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객석에서] 음악극 <보석과 여인>

 
두 극단 공동제작, 헌신적 남자 통해 예수 그리스도의 사랑 드러내


▲ <보석과 여인>의 주역 임세리(왼쪽)와 이정구. 두 배우는 애절한 사랑의 감정을 끄집어 내면서, 조건 없이 순수한 완전한 사랑을 그려낸다.
사랑이야기를 해보자. 세상에는 수많은 종류의 사랑이 존재한다. 먼저는 하나님의 이타적이고 희생적인 사랑이 있겠고, 부모와 자녀의 혈육 간의 사랑, 남녀 간의 이성적인 사랑, 친구간의 우정 등, 흔히 말하는 아가페, 플라토닉, 필리아, 에로스 범주에 해당되는 사랑이다. 어느 하나 모자람 없이 축복 받아 마땅한 사랑의 이름이다.

사랑이 이대로라면 좋으련만 복잡한 시대는 사랑의 방법마저 변질시켰다. 쇼핑목록 작성하듯 조건에 얽혀 있는 사랑이 당연시 되는가 하면, 사랑을 핑계로 유희에 허우적거리며 소유에 몸부림치고, 또는 성공의 수단으로 사랑을 이용하기도 한다. 이렇듯 언제부터인가 사랑의 의미가 퇴색돼 가고 있다.

인스턴트 마냥 값싸게 팔려나가는 이 시대의 사랑을 꼬집는 작품이 무대에 올라 눈길을 끈다. 극단 조이피플과 극단 아름다운 세상이 협업해, 순수하면서도 조건 없는 사랑을 다루는 음악극 <보석과 여인>이다.

어느 기차역, 갓 젊음을 되찾은 사내가 등장한다. 두꺼운 안경이 더 이상 필요 없는, 맑은 눈으로 바라본 세상 풍경은 신기하고도 아름답기만 하다. 원래 그는 보석을 만드는데 평생을 보내온 노인이었다. 완벽한 보석을 만들기 위해 보석 세공에 매달린 탓에 추억거리도 없었다.

인생의 막바지를 준비하던 그에게 정체 모를 남자가 접근한다. 더 이상 보석을 세공하지 않는 조건으로 젊음을 돌려주겠다고 제안한다. 또다시 보석을 세공한다면 그가 한줌의 재로 변하게 될 것이라며. 사내는 그 제안을 받아드린다.

젊음을 한껏 누리기도 전에 사내는 우연히 만난 여인과 사랑에 빠진다. 그녀 앞에서 덤벙대기만 하고 서투른 그이다. 첫사랑이기에 어쩔 수 없다. 사랑의 상처를 안고 있던 여인은 쉽게 마음의 문을 열지 못한다. 하지만 순수하고도 헌신적인 사내의 모습 앞에 여인도 호감을 보이고 그들의 사랑은 불꽃처럼 타오른다.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그녀이고, 처음이자 마지막 사랑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사내는 가면을 쓴 자신을 인정할 수가 없다. 본질에서 벗어났던 행동을 뉘우치고, 완전한 사랑을 위해 젊음을 버리고 만다. 완전한 사랑으로 다듬은 완벽한 보석을 남겨두고서 말이다.

<보석과 여인>은 기독교연극이라는 명함을 내걸지 않았다. 그럼에도 작품을 보는 내내 기독교적 가치가 함의돼 있는 것이 느껴온다. 헌신적이고 조건 없는 사내의 사랑도 누군가의 사랑과 닮아있다. 서은영 연출에게서 답을 들을 수 있었다.

“완전한 사랑을 그리고 싶었어요. 이 세상에 존재하는 완전한 사랑이 무엇일까요. 단 하나입니다. 우리를 구원하기 위해 십자가에 못 박혀 죽으신 예수님의 사랑만이 완전한 사랑입니다. 그 사랑을 이 작품에 담았습니다.”

모든 작품에 기독교적 메시지를 담는 두 극단의 선택다웠다. 무게감 있고 진중하게 이어지는 전개 속에 온유하고 순수하고 희생적인 예수 그리스도의 사랑이 비춰진다.

사실 사랑을 소재로 한 여타의 작품들은 하나같이 유쾌하고 감각적인 사랑을 그려낸다. 말 그대로 사랑타령인 셈이다. 그러나 <보석과 여인>은 다르다. 값싼 사랑이야기가 아니라, 가슴 깊이 숨겨진 사랑의 감정을 끄집어내면서 진실한 사랑이 무엇인지 깨닫게 하는 작품이다. 디지털 시대에 흔치 않은 아날로그식 사랑이야기는 막이 내린 후에도 짙은 여운을 남긴다.

이 작품의 예스러움은 시와 음악이 결합한 극의 구성에서도 드러난다. 애절한 감정이 담겨있는 6개의 창작곡이 추억을 노래하고, 유치환의 <행복>과 김춘수의 <꽃>이 처음과 마지막을 장식해 더없이 친근하다.
한 사내의 사랑 속에 예수 그리스도의 완전한 사랑이 엿보이는 음악극 <보석과 여인>은 북촌아트홀에서 공연한다.(문의:02-924-14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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