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리찾기 vs 협상카드’ 계산 복잡한 정치권

법적 수용 가능성 있지만 교단 반대정서 여전 … 향후 총회 대응수위 ‘관심’

총회 총무 황규철 목사가 지난 5월 30일 서울중앙법원에 ‘총회총무선거금지가처분’(2014 카합 814)을 신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사건은 민사 제51부로 배당되어 6월 18일 오전 11시 20분 서울중앙지법 358호 법정에서 첫 번째 심리가 진행될 예정이다.

교단의 총무가 교단을 상대해서 개인적 이해관계를 이유로 소송을 했다는 데 대해 곱지 않은 시각이 많지만, 황 총무는 “이번 소송은 단지 총회 상근 직원으로서의 권리 주장일뿐”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황 총무는 소장에서 “2014년 9월 22일 14시부터 9월 26일 12시까지 진행되는 제99회 총회에서 총무 선출을 위한 선거를 해서는 안 된다”는 취지를 밝혔다.

이와 관련 황 총무는 지난 6월 9일 총회 임원회 후 기자브리핑을 통해 “총회 임기와 관련해 (규칙) 개정한 제96회 총회 결의가 유효하다고 판단될 경우에도 개정된 총회 규칙은 다음 총무 선거부터 적용되어야 하므로 내가 총무의 지위에 있다는 확인을 구할 청구권을 가진다”고 설명했다. 황 총무는 “(가처분 외에도) 2016년 총무 선거일까지 총무의 지위에 있다는 확인을 구하는 본안 소송도 제기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 황규철 총무가 총회장을 상대로 ‘총회총무선거금지가처분’을 제기해 논란이 일고 있다. 사진은 제96회 총회에서 서기 고영기 목사가 총무 후보들이 각서를 쓰고 선거에 참여했음을 총대들에게 설명하는 모습.
또 그는 “재직 기간이 3년에 불과한 총무직을 위해서라면 담임 목사직을 사퇴하면서까지 총무 후보 등록을 하지 않았을 것”이라면서 “만일 제99회 총회에서 총무 선거를 통해서 새로운 총무가 선출된다면 남은 2년의 임기를 박탈당하게 되어 현저한 손해를 입게 된다”고 주장했다.

이같은 총무의 주장에 대해 총회 임원회 회의 중에는 “현직 총무가 총회를 상대로 해서 소송을 한다는 것은 말이 안된다”면서 “당장 취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총무를 이석시키고까지 갑론을박을 하던 임원회는 안명환 총회장이 “나에게 맡겨 달라”고 주장, 당사자 제척의 원리에 따라서 총회가 대응할 경우 총무가 관여하지 않는다는 조건으로 총회장에게 일임하면서 회의를 종결한 것으로 알려졌다.

가처분 수용 가능성은
그렇다면 황 총무의 가처분 주장이 받아들여질 가능성은 어느 정도일까? 정치권에서 다양한 입장이 나오고 있으나 대체적으로 법적 가능성은 높다고 보고 있다. 제96회 총회 당시 황규철 총무는 총무의 임기를 5년으로 규정한 헌법과 이에 따른 선거공고를 보고 총무 후보로 출마했다.

황 총무 출마가 알려졌을 때 교단 내에서는 황 총무의 전력과 자질 시비가 일어났고 당시 총회 임원회(총회장:김삼봉 목사)는 황 총무를 비롯한 5명의 후보를 대상으로 공청회를 개최하려고 했다가 취소했다. 총무 후보의 난립으로 분위기가 과열되자 제96회 총회는 총무 선거 전에 ‘기존 5년’에서 ‘3년에 1회 연임’으로 총무 임기를 바꾸는 내용으로 규칙 개정을 하기로 결의했다. 또 후보 5인이 각서를 쓰고 공증을 했다.

2011년 9월 21일 작성된 각서에서 황규철 총무 등 5명의 후보는 “제96회 총회 현장에서 총회 임기에 관한 총회규칙개정안(임기 3년에 1회 연임할 수 있음)이 정치부를 거쳐 규칙부의 발의로 통과되었으므로, 개정된 규칙에 따라 진행한 선거결과에 순종하겠다”고 약속했다.

또 후보들은 △선거과정과 결과에 대해 교회법과 사회법에 민형사상 고소고발을 하지 않고 △정치적 윤리적 문제도 제기하지 않으며 △만약 문제를 제기하거나 협력하면 향후 3년간 총회 총대 자격 제한 및 추천한 노회의 천서제한 등 총회의 어떤 징계에도 따를 것이라고 강조하고 이를 공증했다.

