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영화 <천국에 다녀온 소년>

 
4살 소년 천국여행 담은 베스트셀러 <3분> 영화화
오해와 불신 풀어내는 가족애 감동적으로 그려


가끔 미국 사람들의 심리가 궁금하다. 에디 머피의 영화나, <오스틴 파워> 혹은 <아메리칸 파이> 시리즈가 미국 박스오피스를 점령했을 때마다 그렇다. ‘지극히 미국적인’이라는 수식어가 붙는 이 영화들은 바다 건너 한국에서는 일부 매니아층만 존재할 뿐, 대중들의 폭넓은 사랑을 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기자 또한 한국 사람이라 우방국 주민들이 열광하는 이유를 좀처럼 감지하기 어려웠다. 그들이 “왜 당신들은 에디 머피의 매력을 모르나?”라고 반문할지도 모르겠지만 말이다. 이러한 괴리는 미국식 영화만 해당사항이 아니었다.

3년 전, 4살 소년의 천국여행기를 담은 책 <Heaven is for real>이 베스트셀러가 됐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당시 미국에서 임사체험에 관한 도서가 인기를 누리고 있었지만, 4살 소년이 들려주는 천국이야기가 300만부 이상의 판매고를 올리며 각종 기록을 갈아치울지 상상도 못했다. 아니나 다를까, <3분>이라는 이름으로 한국에 소개된 이 책은 한국 독자들에게는 커다란 반향을 일으키지 못했다.

그런데 국민 정서의 차이를 좁히지 못하고 묻힐 것 같았던 <3분>이 다시 한국에 초대됐다. 이번에는 영화로 왔다. <3분>을 영화화한 <천국에 다녀온 소년>이 미국 개봉 첫날 박스오피스 1위에 오른데 이어, 5주간 5위 안에 들며 흥행몰이를 했다. 게다가 <캡틴 아메리카> 같은 할리우드산 블록버스터와 경쟁하여 얻은 결과여서 더욱 의미가 컸다. 또다시 궁금해졌다. 미국에서 선전한 <천국에 다녀온 소년> 역시 본토 국민들의 호응으로 끝날지, 아니면 한국에서도 애정을 표할지 말이다.

▲ 토드역과 콜튼역을 맡아 열연을 펼치는 그렉 키니어(오른쪽)와 코너 코럼. 특히 천국을 경험한 4살 소년을 자연스럽게 연기한 코너 코럼의 행보를 전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조용한 시골마을, 네브라스카 임페리얼. 토드 버포는 마을주민들에게 존경받는 목회자이자, 한 가정의 가장이다. 강단에서는 힘 있는 설교로 감동을 전하고, 마을주민들을 돕는 일에도 앞장선다. 거기에 남들이 부러워할 만한 가정도 가졌다. 부인 소냐, 딸 캐시, 그리고 사랑스러운 네 살배기 아들 콜튼과 함께 행복한 나날을 보낸다.

화복할 것만 같던 토드의 가족들에게 연이어 우환이 닥치기 시작한다. 토드가 골절과 신장결석으로 드러눕더니, 근근이 버티던 가계에 생활고마저 찾아온다. 급기야 아들 콜튼이 복막염이 터지며 생사의 갈림길에 놓인다. 손을 쓸 수 없는 지경까지 이르렀지만, 다행히 가족과 주민들의 간절한 기도 끝에 어린 콜튼은 기적적으로 살아나게 된다.

그런데 회복한 콜튼이 이상하다. 수술 중 천국에 다녀왔다고 말하는 콜튼. 토드와 소냐도 처음에는 믿기 어려웠다. 하지만 콜튼이 자신이 태어나기도 전에 일어났던 사건을 상세히 이야기하자, 아들을 믿기 시작한다. 그럼에도 교인들은 여전히 걱정스런 눈빛을 보냈고, 갈등은 커져갔다. 주위 사람들의 우려에 토드는 결단을 내린다. 그는 강단에서 수만 번 기도한 “하늘에서 이룬 것 같이 땅에서도”의 의미를 되새긴 감동적인 설교로 오해와 불신을 풀어낸다.

<천국에 다녀온 소년>이 지닌 가장 큰 특징은 갈등구조를 현실에서 가져왔다는 점이다. 3년 전 책으로 출판됐을 때부터 “과연 4살 소년이 천국을 정말로 다녀왔는가?”가 논쟁거리였다. 당시 찬반논쟁을 영화에 그대로 반영해, 갈등과 대립의 줄기를 이룬다. 그렇다고 문제작 마냥 소란스럽게 접근하지 않는다. 잔잔하면서도 조리 있게 갈등을 풀어내는 것이 이 영화의 미덕이다

오히려 전형적인 미국식 가족영화와 같다. 아들을 믿어주며 문제를 해결하는 아빠 토드, 눈물로 안아주는 엄마 소냐, 동생을 조롱하는 친구들에게 주먹을 날리는 누나 캐시의 모습 속에서 가족 간의 사랑이 물씬 풍겨난다.

이처럼 완벽한 가족 만들기에는 절묘한 캐스팅이 큰 몫을 차지한다. 영화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다>에서 잭 니콜슨의 깐깐한 이웃남자로 출연했던 토드역의 그렉 키니어는 자애로운 아버지이자 카리스마 넘치는 목사로 열연하며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는 캐스팅을 만들어냈다. 또한 코너 코럼은 인위적인 느낌이 전혀 없이, 천진난만한 4살 소년 콜튼역을 자연스럽게 소화해 관객들의 이목을 사로잡는다.

에디 머피도 좁혀주지 못했던 ‘지극히 미국적인 영화’와의 간극을 그렉 키디어와 신예 코너 코럼이 뭉쳐 메우고 있다는 느낌이다. 그만큼 친근하게 다가오는 영화다.

교회를 기반으로 천국을 이야기하는 영화라지만 일반 관객들도 부담 없이 관람할 수 있는 영화로 판단된다. 또한 다소 무거운 주제로 일관됐던 기존의 기독교영화와 달리, 잔잔한 흐름 속에서도 짙은 여운을 남겨 크리스천들에게도 제법 매력적인 영화로 남을 듯 싶다.

저작권자 © 주간기독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SNS 기사보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