 재충전 수련회의 모습.
반면에 사역한지 오랜 시간이 흘렀어도 안식년의 기회를 얻지 못하는 선교사도 다수다. GMS에서 파송한 선교사를 기준으로 하면 1년에 최소 180가정은 안식년을 가져야 한다. 하지만 지금 안식년을 가지고 있는 선교사는 그 절반도 되지 못한다. 사역의 연속성 때문에 쉽게 사역지를 떠나지 못하는 경우도 많고, 아직도 안식년을 기꺼워하지 않는 파송교회도 적지 않다. 때문에 안식년을 건너뛰거나, 1년까지 채우지 못하고 몇 개월의 짧은 안식년을 가지는 선교사가 훨씬 더 많은 상황이다. GMS 선교총무 김호동 목사는 “안식년은 선교사 자신에게도, 나아가 선교계의 발전을 위해서도 꼭 필요하기 때문에 GMS에서도 적극 권장하고 있다”며 “파송교회에서도 안식년에 대한 인식을 다시 세우고 선교사들의 회복을 위해 함께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GMS, 안선재 부활하고 멤버케어 집중

이에 GMS는 올해 안식년 선교사 재충전 수련회(이하 안선재)를 7년 만에 다시 열었다. 그동안 내부의 여러 사정으로 열지 못하다가 안식년 선교사 케어의 중요성을 새삼 강조하게 된 것이다. 6월 23~25일 강원도 속초에서 열린 이번 안선재에는 11개 가정이 참여해 모처럼의 휴식시간을 누렸다. 해빌리지살렘교회 김동문 목사, 도동교회 민병권 목사, 이사회 회록서기 문상무 목사 등이 강사로 나서 선교사들에게 격려의 말씀을 전했고, 나머지 시간에는 아름다운 강원도의 경치를 보며 마음의 위로를 얻었다.

특히 김동문 목사는 북, 핸드벨, 실로폰 등 다양한 악기를 직접 들고 와 음악치료를 통해 선교사들에게 기쁨을 줬다. 악기를 다룰 줄 몰라도 악보에 적힌 색깔을 따라 치기만 하는 단순한 방법으로 만들어낸 아름다운 하모니에 선교사들은 일체감은 물론 음악이 주는 마음의 안정감까지 느낄 수 있었다.

또한 같은 안식년 선교사들끼리만 느낄 수 있는 동질감에 처음 만난 이들과도 쉽게 친해졌고, 서로의 사역과 간증을 나누며 기쁨이 충만했다. 선교사들은 “사역에 지친 상황에서 오랜만에 같은 동지들을 만나 웃을 수 있는 시간이었다”라며 “앞으로 안식년 선교사들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이 많이 마련됐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입을 모았다.

 

사소한 배려가 큰 힘 된다

안식년 선교사들이 가장 필요로 하는 것은 머물 곳, 차량, 자녀교육 등에 관련된 사항들이다. 안식년동안 선교관이나 친척 집에서 머무르는 경우가 많지만, 쉴 곳을 구하지 못하거나 구해도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차량 역시 단기체류에 있어 사기도, 빌리기도 쉽지 않다.

14년간 우간다에서 사역하다 안식년 차 최근 한국에 온 이정식 선교사는 “한국에 와서 주로 후원자들을 만나고 인사를 드리는데, 차가 없어 난감할 때가 많다”며 “또 같이 귀국한 자녀들도 한국 생활에 적응하고 또 친구들을 사귈 수 있게 MK 모임 등이 더 활성화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창의적접근지역에서 온 A선교사는 그동안 보안 때문에 쉽게 알 수 없었던 선교현황을 새롭게 파악하고, 파송단체의 상황도 면밀히 알아 본부와의 친밀감을 높이는 것 역시 필요하다며 “파송단체들이 현재 사역하고 있는 선교사들에게 신경 쓰기도 힘든 것을 알지만, 보안 때문에 받지 못했던 본부 공지 메일을 한국에 있을 때만이라도 보내달라고 한 요청이 1년 동안 이뤄지지 않을 정도로 배려가 부족한 것 같았다”며 안타까움을 표시했다. 한국에 돌아온 이들이 본부의 따뜻한 사랑과 관심으로 힘을 얻고 돌아가게끔 해주면 더 좋을 것이라는 말도 덧붙였다.

반대로 파송단체들은 안식년 선교사들을 지원할 뿐만 아니라 이들을 통해 다양한 정보를 얻을 수도 있다. 안식년 선교사들이 경험했던 생생한 현장 이야기들을 함께 나누며 선교전략을 세우거나 곧 파송될 선교사, 혹은 선교 관심자들에게 멘토의 역할을 해줄 수도 있는 것이다.

GMS 전문사역국장 민병윤 목사는 “선교사는 한국에서도 사역의 주체가 되어 활동할 수 있고, 파송단체들도 따로 선교지를 방문할 필요 없이 선교현황 파악이 가능하기 때문에 앞으로 안식년 선교사 활용에 더욱 집중할 것”이라고 추후 목표를 밝혔다.

안식년 선교사들은 단순히 쉬러 나온 사역자들이 아니라 선교발전을 위한 디딤돌이자 노하우를 가지고 한국에서 사역할 수 있는 귀한 자원들이다. 선교사 파송 100주년을 맞은 한국선교계가 이제는 안식년 선교사와 같은 멤버케어에 더욱 열심을 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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