교회법 전문가 신현만 목사는 “제96회기 총무 선거는 5년 단임제 하에서 이뤄진 것이었다. 아무리 3년 중임이라는 내용으로 각서를 썼다고 하더라도 총회 법이 우선이기 때문에 무효다. 교회는 성경, 헌법, 규칙, 결의 순으로 권위가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교단 목회자는 “규칙개정을 하자마자 시행하는 것은 법이 아니며, 이것이 인정된다면 향후 총회의 혼란이 일어난다”면서 “규칙 개정의 필요성이 있었다면 규칙부에 심의를 맡겨 차기 년도에 시행토록 했어야 했다”고 언급했다.

또 황규철 총무는 “각서에 서명을 하지 않으면 총무 후보를 박탈당할 상황이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했다”고 말하고 있다. 즉 각서는 강요에 의해 작성된 것이며, 규칙개정을 개정 당시 출마자들에게 적용시키는 것은 불법이기 때문에 황 총무의 임기는 5년이 맞는다는 주장이다.

“소송은 있을 수 없는 일”
반론을 제기하는 측에서는 규칙 개정이 이미 되었고, 총무 후보들도 바뀐 내용을 인정하고 이후 문제를 삼지 않겠다는 각서를 쓰고 공증까지 했기 때문에 제96회 총회 선거 과정은 문제가 없었다는 주장이다.

한 목회자는 “규칙을 개정했으면 즉각 효력을 발휘하는 것이 총회의 전례”라면서 “총대들이 동의하여 결의했고 당사자들이 각서까지 썼기 때문에 법적 하자가 없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목회자는 “총회 결의에 승복해서 임기 3년에 1회 연임할 수 있다는 내용으로 각서를 통해 인정을 해놓고 이제 와서 5년 임기를 주장하는 것이야말로 불법”이라면서 “해임이나 정직에 처한 경우라면 몰라도 이번 건에 대해서 총무가 소송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법적인 부분 외에 총무의 제99회 총무선거 금지 가처분에 대해 교단의 분위기는 대체적으로 부정적이다. 교단 목회자는 “제97회 총회에서의 불미스러운 일로 인해 총무 사퇴 여부가 불거졌으며 이로 인해 교단의 명예가 크게 실추되었다”면서 “그런데 올해에도 매듭을 짓지 못하고 또 총무가 제기한 소송으로 1~2년을 끈다면 교단 산하 교회들이 총회에 다 등을 돌리게 될 것”이라고 불만을 터뜨렸다.

또 법 논리 이전에 신앙적인 모습을 보여줄 것을 주문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공회 앞에서 서약을 했으면 신앙적 도의와 책임의식을 가지고 지켜야 하는 것이 교단 지도자의 본분인데 법의 허점을 이용해서 이의를 제기하는 것은 안된다는 것이다.

교단 내외에서는 법논리로서는 가처분을 받아들여질 가능성이 적지 않지만 사법부가 법 논리 외에 총회의 결의와 전례, 가처분이 받아들여질 경우 당사자가 받을 이익 등을 고루 살피기 때문에 거부될 여지도 있다고 내다보고 있다. 더불어 황규철 총무가 가처분을 신청하고 본안 소송까지 준비하고 있는 이유와 향후 시나리오도 몇가지로 전망되고 있다.

첫째 가처분에 승리해서 5년 임기를 채운다. 둘째 전례에 따라 차기 임원회의 추천을 받아서 총무 재임선거에 참여한다. 셋째 3년 임기를 마치고 명분과 충분한 실리를 챙긴다. 넷째 현재 후보 단일화를 이루지 못하고 있는 영남권을 설득해서 황 총무가 2년을 더 하고 영남권이 차기 총무 단일 후보군을 이루도록 정치적 조정을 한다.

가처분을 낸 황 총무의 속내와 임원회의 대응 수위, 차후 법원의 판결은 지금으로서는 누구도 정확히 가름하기 힘들다. 다만 이번 사건이 개인적 이해관계 차원에서 정치적으로 조정되고 말지, 혹은 총회의 선거제도를 보완하고 명예를 회복하는 계기가 될 수 있을지는 총회장과 총무, 그리고 총대들의 의지에 달렸다고 말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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